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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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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페이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리는 문화예술 배리어프리 문화기획자 여채원 씨가 만들어가는 ‘흰지팡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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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7 / 23-12-14 글 정재흔 작가 / 사진 여채원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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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 11월 9일과 10일 이틀간 창원 동남아트센터에서 2023 지역문화 활동가 대회·일거리 박람회 <문화제조>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과정 협력 기관 5곳(창원문화도시지원센터·진주문화관광재단·사천문화재단·김해문화재단·밀양시문화도시센터) 교육생들이 내놓은 결과물 중 경남권 대표 우수 프로젝트를 선발하는 심사도 있었다. 영예의 최우수상(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상)은 ‘흰지팡이의 노래’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해문화재단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 교육생 여채원 씨에게 돌아갔다. 

그의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이 궁금한 정보, 김해 시민들의 목소리로 보다’라는 슬로건 아래 배리어프리(Barrier-free)와 지역 콘텐츠를 접목, 시각장애인과 시민리포터가 시각장애인용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게시하는 내용이다. 콘텐츠는 김수로와 가야, 구지봉, 장군차 이야기 등 김해의 역사문화를 담았다.

여채원 씨는 12월 12일 서울서 열린 ‘2023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 통합 성과공유회’에서 전국 최우수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함으로써,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저력을 전국에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 

여채원 씨를 만나 배리어프리(Barrier-free) 문화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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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녹음작업을 하는 여채원 씨



Q. 2023 지역문화활동가 대회·일거리박람회 최우수상에 이어 전국 통합 성과공유회에서 최우수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는데….


평소에 좋아서 하던 일이 문화기획과 만나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아 기쁘다. 아직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 장애인을 위한 것이 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에 대한 공감을 얻은 것 같다. 그 무엇보다도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참여한 이후 제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 한 뼘 정도 성장이 아니라 열 뼘 이상의 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문화제조> 행사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문화기획자들을 접하면서 많이 배웠다. 앞으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 문화기획자로 성장해 나가는 큰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를 들려주는 낭독활동

시각장애인 작가와 만남 열어 토크쇼 하고 

목소리 배우로 무대 설 수 있도록 낭독극 진행

 


Q. ‘흰지팡이의 노래’를 기획한 이유는.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를 들려주는 낭독활동을 8년 정도 하고 있다. 그분들과 함께하면서 문화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작가와의 만남을 열어 토크쇼를 하고, 목소리 배우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낭독극도 진행했다.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주민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었다.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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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 경남 최우수상을 수상한 여채원 씨(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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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 통합 성과공유회에서 전국 최우수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여채원 씨(오른쪽)



Q. 제작 과정 중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려운 점이라기보다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생겼다. 시민리포터 분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모색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열다섯 명의 시민이 지원했지만 녹음 날이 다가오자 다섯 명 정도만 남았다. 호기심이 생겨 참여하기도, 활동에 가치를 두고 참여하기도 하셨을 거다. 하지만 생각보다 대본 작성하는 것이 어렵고 사투리를 사용하는 본인의 목소리에 자신 없어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대본 및 낭독수업을 통해 시민리포터의 역량강화 과정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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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두잇나래 전국장애인시낭송대회 개최



Q. 기억에 남은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전달된 결과물을 들은 시각장애인 분께서 녹음된 소리를 받기만 했는데, 다음에는 본인이 시민리포터가 되어 시민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고 했다. 늘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으신 것 같다. 희망! 희망적인 말씀이다. 정말 감동적이다. 그리고 시민리포터로 참여한 시민 한 분은 태어나 시각장애인과 대화를 처음 해봤다고 했다. 장애인들의 정말 밝고 활동적인 모습을 마주하며 동정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편협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책을 읽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상의 평범함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가슴으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Q. 낭독봉사를 오래 해 왔다.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직장 방송실에 근무하면서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부산점자도서관을 찾아가 청소년도서를 녹음하면서 낭독봉사를 시작했다. 책을 읽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상의 평범함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가슴으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다 9년 전 경남 김해로 이사를 왔다. 우연히 시각장애인들과 시낭송 수업을 하면서 낭독활동을 이어갔는데 2019년 코로나 전, 시각장애인 작가와의 만남을 하면서 항상 밝은 작가 분과 가까이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유쾌하고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그의 얼굴이 상처투성이였다. 보이지 않아 수없이 부딪혀 생긴 상처였다.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 뜨거웠던 눈물이 지금까지 낭독활동을 하게 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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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1회 김해배리어프리영화제 기획. ‘별이 빛나는 밤에’ 지성훈 아나운서와 공동 진행



