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페이스 올해 경남연극제 단체 대상 수상 창단 34년 ‘극단 미소’ 활짝 미소 짓다
페이지 정보
vol. 50 / 23-05-30 글 김규남 작가 / 사진 극단 미소본문
1989년 어느 여름날, 연극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창원시 봉곡동의 어느 가정집 반지하에 모였다. 앞으로 힘들고 어렵더라도 웃음을 잃지 말고 창원 연극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로 ‘극단 미소’를
결성했다.
한여름 뜨거웠던 지하실의 도원결의는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극단 미소가 변함없이 존재하게 하는 힘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 말 열린 제41회 경상남도연극제에서 창단 첫 단체 대상을 수상하며 활짝 미소 지었다.
단체 대상 관객심사작품 대상 희곡상 ‘3관왕’
지난 3월 17일부터 29일까지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제41회 경상남도연극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경남연극제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경남 연극의 진수를 맛보는 기회이자 경남 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각 지역 극단의 작품을 엿보는 뜻깊은 자리였다. 경남연극제가 마무리되는 폐막식 현장에서 가장 크게 미소 지은 건 바로 창원에서 활동하는 극단 미소였다. 극단 미소는 이번 연극제에서 <난파, 가족>(장종도 작·연출)을 선보이며 창단 첫 단체 대상 수상의 영예와 함께 관객심사 작품 대상, 희곡상 등 3관왕에 올랐다. 단체 대상 수상자로 극단 미소가 호명되자 단원들뿐 아니라 객석에 있던 모든 극단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침내 큰 성과를 이뤄낸 극단 미소의 오랜 노력에 대한 응원과 축하의 의미였다. 극단 미소 천영훈 예술감독은 시상대에 올라 “34년 전 봉곡동 4평 반지하에서 극단을 시작했다”고 전하며 “대상을 받은 것보다 <난파, 가족>을 쓰고 연출한 장종도를 키워냈다는 것이 더 고맙다”며 소감을 밝혔다. 대상 수상으로 극단의 숙원 사업 해결에 앞장선 장종도 연출은 대상도 좋지만 관객들이 직접 투표해서 뽑은 ‘관객심사 대상’을 받은 것이 더 뿌듯하다며 소감 을 전했다.
극단 미소 / 장종도 상임연출
“우리의 노력이 관객들에게도 닿은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극단 미소를 만들고 이 끌어 주신 선배님, 함께 극을 만들어 온 단원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기꺼이 조언해 주신 선배 연극인, 그리고 연극을 사랑해 주시는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이 길을 계속 걸어도 좋다, 신념을 갖고 작품을 계속 만들어도 된다는 인정이자 증명 같아서 무척 행복합니다.”
대상 수상작품 <난파, 가족>
유쾌하지만 그저 유쾌할 수 없는 이야기! <난파, 가족>은 여행 중 배가 난파되는 사고를 겪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난파를 바라보는 가족이 대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주의로 인해 쓰러져가는 이 사회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버팀목인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질책,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발걸음, 걸음이
우리들의 연극 작업을 더욱 여물게 하고
예술로 승화시키고 지역 연극을 꽃피웁니다.
- 극단 미소 대표 고대호
극단미소_< 홍수로인한침수 > 공연 후
기나긴 역사, 그 서막을 찾아서
극단 미소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극단 이름만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극단 미소는 지난 1989년 천영훈, 고대호, 장은호, 김영일 등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만든 극단으로 그해 12월에 창단기념 공연 유진규 마임 <홍수로 인
한 침수>를 무대에 올리며 극단의 출발을 세상에 알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창단 즈음에는 지금보다 더 연극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극단 미소는 아무리 어려워도 공연을 이어
나가고자 중앙동과 내동 등 창원 이곳저곳을 돌며 소극장을 개관했다가 폐관하기를 반복했다.
1999년에는 창원운동장에 있는 작은 사무실로 이전하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에도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인 1999년에 창원청소년극회
‘미소랑’을 창단하고 연극에 뜻이 있는 학생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에는 미소랑이 개천
학생연극제에서 대상 및 연기대상을 비롯해 6관왕을 차지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듬해 극단 미소를 새롭게
이끌어 갈 장종도와 주요한 등 학생들이 극단 미소와 연을
맺게 됐다.
우리 삶이 그렇듯 극단 미소 역시 많은 풍파를 겪었다. 하
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똘똘 뭉쳐 지금까지 난파
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왔다. 지금은 초대 천영훈 대표에 이어 고대호 대표를 중심으로 장종도 연출, 윤연경, 주
요한, 박시우 등 단원들이 극단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창원 명서동에 있는 ‘도파니아트홀’을 중심으로 창작 및
레퍼토리 공연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으로 지핀 창작의 불씨
극단 미소의 역사가 30년을 넘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진행됐다. 지금 극단 미소의 중심에는 창원청소년
극회 미소랑을 통해 입단한 장종도 연출이 있다. 그는 20대부터 연출에 입문해 탄탄하게 연출력을 쌓아 올리고 있다. 아무리 연극하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무대에 대한 꿈을 좇았고, 그 결과 극단 미소를 영광스러운 대상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지역 극단이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경쟁력은 좋은 작품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극단 미소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공연할 수 있는 큰 무대와 공연 비용 지원 덕분에 창작의 불씨가 지펴질 수 있었던 거죠.”
극단 미소는 지난 2021년부터 지금까지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으로 진해문화센터와 협약을 맺고 창작 공연을 마련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번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난파, 가족> 역시 이 사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사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창작과
연출에 더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이 대상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요. 앞으로도 극단 미소만의 창작 연극, 경쟁력 있는 무대를 만들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극단 미소의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극단 미소는 지금껏 쌓아온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려왔다. 어림잡아 1,000편의 작품이 극단 미소의 이름으로 관객과 만났는데, 그 수많은 작품을 거쳐 간
단원들의 땀과 노력이 오늘날 극단 미소를 존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앞으로도 극단 미소는 더 다양한 무대로 관객들과 만난다.
6월 10일과 11일에 진해문화센터 공연장에서 2023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 창작공연 <난파, 가족>을 무대에 올린다. 6월 말에는 제주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연극제에 경남 대표 자격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또 7월 26일 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에 공식 초청받아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8월에는 <우리동네 체육대회>를, 10월에는 <길 위
의 길>을 진해문화센터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전국 학교를 찾아가 극단 미소의 레퍼토리 공연인 <세탁소
엔 붕어빵이 있다>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보다 더 바빠
지겠지만, 무대가 늘어날수록 관객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에 하루를 빼곡하게 무대만 생각하며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