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페이스 경남예술창작센터 16기 입주작가 ‘Ritual’전 6월 18일~7월 3일 창원 동남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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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1 / 23-06-28 글 / 사진 정재흔 작가본문
경남예술창작센터 16기 입주작가 소개전이 6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15일간 창원 동남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각 분야 김시흔(영상·설치), 김제원(설치·드로잉), 금진(회화), 박준우(회화), 신제헌(조각), 최승철(영상·설치) ▲문학 분야 김주영(수필), 장민희(수필·시)로 총 8명이 참여했다. 올해부터 문학 분야가 추가돼 이번 전시에는 회화, 설치, 조각, 수필집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30여 점을 전시했다. 소개전에서 각 작가를 만났다.
<사진 1) 전시장 전경 1>
<사진 2) 전시장 전경 2>
<사진 3) 전시장 전경 3>
불확정 상태로 남은 인간의 현존에 대해 질문
■김시흔(영상·설치)
공학을 전공해 취미로 미술을 배우다가 공학과 미술의 연장선상에 대한 고민에 빠져 창작을 시작하게 된 작가다.
출품한 ‘불확정성 형태 #008 Converted I’의 조형 작업은 디지털 공간으로의 이주를 권장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디지털 가상 공간 속에 정착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성을 스스로 소외시켜 타자화하는 과정에서 불확정적인 상태로 남게 된 인간의 현존에 대해 질문한다. ‘Synthetic Forest, Egret, and Body’ 영상은 현실과 가상이 존재하는 합성(synthetisis)의 공간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사회 시스템과 생태적 환경 사이의 얽힌 관계성이 드러나는 디지털 장소성과 이들의 얽힌 관계성에 대해 탐구한다.
<사진 4) 김시흔 작 ‘Synthetic Forest, Egret, and Body’>
이방인이자 관찰자로서 장소·건물 등 탐색
■김제원(설치·드로잉)
일정 기간 한 도시에 머물면서 오랫동안 도외시됐으나 여전히 자신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소와 건축을 탐색하고 그 공간성을 바탕으로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을 만들고 있다.
작가의 작업에서 말하는 역사와 이야기라는 건 사료적으로 어떤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지역민에게는 그저 낡은 건물이거나 오랜 시간 익숙해져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일상의 장소일 수도 있다. 마치 고고학자가 땅속 깊이 묻혀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발굴하듯이, 작가는 이방인이자 관찰자로서 그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고 그 가치를 찾아내고, 작업을 통해 그것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는다.
그의 다음 이야기는 창원이다. 창원은 1970년대 산업기지개발구역으로 지정이 되면서 주거 구역 또한 조성됐으며, 이러한 장소적,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형태의 주택이 지어졌다. 인간에게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집이라는 1차적인 공간이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외부의 영향으로 인해 변화되고 변형되었다는 점과 이것이 인간의 의식구조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그 주택들이 어떠한 형상으로 남아 현재의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작품을 제작하고자 한다.
▷작가노트= 일제강점기 서울 후암동 문화주택을 기록한 ‘두 개의 정원 (上)’과 같은 시기의 군산 히로쓰 가옥을 기록한 ‘두 개의 정원 (下)’ 프로젝트 작품과 드로잉이다. 모두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진행했는데, 정원은 식물이 서로 다른 시간과 역사를 지닌 채 뒤엉키고 공존하며 함께 살고 있는 공간이다. 인간은 이곳에 왔다가 떠나 사라지지만, 자연은 계속 순환하며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고, 이를 통해 건축은 어떠한 객체처럼 정지돼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건축의 유기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사진 5) 김제원 작가>
<사진 6) 김제원 작 ‘두 개의 정원(下)’>
사라지는 옛 지역의 모습을 탁본으로 아카이빙
■금진(회화)
금진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가 주목한 기법 중 하나가 탁본이다. 탁본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채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작가는 서울 갈현동과 김해 무계에서 작업을 해왔다. 두 곳 모두 도시재생이 화두인 곳이다. 도시재생이나 재개발이란 개념은 결국 도시를 바꾸는 일. 그는 아쉬움에 도시재생으로 사라지는 옛 지역의 모습을 탁본으로써 아카이빙한다.