Q. 현재 대표로 있는 ‘두잇나래’를 소개해 달라.


두잇나래는 ‘두 개를 잇는 날개’라는 뜻이다. 여기서 두 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남자와 여자가 될 수도 있고, 대표이사와 근로자가 될 수 있다. 단절되지 않고 서로를 이어주는 활동을 하는 단체다. 특히 문화예술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배리어프리 문화예술기획을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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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리포터 오디오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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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시낭송수업



Q. 장애인을 위한 문화행사를 다수 기획해 왔다. 앞으로 어떤 행사를 계획 중인가.


지난 11월 11일 올해 가장 큰 행사인 ‘제1회 두잇나래 전국장애인시낭송대회’를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비장애인 시낭송대회는 넘쳐나지만 장애인시낭송대회는 찾기 힘든 현실을 인지하고 장애인들이 시낭송대회 도전을 통해 희망을 얻길 바라며 대회를 기획했다. 지체장애와 지적장애로 나누어 경연을 펼쳤는데 지적장애인이 시낭송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의미 있는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제2회부터는 지체장애와 시각장애, 지적장애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2월 6일, 김해 봉황동 카페에서 시각장애인 지역작가 두 분과의 만남을 가졌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극복하고 꾸준히 시를 쓰고, 수필을 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장애예술인들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용기와 보람을 느끼게 하고 싶어 마련한 자리였다. 함께한 관객들이 더 많은 감동을 선물 받은 따뜻한 시간이었다.

2023년 마지막 문화행사 ‘제2회 김해배리어프리영화제’가 남아 있다.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과 소리 해설로 노인, 눈이 피로한 현대인들 모두가 편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제인데, 작년에 이어 2회를 기다리는 분이 계실 정도다. 

2024년에는 지역의 발달장애 청년예술인 미술작품에 음성 해설을 더해서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 전시를 어려워하는 시민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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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가야문화예술진흥회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수상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다르게 인식하지 않고 

평범한 이웃으로 대하며 함께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장벽 낮추는 활동 이어갈 것”



Q. 활동 과정에서 문화의 힘을 느꼈던 경험이 있나.


올해 5월 노무현재단의 지원을 받아 봉하마을에서 시각장애인이 향기로 공연을 보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진행했는데, 실제 장애인 관객 분들이 많이 오셔서 놀랐다. 장애인을 공연장으로 나오도록 이끌어낸 것이 문화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사례가 있다. 김해 봉황동은 ‘봉리단길’로 널리 알려져 젊은 방문객들이 많은 반면에 주민들은 저소득층이 많은 동네다. 그러니 방문객들의 소음, 주민들끼리 사소한 일로 다투는 일이 가끔 있다. 50년 전통의 중화요릿집 ‘공원반점’ 정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잔잔한 시낭송과 대금소리로 치유와 힐링이 되는 음악회를 진행하면서도 소음으로 고성을 지른 주민의 주택과 인접해 있어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었다. 두 번째 공연이었을 거다. 그 주민이 대금소리가 좋다며 직접 관객으로 자리했다. 음악회를 계기로 얼굴을 붉히던 주민들이 웃는 얼굴로 대하게 만드는 것. 문화의 힘 아닐까?



Q. 이 밖에 하고 싶은 말씀은.


자주 만나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불편하게 생각했던 점이 줄어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문화예술을 함께 즐기면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밖으로 많이 나오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다르게 인식하지 않고 평범한 이웃으로 대하며 함께 문화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활동을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