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트렌드 도지사 관사·도민의 집에 문화를 엮으니 ‘주말 예술 소풍’ 명소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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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0 / 23-05-30 글 / 사진 정재흔 작가본문
“날씨도 좋은데 이번 주말 뭐하고 놀지?” 창원시 용호동에는 초록빛 가득한 도심 숲이 있다. 지난 1983년부터 2008년까지 도지사 관사로 사용된 도민의 집 일원이다. 우거진 대숲 안에 위치한 이곳에선 요즘 문화예술 체험행사가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신규 사업으로 기획한 ‘도지사 관사·도민의 집으로 떠나는 주말 예술 소풍’이다. 오는 주말엔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예술 소풍 떠나 볼까.
7월 15일까지 매주 토요일엔 예술 소풍
도지사 관사 일원은 2008년 개방 이후 두 차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시설은 갖춰졌고 이왕 돌려드리는 것, 무엇으로 채워야 도민들께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해서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렇게 나온 의견이 ‘복
합문화공간’이다. 도민의 뜻에 따라 지금까지 전시, 공연, 아트
마켓 등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올해 4월부터 신규 추진하고 있는 ‘주말 예술 소풍’은 도민의
집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형태다. 소풍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야외 잔디정원에서 전문예술인들과 무료 예술 체험을 하고
점심을 나눠 먹으며 버스킹 공연까지 즐기는 알찬 구성이다.
우천시엔 관사 로비와 회의실, 도민의 집 내부 공간을 활용하므로 변덕스러운 날씨가 주말을 망치지 못한다. 주말 예술 소풍은 7월 1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주말 예술 소풍 신청 방법은 두 가지다. 온라인으로 사전신청하거나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온라인 신청일 경우 참여 희망 소풍 날짜 전주 토요일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주말예술소풍_포스터
하루에 5개 예술 체험 진행
지난 5월 6일 3회차를 맞은 ‘주말 예술 소풍’ 날엔 비가 왔다. 이날 신청자들은 관사 현관에 설치된 등록 부스에서 수기 서명을 하고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각 모둠 장소로
이동했다. 모둠은 총 5개, 각 모둠당 정원은 20명 내외다.
가족 단위 참가자로 계산하면 4~5팀가량이다. 이날은 24
개월 유아부터 청소년, 보호자 등 연령대가 다양했다.
예술 체험은 수요층을 다양하게 고려해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했다. 7개 야외
프로그램과 4개 실내 프로그램 등 총 11개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며 한 회차당 5개씩 진행된다. 이날은 ▲오하나와
함께하는 하와이안 훌라 ▲신기한 도술나라 ▲아이좋아
대나무 ▲모래마녀와 Sand Art Magic ▲만화 캐릭터와 팝아트의 만남이 있었다.
주말예술소풍_참여한 어린이
도심 숲에서 가족과 함께 주말 힐링
신청자들은 주말 예술 소풍을 통해 도심 숲에서 힐링하며 색다른 여가를 보냈다. 만화캐릭터와 팝아트의 만남에 참여한 안유주 어린이는 거제에서 부모님과 함께 왔다. “주말에 엄마, 아빠랑 놀이터 가서 놀거나 수영장을 가요.” 창원 할머니댁에 온 김에 사촌동생과 함께 소풍 왔단다.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성격이지만 만화 캐릭터를 종이 테이프로 붙여내는 손이 꼼꼼하고 야무지다. 신청자들 다수는 주말을 캠핑이나 낚시, 집에서 휴식 등으로 보내고 있었다. 예술 체험은 주변에 잘 없기도 하고 비용도 만만찮아 큰맘 먹고 참여를 신청해야 했는데 도민의 집은 접근 부담이 없고 참가비나 사전 준비물이 따로 없어 마음 편하게 올 수 있었다는게 장점이란다. 24개월 아이와 함께 온 문혜림 씨는 각 모둠 공간을 쭉 돌아보고 있었다. “지인을 통해서 신청을 했는데 다른 프로그램도 많았네요. 다음 회차엔 다른 걸 신청하려고 어떤 게 있는지 보고 있어요.” 프로그램 신청자들은 공식 SNS 채널이나 지인을 통해 체험 소식을 접했다. 직장인 김수인 씨는 직장인 온라인 커뮤 니티에서 홍보 글을 봤다. 하와이안 전통춤인 훌라를 배우고 싶었는데 가장 가까운 곳이 부산, 제주다 보니 거리가 있어 포기했었다. “훌라춤을 배워서 의미를 알고 춤을 추니까 마음이 편안해 지네요. 창밖이 또 자연이잖아요. 빗소리 들으면서 힐링도 되고. 다음 회차에도 일정만 맞으면 꼭 다시 오고 싶어요.”
주말예술소풍_온가족이 따라할 수 있는 샌드아트 체험
지역 문화예술인에겐 무대를 제공
예술 체험 가운데 하와이안 훌라뿐 아니라 샌드아트, 마술 체험 등 꽤 낯선 프로그램도 몇몇 보인다. 샌드아트 작가 옥혜정 씨는 이번 기회가 반갑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비가 와서 조금 아쉽지만 다음 회차가 있으니까요. 보호자 분들이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건 퀄리티가 높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오늘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랑 이야기하면서 만들 수 있게 간단한 그림으로 구성을 했는데 앞으로도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좋은 콘텐츠로 찾아뵐게요.” 손미정 마술사는 도예 단체 ‘땡스클레이’와 함께 팀을 이뤄 활동하고 있다. “보통 학교나 어린이집으로 가서 마술 체험 공연을 해요. 진흥원에서 도민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셔서 생소한 ‘마술’을 알릴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점심 먹고 관사에서 작은 음악회도
우천으로 이날 예술 체험 프로그램은 오전 11시 30분쯤 종료됐다. 잔디밭 피크닉도 아쉽게 취소됐지만 도지사 관사가 있는 창원 가로수길은 맛있는 식당과 카페가 즐비한 거리다. 근처에서 식사를 마친 가족들은 오후 2시부터 진행
된 관사음악회로 다시 모였다. 점심 식사와 버스킹은 자율
참가지만 주말을 마지막까지 알차게 보내고 싶었나 보다.
이날은 인디 뮤지션 주로키와 큰그림이 무대에 올랐다. 밴드 곰치, 국빈관진상들 같은 도내에 꽤 알려진 밴드부터 팔
도음가 태청매 같은 퓨전국악 밴드와 클래식 장르, 마술과
무용 등이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주말 예술 소풍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로수길에 놀러 나온 김에 관사음악회를 즐겨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