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트렌드 도지사 관사&도민의 집 개방 1주년 “연 방문객 10만 명” 문화쉼터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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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4 / 23-09-26 글 / 사진 정재흔 작가본문
도심 속 문화쉼터로 자리매김한 ‘도지사 관사&도민의 집’이 개방 1주년을 맞았다. 경남도지사 관사는 민선 8기 박완수 지사의 핵심 공약인 ‘도지사 관사 도민 환원’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15일 완전 개방됐다.
도민 의견 수렴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도민의 집은 전면 개방한 이래, 9월 현재 방문객 10만 명을 돌파, 경남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지난 1년 동안 연중 상설 전시, 기획전, 매주 토요일 열린 음악회와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도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덕분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도민들의 큰 사랑에 감사의 의미를 담아 지난 9월 23일 기념 선물 같은 개방 1주년 기념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 현장을 찾아 도민들을 직접 만나봤다.
사진 1) 개방 1주년 축하메시지를 달아놓은 포토존
사진 2) 경남도민의 집 입구에서 펼쳐진 플리마켓
가을 정취 머금은 개방 1주년 음악회
개방 1주년 기념 음악회의 주제는 ‘Fall In Classic.’ 선선한 가을 날씨에 청명한 하늘이 더없이 잘 어울린 주제였다. 이날 본행사인 음악회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부대행사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돼 많은 도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도민의 집 입구에서부터 플리마켓이 열려 창원 용호동 가로수길을 오가는 이들의 눈을 먼저 사로잡았다.
친구와 함께 도민의 집을 찾은 남화정 씨 역시 붐비는 플리마켓을 보고 걸음했다.
“김해에서 친구 보러 창원 가로수길에 놀러 왔는데 플리마켓이 열렸길래 그냥 들어왔어요. 도지사 관사가 개방됐다는 소리를 듣긴 했어도 이렇게 온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좋네요. 야외에서 공연 보는 것도 처음이에요. 플리마켓 말고 색칠놀이도 있고 네컷 사진도 있어 재밌어요.”
사진 3) 부대행사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네컷 인생사진
사진 4) 이날 하루 도민의 집 잔디마당은 아이들 놀이터가 됐다
사진 5) 이수진 씨의 딸은 친구와 색칠놀이에 흠뻑 빠졌다
갖가지 부대행사로 즐거움 더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마련한 부대행사는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개방 1주년 사진 콘테스트와 포토존&네컷 인생샷 사진 등.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네컷 인생샷이다. 꽤 긴 시간 동안 5팀 이상이 포토부스 앞에서 줄을 섰다. 그 옆엔 투명한 코팅지에 축하메시지를 쓰고 매달아 포토존을 꾸미는 부스가 있고 앞엔 꼬마 손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색칠놀이가 있었다.
창원시 성주동에서 일부러 걸음했다는 이수진 씨도 어린 자녀들이 마음껏 색칠놀이를 하도록 기다리는 중이었다.
“SNS로 공연 같은 거랑 플리마켓이 있다는 건 알고 왔거든요. 그런데 애들이 여길 너무 좋아하네요. 잔디도 넓고 나무도 예쁘고 행사가 끝나면 종종 와서 애들이랑 뛰어놀고 피크닉도 하고 싶어요.”
사진 6) 도민의 집과 도지사 관사 일월에서 개최된 ‘ESSENTIAL’전
사진 7) ‘ESSENTIAL’전을 감상하고 있는 차재석 씨
청년 작가 초대전으로 더 풍성한 행사
한편, 도민의 집과 도지사 관사 두 곳에서 경남청년미술작가회의 ‘ESSENTIAL’ 전시가 9월 5일부터 열리고 있었다. 한국화, 서양화, 민화, 도예 등등 청년 작가들의 톡톡 튀는 미술작품은 도민의집 안에서 도민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한 달에 한 번은 경남도립미술관을 찾는다는 미술애호가 차재석 씨는 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메인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김형준, 조현두 같은 청년 작가들 작품을 이런 데서 보게 되니까 또 새롭고요. 미술관과는 다르게 대중의 접근이 쉬워서 작품 훼손 우려도 있지만 또 반대급부로 더 가까이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상설 전시관은 아무래도 제한적이잖아요? 근데 도민의 집은 가깝고 자유로우니까 어떤 소재를 어떻게 써서 어떤 주제를 노리고 표현했는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오늘은 일 때문에 시간이 남아 들렀지만 앞으로 창원에 오게 되면 종종 들를 것 같네요.”
경남지역 청년작가들의 단체인 경남청년미술작가회는 도지사 관사 일원에서 ‘ESSENTIAL’전을 10월 1일까지 계속한다.
사진 8) 오페라 공연 보러 가는 길
사진 9) 대밭 숲에서 펼쳐진 오페라 공연
대밭 숲에서 누리는 오페라 공연
본 행사인 기념 음악회는 도지사 관사와 도민의 집 사이 대밭 숲에서 개최됐다. 경상오페라단은 자리를 빼곡히 메운 청중들에게 유명 성악곡 셀렉션에 이어 피아노 소품 셀렉션, 한국 가곡 셀렉션, 축배의 노래 셀렉션 순으로 보답했다.
비제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 투우사의 아리아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페라 넘버는 물론 정은정 피아니스트의 ‘Widmung’로 가을날 정취를 돋웠다.
이곳을 찾은 일본 유학생 타츠타 미사토 씨는 소중한 기억이 됐다고 말한다.
“일본에는 공공기관을 이렇게 대중에게 개방하는 경우가 잘 없습니다. 지금 보면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고 어린 아이들도 많습니다. 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만 참석자들이 대수롭지 않아 합니다. 가족끼리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이라서 더 좋아 보입니다.”
이날 대밭 숲 음악회 자리는 캠핑 의자 30여 석, 돗자리 30여 석 등 만석이었다. 유모차를 탄 어린 관객들도 제법 됐다. 온 가족 나들이는 물론, 친구들과 삼삼오오 놀러 온 어르신들도 꽤 있었다.
젊은 부부들과 연인들 사이로 흰머리 지긋한 칠순의 이경남(가명) 씨 일행도 고개를 끄덕여가며 클래식 음률에 빠져들고 있었다.
“우리가 실내 아니면 영상을 통해서 이런 고급 공연을 접할 수 있잖아. 그런데 이런 야외 공연을 직접 보니 색다른 맛이지. 평소 라디오 클래식 FM을 즐겨 듣는데 계절이 가을로 접어드니까 이런 야외 공연이 참 좋아. 내 귀로 들을 수 있잖아. 친구들이랑 용호동에 밥 먹고 차 마시러 왔다가 멋진 공연 보고 가네요.”
이경남 씨의 추천곡은 이수인 작사·작곡의 ‘내 맘의 강물’로, 경상오페라단 이상규 테너, 강수정 메조 소프라노의 무대다.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삶이 힘들어도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간다니까. 수많은 날이 떠나갔어도 강물이 끝없이 흐른다잖아. 우리 인생에서 어떤 소중한 기억은 끝없이 흘러서 우리 메마른 가슴을 적실 거야.”
기념 음악회에 모인 누구나 이날 기억을 소중히 여길 테다. 청명한 날씨에다 감성 어린 클래식 공연까지. 10년이 지난 어느 날에도 꺼내보리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가을날 선물 같은 음악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