‘monument’ 시리즈는 기념비적 이미지를 통해 후세에 역사와 시간을 전승코자 한다. ‘춘추공원 5’는 그의 작품세계 구축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소나무를 대상으로 수채화와 수채화이론 정립에 대한 역사를 단순하게 종이와 연필로서 창작해낸 것이다.
경남예술창작센터 입주 후 그가 주력하는 작업은 동양화로 현대미술의 동시대성을 획득하는 법을 찾는 것이다. 동양적 재료와 동양적 개념으로 작업한 결과물이 현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물음을 찾고 있다. 재료에는 역사가 중첩돼 있다고 생각하기에 재료가 바뀌어도 본질적인, 선과 여백 같은 불변의 요소가 있듯이 이를 다음 작품에 접목하고 싶다.
<사진 7) 금진 작가>
<사진 8) 금진 작 ‘춘추공원 5’>
낯설지 않은 사물과 풍경이 작품 소재
■박준우(회화)
박준우 작가는 사는 곳 주변을 그린다. 낯설지 않은 사물과 풍경 속이 그의 작품 소재가 된다. 작가는 보는 것과 그리는 것 두 가지를 즐거워한다. 보통 드로잉은 사진을 보고 그리기 마련. 그는 원래 대상을 보고 그리다 손에 익으면 머릿속에서 이를 재해석해 다시 그리기에 몰두한다. 대상이 가지고 있던 요소들을 네모난 빈 화면 여기저기에 그려 넣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안개꽃’은 지난 4월 개인전 때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지난겨울, 마땅히 사생할 곳이 없어 화병에 담긴 꽃을 보고 그리게 된 것이다. 과한 해석도 없고 거창한 미를 추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래서 그의 작품은 볼수록 보고 싶다.
요즘은 경남예술창작센터가 있는 합천에서 주로 보고 그리고 있다. 낙동강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길가의 꽃, 논밭의 양파와 고추 등을 본다. 이때 지나치는 순간을 그가 어떻게 포착하고 또 해석할지, 연말에 있을 경남예술창작센터 결과보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는 8월 중순 창원 소답동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사진 9) 박준우 작가>
<사진 10) 박준우 작 ‘안개꽃’>
인체 내면의 다양한 에너지를 조각으로 표현
■신제헌(조각)
일반적으로 일차적인 외형으로 몸(인체)을 바라본다. 하지만 작가는 저마다 다른 몸을 지니고 있고, 그 안에 내재 된 에너지 또한 다르다는 것에 착안했다. 작가는 이를 다양한 언어로 설명하기보다 오히려 작품을 통해 인간의 몸을 일차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흐리게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이해하는 인체의 표현방식이다. 즉,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인체 내면의 다양한 에너지를 조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평소 스포츠 경기, 무용수 등 영상을 즐겨보는 편이다. 영상에 집중하다 보면 인물들의 움직임이 뇌리에 강하게 인식되는 순간들이 있고 그때 ‘어쩌면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인체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정지된 조상으로서의 성격이 아닌 운동성을 통한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의 에너지를 시각화하는 것이 목표다.
보통 그의 작업은 인체의 움직임을 많이 볼 수 있는 자료들을 수집하며 인체를 크로키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후에는 여러 장의 드로잉을 토대로 우레탄 폼을 이용해 조각의 볼륨과 형태를 잡는다. 그 위에 점토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 레진을 구부리고, 이어 붙이면서 그만의 방식으로 색을 뒤섞고 조작하여 인체 형태를 제작한다.
소개전 이후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의식주에서 8월 12일부터 27일까지 개인전이 잡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운동선수의 에너지를 조각적으로 시도했다면 8월에 열리는 개인전은 비비드(Vivid)한 콘셉트로 다양한 동세를 지닌 인체 조각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인전 이후에는 다양한 그룹전과 연말에 있을 경남예술창작센터 결과보고전에 집중할 계획.
