몸을 움츠려 들게 하는 12월의 냉기를 안으면서, 거제 포로수용소유적 공원 내에서 열리는, 청소년 단편 영화 <휘파람> 시사회 및 현충시설 기념관 활성화 프로그램 청소년 기획 특별전시 <포로외전>을 취재차 갔다. 이날은 영화 시사회와 특별전시 두 개의 행사가 함께 열렸는데, 영화 <휘파람>은 경남문화예술 진흥원이 주관하고, 거제관광 개발공사가 운영을 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성과물 이었다. 또한 현충시설 기념관 활성화프로그램 청소년 기획 특별전시 <포로외전> 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주최를 했고, 포로수용소유적박물관이 주관을 했으며, 경남동부보훈지청이 후원을 하고, (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경상남도 거제교육지원청이 협력을 한 프로그램이었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에서는, 지난 6월17일부터 거제 해성고등학교 15명의 학생들과; ‘Ready? Action!’이란 프로그램으로 토요문화학교를 진행했다. 정지연 학예사를 중심으로 3명의 강사들이 함께 참여했으며, 총 17주 동안 활동이 이루어졌다. 교육 분야는 미디어였고, 주제는 영화제작이었다. 강사들의 지도하에 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도 썼고, 영화도 직접 촬영을 했다고 한다. 영화 <휘파람> 은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청소년 단편영화였다.
행사가 열리는 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 4D영화관으로 들어서자, 이날 행사에 참여할 많은 학생들과, 행사관계자 및 영화 <휘파람>과 <포로외전>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댔다. 보통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거의가 다 초·중등학생 위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곳은 유일하게 고등학생들이 참여해서 좀 특별하게 여겨졌다. 개막식 행사는 10시 30분에 시작되었는데, 이 행사에 관여한 여러 기관의 기관장들이 격려의 인사와 축사를 했다. 간략한 개막식 행사가 끝나고 영화 <휘파람>이 상영되었다.
영화는 무표정한 얼굴로 휘파람을 불며, 야전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간호사 가희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 야전병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간호사 가희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영화에는 64야전병원의 간호사 가희, 서연, 희영과, 친공포로 행동 대장이자 간호사 가희의 오빠인 윤성과, 간호사 서연의 오빠인 우석 5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이들은 포로로 잡혀 와서 함께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사상은 다르지만 여러 가지 인간적인 고뇌를 겪는다. 반공 포로대장인 우석이 동생 서연을 데리고 포로수용소를 탈출할 계획을 세우는 것을 알면서도, 눈 감아 주는 가희와 성윤은 나중에 친공포로들에게 매질을 당하고 공격을 받는다. 그리고 친공 포로들에게 총을 맞은 성윤은, 가희와 함께 바람 부는 들판을 휘파람을 불며 걷는다. 영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영화는 대사는 거의 없고 이미지와 표정들로 내용이 전개되었는데,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잔잔한 울림을 던지면서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사상은 달라서 서로 총을 겨누는 사이이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갈등과 고뇌를 거듭하면서, 우석과 서연의 탈출을 눈 감아 주는 성윤과 가희의 모습에서 인간애가 느껴졌다. 본 기자는 전쟁 후세대이기에 6.25에 대해 단편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전쟁이 우리에게 준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휘파람> 영화를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휘바람> 상영회가 끝나고, 관람객들과 행사관계자들은 포토존 앞으로 가서 단체로 기념 촬영을 하고, <포로외전>을 관람을 하기 위해 포로수용소유적발물관 평화미래전시관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포로외전>은 포로수용소유적 박물관 청소년 동아리 “포동포동” 중·고등학생들이 두 가량 노력을 기우려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했다. 1950년대 피난민들과 포로들의 삶을, 청소년들의 소통방식으로 풀어낸 전시로,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Section1은 “특별전시 <포로외전> 관람은 플로우 영상으로 시작해 주세요”, Section2는 “5개의 미러스탠드에서 한국전쟁포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Section3은 “청소년이 직접 연출하고 배우로 참여한 단편영화 <휘파람>을 관람해 보세요”, Section4는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형상화 한 대형 포토존에서 인증사진을 찍어 보세요”, Section5는 “한국전쟁 발발부터 피난 포로들의 사상대립 등 6개의 주제를 페이퍼아트로 감상해 보세요”, Section6은 “냉담한 전쟁 속 삶의 구조현장을 사진으로 만나 보세요”, Section7은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남겨 보세요”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별전시관에서는 영화 <휘파람>에서 주인공 가희역할을 한 김가희 학생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포로외전> 전시작품을 안내하고 설명했다. 무척 당찬 모습으로 연기도 안내도 잘 했던 학생이었다.
