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페이스 2023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 ‘극단 큰들’ 산청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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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4 / 23-09-26 글 정재흔 작가 / 사진 극단 큰들 제공본문
사진 1) 극단 큰들 마당극 '남명'
산청읍에서 차황면으로 넘어가는 내수리 고갯길에 위치한 산청마당극마을. 이날은 온 마을이 떠들썩했다. 아랫마을 윗마을 주민들을 초대해 한판 거하게 놀고자 ‘극단 큰들’이 특설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 극단 큰들은 지난 2019년 이곳 내수리 작은 마을에 터를 잡았으나 그간 코로나 팬데믹 등이 겹치며 인근 주민들과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이웃에 이사떡 돌리듯, 우리네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돌리는 극단 큰들을 만났다.
‘극단 큰들’은 마당극 전문 예술단체로
진주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다
지난 2019년 산청으로 본부 옮겨
창립 39주년 맞은 ‘극단 큰들’
1984년 창단해 올해 창립 39주년을 맞은 극단 큰들은 마당극 전문 예술단체다. 진주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다 지난 2019년 산청으로 본부를 옮겼다. 현재 산청에 본부를, 진주와 창원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상근단원은 35명, 큰들 풍물단은 30여 명이며 시민 풍물단과 후원회원을 합쳐 2,500명 가량이 큰들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산청 약초 설화를 다룬 ‘효자전’, 남남북녀 혼례 판굿이란 별칭이 붙은 ‘오작교 아리랑’, 박경리 소설 토지를 재구성한 ‘최참판댁 경사났네’ 등이 있으며 각각 300회, 280회, 270회 이상 공연된 스테디셀러다.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 선정돼
지난여름 단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전문가 초빙해 풍물 기량 더욱 향상
사진 2) '오작교 아리랑' 1
사진 3) '오작교 아리랑' 2
사진 4) '오작교 아리랑'
“지역성 있는 작품으로 지역문화에 기여하고 싶어”
극단 큰들은 산청, 하동 등 경남 등지를 비롯해 전국과 해외까지 한 해에 무대만 100~120회 정도 올릴 정도다. 바쁜 공연 일정을 소화하려면 엄청난 양의 연습이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산청마당극마을엔 아직 공연장이 없다. 이번 2023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에 신청한 이유다.
마을엔 사무실, 실내연습실 겸 식당, 복합 공유공간 등이 조성돼 있지만 공연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아 연습할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극단 큰들은 올여름 산청문화예술회관에서 첫 번째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렸다. 대표작 ‘찔레꽃’이다.
마당극 ‘찔레꽃’은 인체의 오장(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과 주인공 정귀래, 그리고 정귀래의 오남매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동의보감 속 삶의 지혜와 철학을 담고 있다. 공연은 온 가족이 관람할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며 지형·동물·식물 등 경남과 산청지역 자연환경을 녹여낸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첫 번째 레퍼토리로 보듯, 극단 큰들은 역사성, 지역성이 있는 작품을 제작해 왔다.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공연할 때는 산청의 약초 설화를 다룬 ‘효자전’을, 산청 인물인 남명 조식과 그의 경의사상을 표현한 ‘남명’, 임진왜란 63전 63승 불패의 역사 ‘정기룡’ 등이 있다.
김세림 기획실장은 지역성 있는 작품만 창작하냐는 질문에 “꼭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꼭 그런 작품만 만드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고, 그 지역성이 문화예술 공연을 통해 지역의 문화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5)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 3
9번 웃고 한 번 찡하게 감동받는 작품 추구
큰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작품은 ‘관객이 9번 웃고 한 번 찡하게 감동받는 작품’이다.
“사람들이 살맛 나는 세상,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어요. 그래서 마당극의 내용도 권선징악이 많고요. 마당극 한 번 재밌게 보고 간 관객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이 에너지 덕분에 더 힘난다고 말씀들 많이 하세요. 그래서 저희도 공연으로 많은 분들께 즐거움을 드리고 한 번 뭉클한 순간을 드리자 생각하고 다양한 장르, 다양한 주제를 다뤄 보고 있어요. 두 번째 레퍼토리인 창작초연 ‘이상해지구, 뜨거워지구’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 선정 계기로
환경 관련 ‘이상해지구 뜨거워지구’ 창작
지난 8월 산청문화예술회관서 첫선
사진 6 ) 산청문화예술회관서 열린 '이상해지구 뜨거워지구' 공연사진 1
사진 7) '이상해지구 뜨거워지구' 공연 장면 1
사진 8) '이상해지구 뜨거워지구' 공연 장면 2
기후 위기 다룬 창작 ‘이상해지구, 뜨거워지구’
‘이상해지구 뜨거워지구’는 지난 8월 산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지구온난화로 이상 기후가 속출하는 현시대와 중국 고전 서유기 속 손오공 사단을 접목한 마당극이다.
