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개관 10년 맞은 하동 이병주문학관

격동의 현대사 관통한 80여편 소설 한결같이 인간에 대한 사랑 넘쳐

제3기 경남문화기자단 민선영

“어떤 주의(主義)를 가지는 것도 좋고, 어떤 사상(思想)을 가지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주의 그 사상이 남을 강요하고 남의 행복을 짓밟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을 보다 인간답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라야 한다(이병주,「삐에로와 국화」중에서). 이병주 선생이 작품 속에서 남긴 유명한 구절이다. 지금 격동기에 혼란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새겨 보야 할 귀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2월 27일 겨울의 흔적이 골골이 남아 있는 이명산 산자락을 돌아서, 이병주 문학관으로 향했다. 「이병주 문학관」은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명골길 14-28에 소재하고 있었다. 나림 이병주(1921~1992)선생은 문학관이 위치한 이곳에서 태어났다. 「이병주문학관」은 나림 이병주선생의 창작저작물과 유품 등을 상설 전시하는 기념관으로, 그가 남긴 한국 근 ·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80여권의 작품과 그의 유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2,992㎡ 대지위에 세워진 2층 건물은, 전시실과 강당 및 창작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2층 건물 전시실·강당·창작실로 구성 작가 작품·유품·영상자료 잘 전시해놔 작가정신에 끌려 방문객 꾸준히 줄이어

「이병주문학관」을 들어서자 평일이라 그런지 방문객은 아무도 없었으며, 문학관을 관리하는 진남숙 사무국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사무국장은 따뜻한 녹차와 대접과 함께, 「이병주문학관」의 연혁을 설명을 해 주었다. 「이병주문학관」은 2008년에 하동군에서 이 지역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병주선생을 기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곳에 문학관을 설립했다고 했다. 올해로 문을 연지 10년째인데, 그동안 다양한 학술행사와 문학캠프 등을 열었으며, 최근에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차를 마시고난 후 전시실로 향했다. 전시실은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병주선생의 삶의 행적들을 시계방향으로 구성해 놓았다. 전시실 중앙에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지리산」의 한 장면을, 디오라마로 구성해 놓았다. 그리고 작가가 집필하는 모습도 디오라마로 구성해 놓았으며, 영상자료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은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었는데, 1 zone ‘냉전시대의 자유인, 그 삶과 문학’→2 zone ‘한국의 발자크, 지리산을 품다’ →3 zone ‘끝나지 않은 역사, 산하에 새긴 작가혼’→4 zone ‘아직도 계속되는 일광의 이야기’ 순으로, 작가의 삶을 연대기 식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소설가 이병주선생은 「지리산」등 80여 편의 많은 창작물을 통해서, 한국 현대사를 기록하고 성찰하였다고 한다. 그를 대표하는 작품 「지리산」, 「관부연락선」, 「산하」, 「그해 5월」등은, 한국현대사를 문학이라는 그릇에 담고 있으며, 「소설·알렉산드리아」, 「행복어 사전」 등은, 동시대의 인간사의 진실을 문학이라는 그물로 걷어 올렸다고 평을 받고 있다. 「이병주 문학관」관장 최영욱씨는 이병주선생의 소설 특징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었다.

첫째, 이병주소설은 재미가 있다.
둘째, 이병주 소설은 한국 현대사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셋째, 이병주 소설에는 인간존중사상이 배어 있다. 고 그는 이병주 선생의 작품을 분석해서 요약했다(「작가이병주의 삶과 문학세계」 내용 중에서 ).

이병주 선생은 작품 「그해 5월」에서 정치에 대한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정치란, 그리고 혁명이란 슬픔을 감소시키기 위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가슴에 원한을 맺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지금 우리나라 현실정치인들은 이 뜻을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행복어 사전」에서는 ‘나는 저항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인생엔 있다고 믿는 소설가가 되려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친구에 대한 우정일 수도 있습니다. 처자를 버리고 용감하게 대의를 위해 죽는 영웅적인 행동을 존중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자기를 쳐다보는 처자식의 굶주린 눈동자가 안타까워 스스로 종으로 팔려가는 사나이의 심리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입장입니다’ 라는 내용에서 격동의 시대에 태어나서, 격변의 큰 사건들에 휩쓸리면서도 살아남아야만 하는 민초들이, 어떻게 방황하고 고민하고 한숨지우며 통곡했는지를, 그는 작품 속에서 이야기 하고 있으며, 또한 그의 작품 사상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학은 인간의 사상이나 정신을 언어로 풀어내는 예술이다. 문학을 통해서 삶을 이야기하고,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을 예술적 경지로 그려내어 정신적 환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학 활동은 끊임없이 이어져야하고, 훌륭한 문학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이런 문학관의 역할도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환경과 잘 어우러진 「이병주문학관」에 수많은 발길이 이어지고, 이병주선생이 남긴 훌륭한 작품들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색군상의 논리」에서, ‘우리의 역사나 생활은 꼭 흑백의 논리만 갖고 그 값어치가 정해진 것 같고, 또한 역사는 그 이론에 있어 승리와 패배의 기록만으로 점철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이면을 추구하겠다는 뜻에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회색의 군상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