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페이스 [이달의 인물] 우순근 화가의 행복으로 가는 여정, 시간 여행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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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8 / 24-04-29 글 화유미 / 사진 백동민본문
제 작품 속 자동차의 등장은 전작인 길 시리즈에서 시작됩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까 떠오르는 대로 작업이 부르는 대로 이끌려 가듯이 그리는 거죠.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길에서 시작된 작업은 과거를 싣고 행복하게 달리는 자동차로 이어졌다. 그 끝이 어디일지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우순근 화가의 그림은 우리를 어디론가 향하게 한다.
성실함으로 일궈낸 작품세계
아침형 인간을 넘어 새벽형 인간인 우순근 작가는 아침 7시쯤이면 창원 사림동 작업실에 도착한다. 그때부터 오전 시간은 오롯이 그만의 작업시간이다. 작업실 한쪽에는 바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밑 작업을 해 둔 캔버스와 그림이 완성되면 조립할 액자들로 채워져 있다.
“제 모든 작품의 근간이 되는 게 뿌리기 기법이에요. 그러니까 한지 위에 토분을 뿌리는 건데요. 흙을 정제해서 말려놓은 걸 다시 물로 풀어서 한지에 바른 뒤 그 위에 물감을 뿌려서 색을 올려요. 이게 생각보다 작업 과정이 길어요. 색을 올린다고 금방 원하는 대로 표현되지 않아서 미리 밑 작업을 많이 해놓죠.”
성실함은 그가 전업 작가로서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끊임없는 작업에 대한 열정은 습관이 되었다. 한 작품을 끝내고 포장을 하고 나면 바로 이어서 다음 작품에 대한 영감이 떠오른다. 최근에는 각진 캔버스가 아닌 둥근 캔버스에 빠져서 무척 들떠 있다. 최근 열었던 25번째 개인전에서도 둥근 캔버스에 그린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스물다섯 번째 개인전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18일까지 창원 롯데백화점 갤러리원에서 우순근 화가의 25번째 개인전<시간 여행 스토리>가 열렸다. 부제는 ‘꿈을 담다 행복한 자동차’로 언제부터인가 작품의 상징이 된 미소 짓는 자동차가 주를 이뤘다.
“작업실 안에서도 저의 작품 변화가 느껴질 텐데요. 제 그림의 바탕이 되는 길과 풍경들이 모두 추억에서 비롯된 건데, 너무 과거에만 머물러 있나 싶더라고요. 거기서 조금 탈피하고자 자동차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풍경은 과거일지 몰라도 사물은 현대의 것을 접목해 보자. 그래서 자동차를 길 위에 올렸는데, 굳이 정형화 하지 말자 싶어서 자동차 위에 추억을 담았습니다.”
자동차는 현대의 이동 수단이지만 행복의 수단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자동차에 스마일 표시가 붙은 것은 여기서 비롯됐다. 우리가 살면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지만 결말은 행복으로 간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작가의 말에도 이와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작품에 표현된 배경인 황(黃)색은 모든 색의 근원이자 우주의 중심으로 가장 고귀한 색이다.
작업하는 내내 생각을 한다. 우리의 작고 소소한 감정들이 황(黃)색의 의미처럼 귀하게 여겨진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나의 주변이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을까...
우순근 화가 25회 개인전
- <시간 여행 스토리>‘꿈을 담다 행복한 자동차’ 작가의 말 중 -
작업이 부르는 대로
자동차 위에서 연을 날리는 아이들, 뛰어노는 아이들은 우순근 작가의 추억이기도 하고 그림을 보는 관람객들의 추억이기도 하다. 누구나 그림을 보면서 상상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황색 길 작품의 시작은 한 풍경에서 시작됐습니다. 가을에 고성에서 삼천포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가는데 어느 순간 노란 길밖에 안 보여요. 그게 모티브가 돼서 시작된 그림이 연결되고 연결돼서 여기까지 온 거죠.”
다음 작품에서는 황색 바탕의 자동차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의 작업 방식은 계산된 것이 아닌 작품이 작품을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작품의 모티브나 방향성은 새로운 것이 아닌 언제나 내면에서 비롯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시보다는 작품에 조금 더 집중할 예정이다.
“내년에 전국 순회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행 삼아 도 단위로 제주도까지 돌고 경남에서 전시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렇게 전시가 끝나면 황색 작업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데 또 모르죠. (웃음) 아무튼 이런 생각으로 매일 열심히 붓을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