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페이스 신명나게 장구 치는 영원한 광대(廣大) 국가무형문화재 통영오광대 이수자 신성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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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3 / 23-08-28 글 정재흔 작가 / 사진 신성욱 ( 통영오광대보존회 제공 )본문
“나는 지금도 ‘광대’라 그럽니다. 나는 ‘예술가’ 이래 안 합니다. 나는 지금도 장구 치는 광대, 넓을 광 자에 큰 대 자. 세상을 넓고 크게 사는 사람이 광대다. 그게 진짜 광대지.”
통영오광대 이수자 신성욱 씨가 본인을 소개하는 말이다. 얼마나 넓게 사는지 그의 무대는 기어코 신들의 땅, 신명까지 닿았다.
사진 1) 통영오광대
“1980년대 경남대 탈춤반이 여름엔
꼭 통영으로 가서 오광대를 배웠어요.
그러니까 1학년 때 통영오광대를 만났죠.”
스무 살 청춘에 만난 통영오광대
신성욱 씨는 대학 82학번 스무 살 청춘에 장구를 만났다. 그 당시 잘나가던 건축공학과에 입학했는데 입학 직후 탈춤 동아리에 잡혀 41년이 지난 지금껏 장구를 치고 있단다. 젊을 땐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장구 치고 놀았으니 장구가 그에게 잡힌 게 아닐까.
“경남대 탈춤반 민소리가 여름엔 꼭 통영으로 가서 오광대를 배웠어요. 그러니까 1학년 때 통영오광대를 만났죠. 경남대 민소리는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이 실력을 인정할 정도였어요. 한국교원대 탈춤반이 생길 때 제가 가서 지도를 했다니까요.”
통영오광대는 탈춤의 특징인 해학과 풍자적 성격을 그대로 지닌 현존하는 탈춤 중에서 양반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극적인 요소가 짙은 마당놀이다.
사진 2) 신성욱
“요즘엔 주어지는 공연 시간이 짧아
재미없는 부분이라 해서 다 줄여요.
유머나 재미보다 예술성을 살려야 하는데….”
2009년 통영오광대 이수자로 선정
통영오광대 공연에서 그는 악사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쭉 악사였다. 대학생 때 이기숙, 유동주, 김상성, 강영구, 강연호로부터 춤과 악을 배웠다. 통영오광대보존회에 정식으로 가입한 2002년부터는 구영옥, 김옥연, 김홍종에게 사사했다. 이수자로 등록된 건 2009년이다.
무형문화재 전승 자격은 맡은 배역 하나만 잘한다고 다 주는 영예가 아니다. 그가 맡은 악은 물론 탈꾼들의 노래와 춤, 탈을 만드는 솜씨와 학술 지식도 갖춰야 한다.
사진 3) 통영오광대
“영양공주, 난양공주, 진채봉, 한월선, 백능파, 계섬월, 심묘란, 김옥선, 일등미색 월태화용 고운 태도 양반 눈앞에 너훌너훌 춤을 추니 이 난들 어찌 춤을 한 분 아니 추고 갈손가. 원양반이 이래 부르면 이 뒤에 팔선녀가 나와서 춤을 춥니다. 그런데 이제는 팔선녀춤을 안 해요. 통영오광대는 전 과장을 다 하면 2시간도 부족합니다. 요즘엔 다른 행사나 TV 프로그램 녹화나 저희한테 주어지는 공연 시간이 짧으니까 재미없는 부분이라 해서 줄이고 줄이고 다 줄여요. 무형문화재니까 유머나 재미보다는 예술성을 살려야 하는데….”
농악의 으뜸 장구수 ‘설장구’
그는 통영오광대의 일원으로서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은 물론 장구 치며 ‘잘’ 놀아왔다. 놀이패 베꾸마당, 우리놀이를 가꾸어가는 사람들 문지방을 창단해 풍물을 대중에 전파했고 풍물패 소리바디를 창단해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사진 4) 신성욱
“장구는 우리 국악의 근본이에요. 국악 수천 수백 곡 중에 장구가 없는 곡이 몇 곡 없어요. 서양으로 치면 피아노하고 똑같은 거예요. 장구는 우리 음악을 이끌어가고 박자와 장단, 춤을 만들어가는 지휘자 격입니다.”
그의 특기는 ‘설장구.’ 화려한 장구가락에 춤사위(발림)을 곁들인 것인데 농악에서 장구를 치는 장구수 중에 으뜸인 이를 일컫는다. 농악대에서는 이 설장구가 맨 앞에 선다. 그의 설장구는 김병섭류 설장구를 바탕으로 다스름-휘모리-굿거리-자진모리-연풍대로 구성된다. 굿거리 장단에는 통영오광대의 배김새 장단을 응용한 부분도 있다.
사진 5) 신성욱
장구 인생 40년을 기념해
오는 11월 창원에서
특별한 무대를 하나 준비 중
전문예술인 복지 강화와 국악계 자정 작용 강조
자기소개대로 장구 치는 광대로 40년 살았으니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을 터.
“요즘 문화예술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생활예술 지원이 강화됐는데, 전문예술인 지원을 줄여서는 안 됩니다. 통영오광대 전수관을 지은 이유가 뭡니까. 유네스코 무형문화재가 되면 무형문화유산을 잘 보존, 전승하라는 것 아닙니까. 생활예술인 지원이 늘어난 만큼 전문예술인 지원도 늘려 달란 소립니다. 빼앗아서 달라는 게 아니고요. 또, 국악계에서도 자정 작용이 필요합니다. 문화예술교육 강사풀제 도입 취지는 청년실업 구제입니다. 강사풀제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으면 청년들을 위해 물러나라 이겁니다. 소리바디 창단해서 저는 후배들한테 장구까지 다 넘기고 고문으로 있습니다. 공연을 하면 표도 팔아 주고요. 그렇게 해야 ‘노털’들이 국악이 어쩌니 정책이 어쩌니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사진 6) 신성욱
그는 장구 인생 40년을 기념해 오는 11월 창원에서 특별한 무대를 하나 준비하고 있다. 이 무대에서 장구 공연뿐만 아니라 통영오광대 배역도 선보일 요량이라고 한다.
사진 7) 통영오광대
☞ ‘통영오광대’ 오광대는 낙동강 서쪽의 탈춤을 가리키는 말로, 낙동강을 중심으로 부산 동래, 수영 지방에서는 야류(들놀음), 통영·고성·가산 지방에서는 오광대로 불린다. 통영오광대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제1과장 문둥탈, 제2과장 풍자탈, 제3과장 영노탈, 제4과장 농창탈, 제5과장 포수탈 등 다섯 과장으로 구성된다. 문둥이, 말뚝이, 양반, 팔선녀, 영노, 각시, 사자, 포수 등 3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양반과 파계승의 풍자, 처와 첩의 문제 등 민중의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통영오광대 춤은 경상도 덧배기 춤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춤사위다. 가장 특징이 있는 춤은 문둥이춤으로 꽹과리가 주도하는 반주에 맞추어 문둥이의 생애와 한을 표현하고 있다. 남해안별신굿의 굿가락이 할미역에 녹아 내용이 풍성하고 구성진 게 특징이다. 춤사위와 연희형식은 전국 탈놀이 중 원형에 가장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본래 음력정월대보름에 놀았으나 지금은 통영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공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