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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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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트렌드 점심 식사 후 즐기는 문화 디저트 문화대장간 풀무 ‘수요런치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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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0 / 23-05-30 글 / 사진 김규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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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치라고 생각했다. 공연 한 편을 보려면 휴가를 내거나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맛있는 점심 식사 후 가볍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수요일 점심시간이면 근로자들을 위한 수요런치콘서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친 근로자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디저트 같은 무대. 이렇게 문화예술은 우리들 곁에 한 걸음 더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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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장간풀무런치콘서트_풀무 외관
 


창원 국가산단 제3아파트형 공장 안에 들어서면 공장처럼 똑같이 지어진 건물 사이로 눈에 띄는 건물 하나를 만난다. 바로 ‘문화대장간 풀무’라는 이름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을 문화예술과 산업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꿔 근로자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주기 위해 경상남도가 지난 2016년 설립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위탁운영하는 곳이다. ‘풀무’는 대장간에서 쇠를 달구거나 녹이기 위해 화덕에 공기를 불어넣는 기구를 뜻하는 것으로, 삼국시대 가야문화권의 주요 철 생산지였던 창원의 역사를 담은 것과 동시에 산업단지 내에 문화의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근로자와 문화예술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 줄 수요런치콘서트가 첫걸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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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장간풀무 런치콘서트_각설이공연 


일터 옆 작은 무대, 야외공연장이 되다


문화대장간 풀무 프로그램 운영을 맡은 (사)한국예총경남 연합회는 근로자들이 시간이 부족해 문화를 즐기기 어렵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조보현 회장은 공연장에 찾아올 시간이 없다면, 무대를 근로자 가까이 옮겨 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런치콘서트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인데 밥 먹고 나면 근로자들이 딱히 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근로자의 복지 향상과 휴식을 위해 런치콘서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무대가 부족한 지역 예술인에게 기회도 많이 주고,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면서 문화예술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문화대장간 풀무 앞 야외공간에 무대를 세우고 그 앞에 간 이 객석을 만들면 야외공연장이 뚝딱 만들어진다. 무대도 객석도 조금 어설프지만, 무대를 채우는 공연자들의 열정은 여느 무대 못지않다. 조회장은 짬을 내어 공연을 보러 온 근로자들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선사하기 위해 추첨을 통해 상품도 증정하고 있다. 더 좋은 상품을 주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손을 벌려야 하지만, 좋은 공연을 보고 상품까지 타서 즐겁게 일터로 돌아가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볼 때면 흐뭇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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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장간풀무 런치콘서트_공연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된 ‘짧고 굵은’ 공연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어느 봄, 등나무 꽃이 소담하게 피어난 광장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풀무 직원들이 식당 앞에서 곧 공연이 펼쳐진다는 것을 알렸고,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무대 앞 객석에 자리 잡았다. 음향을 맞춰보면서 무대가 시끌벅적해지자, 지나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무대로 모이기 시작했다. 쇳소리 가득하던 공단 한가운데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이 낯설고 아름다운 소리는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런치콘서트를 위해 전국을 떠돌다 죽지도 않고 또 찾아온 각설이는 이번 공연에서도 변함없이 관객들을 웃고 울린다. 객석에서 함께 손뼉을 치며 ‘잘한다!’ 응원을 보내자, 그 소리에 기운을 낸 각설이가 다시 타령을 시작한다. 타령을 따라 어깨를 들썩이고 박수를 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무대를 닫아야 할 시간. 달아오른 흥이 그대로 식어버리는 것이 안타까운 관객들이 앙코르를 요청했다. 촉박한 시간을 쪼개 타령을 한 곡 더 마친 각설이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렇게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고, 공연자와 근로자가 하나가 되면서 짧은 런치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무대를 즐긴 근로자들을 위한 선물 추첨 시간도 펼쳐졌다. 회사 옆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하는 기쁨에 소소한 상품을 받는 기쁨까지 더해지면서 근로자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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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장간풀무 런치콘서트_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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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장간풀무 런치콘서트_공연


공단의 시계 잠깐 멈추고 맛보는 힐링 디저트


쉼 없이 돌아가는 공단의 시계는 점심시간에만 잠깐 멈춘다. 수많은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일하는 근로자에게 점심시간에 즐기는 공연 한 편의 위로는, 앞으로의 많은 날을 더 열심히 일할 에너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런치콘서트를 통해 잠깐이지만 힐링을 즐김으로써 업무 생산성도 높아지고 효율성도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근로자들이 여기서 짧게 맛본 공연을 잊지 못해 공연장, 전시장을 찾아가는 문화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를 위해 열심히 런치콘서트 메뉴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날씨가 허락하는 수요일 점심시간이면 야외무대에 어김없이 차려지는 향긋한 문화 예술 한 상. 식사를 마친 후 30분 남짓, 잘 차려진 상 위에 숟가락만 얹으면 된다. 무대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만으로 잠깐의 힐링을 즐 길 수 있으니 말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 공간을 가득 채우는 풍성한 음악, 동료들의 박수와 웃음, 우리 일터가 이렇게 행복하게 바뀌는 특별한 메뉴.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는 달콤한 디저트 ‘수요런치콘서트’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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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장간풀무 런치콘서트_관람객


관람 후기 


유림기계 김정운 공장장 

“오늘 공연이 정말 좋았어요. 무대를 보는 내내 같이 춤추면서 봤답니다. 좋은 공연 덕분에 오늘 하루 멋진 날이 될 것 같아요. 다른 직원들도 밥 먹고 바로 들어가지 말고, 여기서 함께 공연을 즐기면 좋겠습니다.”


성협나노텍 최미선 과장 

“수요일마다 공연을 보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좀 정적인 무대여서 차분한 느낌이 들었고, 이번 무대는 정말 즐기면서 봤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흥겨운 공연이 많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