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경남문화기자단 민선영
지난 11월 3일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풍류춤연구소」의 정기공연이 있어서 취재차 갔다. 이번 공연은 ‘진주보도연맹사건을 다룬 창작탈춤으로, 「해원(解寃)」’이란 제목으로 열렸다. 이 공연은 「풍류춤연구소」가 주최를 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2018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후원을 한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기위해 현장아트홀 입구에 들어서자, 공연을 알리는 팸플릿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해원(解寃)」이란 제목 아래 어머니인 듯한 백발의 여인이, 두 손으로 아들의 얼굴을 감싸 안고 있는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누군가의 절실한 아픔과 한에 대한 내용의 작품이 아닐까 싶었는데, 나의 예측대로 작품 「해원(解寃)」은, 6.25 전쟁 당시 무차별하게 집단학살 된 진주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해원(解寃)」은 가(歌), 무(舞), 악(樂)이 조화를 이루는 총체극으로, 망자와 산자의 한을 풀어내는 그런 풀어주는 그런 내용이었다.
‘국민보도연맹사건’ 은, 60대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무척 생경한 사건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불행한 역사의 한 사건이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4월 좌익 전향자를 계몽하기 지도하기 위해 만든 관변단체다.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서 말단 행정기관에 인원을 할당했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좌익과 관련이 없는 무고한 시민들도 강제로 가입되어, 그 수가 무려 3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정부는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을 곧바로 수집 · 구금하였고, 전황이 불리해지자 후퇴하면서 이들을 법적 절차 없이 집단학살했다. 그때 사망자 수는 정확히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수만에서 20만 명 내외로 추정된다고 한다.
진주지역에서도 1949년에 ‘국민보도연맹’이 결성되었고, 연맹원들은 1950년 7월 15일 소집 · 구금되어, 경찰과 CIC 헌병대에 의해 7월 15일부터 7월26일까지 집단 총살되었다고 한다. 진주시 명석면 관지리, 용산리, 우수리 일대 등에서만 718명이 학살되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진실규명을 신청한 73명과 미신청자4명 등 77명을, 진주지역 국민보도연맹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하였다고 한다.
이번 작품 「해원(解寃)」을 기획한 「풍류춤연구소」 대표이자, 진주오광대 예능보유자이기도 한 기획자 ‘강동욱’씨는, 기획의 변에서 “불행의 역사 · 야만의 역사 · 아직도 풀리지 않은 통한의 역사,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피학살자 진주유족회의 위령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혼과 유족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당연한 책무였습니다. 이제 노인이 된 유족들의 맺힌 한을 지켜보면서, 언젠가는 이 불행한 역사적 사건을 작품으로 만들어 많은 시민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했다.
공연은 오후3시에 시작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왔다. 이번 작품을 만든 사람들은, 제작 ‘강동욱’, 극작 ‘김인경’, 연출 ‘고능석’, 탈 ‘황병권’, 홍보 ‘김제영’, 디자인 ‘김정희’, 뒷패 ‘진주오광대보존회 회원들과 극단현장단원’이다. 공연내용은 70세가 다된 복남의 꿈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날마다 나타나, 저승에서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아버지를 위한 씻김굿을 해달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복남은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굿을 하는데, 굿을 통해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과 본인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만나게 된다. 유복자인 복남은 굿을 통해 마침내 아버지를 만나 맺힌 한을 풀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2001년에 창립된 「풍류춤연구소」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인정받는 예술단체인 만큼, 단원들의 기량도 무척 뛰어났다. 작품의 내용이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어서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었을 터인데도, 단원들은 주어진 역할을 모두들 잘 소화해 냈다. 관객들도 함께 숨죽이고 함께 아파하며, 마치 70여 년 전의 그 현장 속에 있는 듯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전후(戰後) 세대들은, ‘국민보도연맹사건’ 진상과 또 동족상잔의 아픔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되었을 것 같고, 또 유족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그런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아픈 역사를 참 많이 가지고 있다. 근대에 와서도 36년 간 의 치욕스런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그리고 해방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또 6.25란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어야했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민족 간에 오해와 불신, 그리고 치유하기 힘든 골 깊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오해와 진실은 다 밝혀지지 않았고, 그 상처 또한 치유되지 않았다. 역사의 바퀴가 쉼 없이 굴러가겠지만, 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억울한 죽음에 대한 명예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 역사는 상흔을 안고 가야하는 불행한 역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해원(解寃)」 공연을 통해 무고하게 돌아가신 분과 그 유족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한을 푸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원(解寃)」이란 작품을 통해 지역사회의 아픔을 재조명해 준 「풍류춤연구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무대에서 열연해 준 단원들의 노고에도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기사내용 중 일부는 공연자료 팸플릿을 참고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