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유일의 예술영화관 '씨네아트리좀' 휴관
경남문화기자단 김주영
올해 8월, 마산 창동예술촌에서 예술 영화와 독립영화를 상영해온 경남 유일의 예술 영화관 ‘씨네아트리좀(이하 리좀)’이 휴관에 들어갔다. 영화 상영방식이 HDV에서 DCP로 전환되면서, ‘리좀’은 장비 마련 문제로 휴관의 위기가 있었지만, 영화관 운영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작년 8월 창원시에서 상영 장비 임대료 지원을 중단하며 운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하였고 휴관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코로나는 물론, 이번의 휴관이 표면에 드러나기까지 어떠한 일들이 복합적으로 누적되어 왔는지 알아보고자 ‘리좀’의 하효선 대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코로나 시기에 운영을 하시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하효선: 예술영화관은 365일을 상영할 경우 60% 이상, 219일 이상을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만 상영해야 합니다. 하루 상영시간표가 보통 6회차인데 이 중 한편이라도 <기생충> 같은 일반영화가 포함되면, 그날은 219일에 들어가지 않아요. 현실적으로는 95% 이상 예술, 독립영화를 상영하면서 간혹 일반영화를 상영해왔습니다. 보통 오락성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예술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제한적이죠. 많으면 15명, 적으면 한두 명으로도 영화가 상영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 75% 정도 관객이 줄었습니다. 결국 입장료로 극장이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요.
영화제 팜플렛 |
영화교육프로그램 |
국제레지던스 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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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리좀’이 어떠한 활동을 진행해왔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하효선: ‘리좀’은 단관으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편수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경남에서 이곳 이외엔 예술영화를 상영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상영하지 않으면 도민들에게 보이지 않고 사라지는 영화도 많아요. 관객이 작게 드는 위험이 있어도, 작품의 영화적 가치가 괜찮으면 지역민에게 그것을 소개하기 위해 상영하려 했습니다. 또한 예술이란 어느 시점에 어느 시대를 대변하는 것이므로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 이외에, 다른 다양한 예술적 가치들을 소개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자 사회적 기업으로서 ‘리좀’이 진행했던 국제 레지던스에서는 페루, 프랑스 등에서 방문한 중견 이상의 작가들이 해마다 5명 정도 모여 작업하거나 국내 참여 작가들과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작가의 눈으로 지역에 있는 특징을 발견하거나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활동을 하기도 했죠. 국고를 받고 사업을 진행했으나 임대료 등에 있어서 많은 비용을 개인적으로 내면서 사업을 지속했어요. 그러나 정부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관람객에게는 무료 전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므로 ‘리좀’이라는 공간이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명확해지죠. 이곳은 영화만 보는 장소가 아닌,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예술적 가치들을 도민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장소입니다.
- 만약 코로나가 없었다면, 영화관 운영의 모습이 어땠을까요.
하효선: 좀 더 순조로웠겠죠. 그러나 원래 이곳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직원들만 겨우 정부 지원을 받거나 영화관의 수익, 혹은 영화제 기획으로 인한 수익을 모아 직원의 임금과 임대료를 주면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곳에서 일하시는 직원 모두 영화를 좋아하고, 도민들에게 예술영화가 보급되는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열의를 가지고 운영해온 것이죠.
‘리좀’ 내부 카페모습 |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는 벽 |
- 오늘날 경남에서 예술영화관이 가진 공공적 기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하효선: 현대의 영화관은 모든 관객이 앉아서, 움직이는 영상과 이야기를 보며 공공적 유희를 즐기거나 사유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이나 중세의 도서관, 근대의 박물관의 역할을 모두 가지는 곳입니다. 도서관이 공공적 기능을 하느냐고 물으면 공공적 기능을 안 한다고 하지 않을 거잖아요. 프랑스의 경우, 학교에서 영화교육을 하기도 하고 도시 사람들이 친구와 식사하면서 자연스레 예술영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한국 대학에서도 영화를 소재로 수업하는 교수들이 많아요. 교육적 소재가 되는 것이고 학교보다 괜찮은 기능을 할 수도 있어요. 예술영화 중 좋은 영화들은 도서관 역할에 상응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봅니다.
- 휴관 이후 ‘리좀’의 재개관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까요.
하효선: 8월 이후 중단된 장비 임대료 문제나 열악한 시설 문제, 감독과의 대화 등 프로그램 진행 비용에서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운영이 가능할 것입니다. 영화관 운영을 지금처럼 개인이 맡아서 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휴관을 시작한 것이고 재개관은 시민에게 달린 거예요. 시민들이 이곳이 필요하다고 느껴야 지자체가 반응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이 예술영화관은 멀티플렉스보다 상영관도 작고 시설도 열악해서 많은 이들에게 보급되지 못한 부분이 큽니다. 왜 예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시설과 장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걸까요.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이 예술영화를 보러온다고 해서 그들이 항상 좋지 않은 시설에서 봐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오히려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본 그들에게 좋은 시설이 제공되어야 음향이나 색채감 등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잖아요.
지금 시점에는 지자체가 영화관을 만들어야 해요. 부산 영화의 전당, 인천 영화공간 주안, 고양 예술 영화전용관 등은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술 영화전용관이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지 않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죠. 경남에도 적은 인구로 인해 대형극장이 들어서지 않는 6개의 문화 소외지역에는 작은 영화관을 정부와 지자체에서 만들었어요. 그곳에서는 상업 영화를 상영합니다. 지자체가 영화관을 만들 수 없는 것이 아니에요.
TV에 <미나리>가 중요한 영화라고 나오더라도 도민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이 문화적으로 소외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입니다. 사회에 필요한 것은 지자체가 반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아지게 하는 것이 도시의 문화적인 부분을 성숙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이러한 문제가 풀리기 전에는 재개관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의 휴관은 즉흥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고질 되고 축적된 문제가 노출된 것입니다.
비어있는 극장의 모습 |
8월 3일 상영된 독립영화 <갈매기> |
7, 80년대 한국 경제 부흥의 무대이자 문화예술 집중지였던 창동에서 이 작은 예술영화관의 존재는 도시의 문화 소비를 경제 외적인 부산물로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 흡수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이 하나씩 사라지게 되었을 때 남아있는 것은 어떠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사람들에게 좋은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예술영화관 ‘씨네아트 리좀’에 대하여 도민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