이번 <휘파람> 영화에서 친공포로 행동 대장역할을 했던 김윤성(거제해성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보람 있게 느낀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배우라는 역할이 그렇게 어려운 역할이라는 걸 몰랐었는데, 이번에 직접 역할을 맡아 보니 무척 어렵다는 걸 느꼈고, 또 영화가 끝까지 잘 마무리 되어서 무척 기쁘다”라고 했다. 그리고 반공포로 역할을 한 한우석(거제해성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포로수용소라는 의미 있는 장소에서, 딱딱한 이야기를 사랑으로 풀었다는 것에 대해 너무 의미 깊게 여겨졌으며, 이번 활동을 통해서 우리 역사에 대해서 다시 공부하고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참 좋았다”고 했다. <휘파람> 영화 시나리오를 쓴 정지윤(거제해성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시나리오 쓰는 방법을 선생님들로부터 배워 가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작가의 꿈을 갖게 되었다” 고 했다. <포로외전> 특별 기획전에 참여한 김채린(거제해성고등학교 1학년)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 이런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또한 “본인은 손재주가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기획전에 참여 하면서 본인에게 숨은 재주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어서 참 기쁘다”고 했다.
2017 꿈다락 토요문화 학교를 기획하고 운영을 한 정지연 학예사(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는, 기획에서부터 운영까지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했다. 촬영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하는 일도 있었고, 밤씬을 연출하기 위해서 암막커턴 10개를 사용하기 위해 운반을 할 때는, 팔뚝에 근육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 제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고, 아이들과 함께 다음부터 영화를 관람할 때는,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예의를 갖추자고 했단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가자를 모집했을 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소개서에서 영화나 미디어 쪽의 작가 쪽에 관심이 있었지만, 배울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서 무척 기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문화예술을 관람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거제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게 되어서 참 기쁘다고 했다.
이번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에서 운영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 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지역의 특성과 이야기를 이용해서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를 통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아픈 우리의 역사를 재인지 하는 기회를 주었고, 그를 통해서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활동을 통해서 청소년들에 새로운 꿈을 가지게 해주었고,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매표를 하고 UN분수광장 앞에 서면, 저절로 가슴이 찡해 오는 건 변함이 없다. 익숙한 풍경임에도 그 풍경은 익숙해지지 않고, 숙연한 마음으로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며 피의 전쟁을 치렀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라는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도우러 왔던 수많은 UN군들의 희생도 너무 가슴 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종전이 되지 않았고 휴전인 상태에서 살고 있다. 전쟁의 연속선상에서 북한은 아직도 총부리를 겨누고 있고, 핵폭탄을 만들어서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주변국가와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번 <휘파람> 영화가 주는 시사점은, 전쟁의 아픔이 무엇인지를 알게 했고, 이념전쟁은 사랑을 초월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쌀쌀한 겨울 냉기를 안고 발걸음 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청소년들의 당찬 모습과 함께 그들의 통해서 희망을 보았기에, 나도 ‘휘파람’을 불며 왔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한 정지연 학예사와, 참가한 모든 학생들에게 축하의 박수와 함께, 그간의 노고에 위로의 인사를 건넨다. “정지연 학예사님, 그리고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