극한의 더위와 추위, 점점 거세지는 태풍, 홍수, 가뭄 등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가 총출동해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구 온도 낮추기 대작전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지역성을 담아 왔던 지난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범위를 지역에서 전 지구로 확장하고 우리의 이야기, 지금 세대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 ‘기후 위기’가 새롭게 부상한 탓이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고민이 새로 생겼어요. 지구는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환경 관련 작품을 우리 한번 해보자 하던 찰나에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돼서 좋은 기회로 무대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실내보다 액션은 크게 전개는 빠르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극단 큰들은 지난여름 단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했다. 전문가를 초빙해 풍물 기량을 더욱 향상시키고 화술, 연기술을 훈련했다. 다음으로는 인형극 제작을 배웠다.
마당극은 조명과 무대 단차로 공연을 주목시키는 실내공연과 다르다. 따라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대사 전달과 소품 등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한낮에 야외에서 공연을 하니까 무대가 조금 더 돋보일 수 있는 장치가 어떤 게 있을까 고민이죠. 마당극은 실내공연장 입장과는 달라요. 일부러 찾아온 분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우엔 지나가다가 ‘저게 뭐지?’ 하다 앉아서 보세요. 산만함 속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관객의 시선을 어쨌든 집중시켜야 해요. 그래서 굉장한 에너지가 들어요. 액션도 커야 하고 전개도 빨라야 하고 소품도 크고 과장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산만함 덕에 마당극에선 꽤 재밌는 돌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효자전’ 공연을 하던 중 할머니 관객 한 분이 갑자기 무대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배우들보다 더 배우 같은 멋진 장면을 이분이 연출한 거죠. 그래서 다른 관객들도 재밌어 하고요.(웃음)”
35가구 남짓 산청마당극마을에선
모두가 공연을 위해 함께 연습하고
함께 밥을 먹고 아이디어 나눠
행복 에너지의 원동력은 ‘팬’
흡인력 있는 작품을 만드는 비결은 바로 ‘행복’이다.
“재밌고 행복한 공연을 만들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돼요. 마당극 공연을 할 때 가진 에너지는 저희의 행복에서 나옵니다.”
35가구 남짓 작은 산청마당극마을에선 모두가 공연을 위해 함께 연습하고 함께 밥을 먹고, 아이디어를 나눈다. 안정된 주거와 함께, 항상 큰들을 응원하는 2,200여 명 후원회원과 팬들의 존재도 큰들을 든든하게 한다.
이에 보답하고자 큰들은 어제와 똑같은 공연은 하지 않는다.
“대사 하나가 달라지더라도, 소품 하나가 바뀌더라도 한 공연을 300회 올린다는 건 어제 했던 작품을 그대로 한다는 게 아니에요. 매번 새로운 공연으로 가야 해요.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재미없는 부분을 들어내고 완성도를 높여요. 60분 분량의 작품에서 대사 한두 개 바뀐다고 해서 관객들은 몰라요. 근데 어떤 분은 바뀐 부분을 찾아내요. 또, 한번은 산청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하는데 그날 전석매진이었어요. 사전예매 하지 않은 분이 오셔서 ‘예술회관에 예매를 해야 하는갑네. 그냥 오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하시더라고요. 저희 공연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지금의 큰들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진 9) 동의보감촌 상설 마당극 ‘효자전’ 공연
극단 큰들의 다음 공연은
극단 큰들은 현재 산청 동의보감촌, 하동 최참판댁에서 주말상설공연을 하고 있다. 오는 10월 17일엔 공연장 상주단체로서 세 번째 레퍼토리 ‘목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보다 더 가까운 무대도 있다. 진주 큰들에선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자체 기획 공연 ‘문화오늘’을 개최하고 있다. 30석 규모의 작은 공간에서 노래, 연기, 연주 등 눈앞에서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자리란다. 온 가족과 함께 즐기거나, 퇴근 후 맥주 한 잔 마시며 한판 재밌게 놀아보면 어떨까.
산청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 공연
- 10월 17일(화) 오후 7시 <목화>
산청 동의보감촌 상설공연 일정
- 10월 28일(토), 10월 29일(일) 오후 2시 <목화>
- 11월 4일(토), 11월 5일(일) 오후 2시 <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