<사진 11) 신제헌 작가>
<사진 12) 신제헌 작 ‘Glory Days’>
특정 구조 입체 기반으로 영상과 설치 작업
■최승철(영상·설치)
작가는 조각을 전공하고 입체 기반으로 영상과 설치를 하고 있다. 건축이나 공간 등 특정 구조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를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나눠서 담고 있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시선과 공간에 대한 고민을 풀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출품작 ‘종’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외출이 제한되고 엄격히 통제되던 시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만들게 됐다. 향후 결과보고전에 낼 작품은 이러한 톤의 연장선상이다. 기숙사에 오래 살았던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통로를 ‘호흡’이 되는 기관지에 착안한 작업이다.
▷작가노트= 종종 창밖을 내다봤다. 눈앞의 고요한 이미지는 여전히 풍경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어떠한 큰 힘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라디오와 TV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소식과 집 안에서 보내던 일상은 갑자기 보이지 않는 파도(주파수)가 나를 때리는 것 같은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이 나 자신을 흔들고 타격하는 것으로 그리고, 외부에서 내부로 전해지는 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사진 13) 최승철 작가>
<사진 14) 최승철 작 ‘종’>
여행수필 주로 쓰며 지난해부터 단편 작업 시작
■김주영(수필)
김주영 작가는 여행수필을 주로 쓰고 있고 지난해 겨울부터는 단편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사람의 이면을 보려고 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본다는 것은 양가적 의미가 있어서,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려 하는 것도 있겠지만 눈을 가지고 있다는 건 때로는 일방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의 글은 편안하다.
수필집 ‘유년의 섬’은 지난해 펴낸 책이다. 그동안 신문과 잡지에 실었던 글을 편집해 수록했고, 물에 대한 수필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강과 섬, 바닷가를 다니면서 썼던 여행기들을 넣었다. 어떤 곳이든 자기가 있는 장소에서 오랫동안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나오게 하지 않으면 아마도 계속 그곳에서 살아갈 것이다. 김 작가는 그 사람을 위한 작품을 하고 싶다. 그러나 ‘유년의 섬’에서는 그 장소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아주 잠깐만 머물다 나와버린 느낌이라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고.
▷작가노트= 깨끗한 강과 바다를 보다가 오염된 바다 생각이 났다. 원래는 그곳도 깨끗한 곳인데 하면서. 그런 이상한 바다를 생각하다가 이상한 바다를 찾아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상한 바다는 원래는 평범한 바다였기 때문이다. 책에 수록한 ‘쇳가루가 내리는 마을’에서도 이상한 바다 이야기가 나온다. ‘고현마을 편’의 바다도 사실은 그렇게 맑은 바다는 아니다. 어떤 오염이 있더라도 그곳에 살아가는 생물과 인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그때는 만들고 싶었다.
<사진 15) 김주영 작가>
생태 체험하며 느낀 점을 에세이로 풀어내
■장민희(수필·시)
우리네 먹을거리가 유전자 변형, 인위적 개량에 치달아 고유 품종들을 잃어버린 지 꽤 됐다. 장민희 작가는 우연한 계기로 한국지속농업산학연구회에서 일하게 되면서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현실을 대중에 알리고자 쓴 글이 ‘자연에서 나를 만나다’다. 단체에 소속돼 활동한 6년간 체험하고 느끼며 배운 것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으로 책에는 자연환경과 인간을 포함한 생물, 한국적 생태와 농업, 건강과 먹을거리 등, 오늘날 세계가 당면한 여러 문제가 담겨 있다.
책이 출간된 지 벌써 3년이 흘렀지만 자연과 생태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사회로 변화가 더딘 게 현실이다. 장 작가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으로 다시 한 번 자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한다. 그는 현재 관심을 받고 있는 비거니즘, 제로웨이스트 등 기후위기 의제에 대한 실천도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태환경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