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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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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페이스 함께 공유하며 더욱 성장하는 도예가들 수로요 도예레지던스 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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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2 / 23-07-31 글 정재흔 작가 / 사진 수로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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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모양이라도 가마에 들어간 순간 도자는 모습을 달리한다. 유약의 종류와 바람의 방향, 불씨의 온도 등 조건에 따라 바뀌므로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수로요 도예 레지던스는 가마와 같다. 신진이든 장인이든 가마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오색찬연한 고유의 빛을 낸다. 하늘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수로요 도예레지던스의 오픈스튜디오 ‘Share Space in Suroyo’가 열렸다. 빗 속에서도 식지 않는 뜨거운 예술가들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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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 수로요 도예레스던스 오픈스튜디오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2023년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 선정 



폐교 리모델링한 교육·체험 공간 


도예레지던스는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대표적 인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학교장 이위준)는 지난 2012 년부터 레지던스를 운영해 오고 있다.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2023년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돼 오는 11월까지 사업 을 수행 중이다. 수로요는 경남 고성군 옛 회화중학교 구만분교 자리에 있 다. 도예가인 보천 이위준 수로요 대표가 김해 진례에 있던 가마터를 2007년 이곳으로 옮기면서 고성에서의 역사가 시작됐다. 정문을 들어서면 운동장에 전시된 도자공룡 20 여 점이 손님을 반긴다. 수로요는 운동장을 비롯한 학교 건물을 십분 활용해 체험 과 교육 시설로 조성했다. 한 해 약 3,000~4,000명이 이 곳을 찾는다.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 본관, 체험 공 간 1동, 소성실과 유약실을 포함한 공방 1동이 있고, 가스가 마 2개, 전기가마 2개, 전통 장작가마 2개에 불을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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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 6인의 수로요 입주작가와 이재림 기획자 



수로요 도예레지던스 오픈스튜디오는

입주작가들의 작품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개방 공유 프로그램
 


신진 작가들의 요람이자 지역 문화공간 


오픈스튜디오는 입주작가들의 작품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개방 공유 프로그램이다. 수로요 도예레지던스의 오픈스튜디오에는 입주작가들과 해외 작가, 국내 무형문화재, 도자기 장인, 현대도예 작가를 비롯해 지역 예술인, 지역 대학생들이 함께한다. 이들은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각자의 예술 세계를 보다 폭 넓게 확장한다. 신진 작가들의 요람이자 지역민들의 문화 공간인 셈이다. 수로요 도예레지던스에는 현재까지 13기수가 거쳐 갔는데 한·중 도예워크숍과 초청작가 등을 더하면 80명 이상의 작가가 이곳에서 창작열을 불태웠다. 행사 주제는 매년 바뀐다. 올해 주제는 ‘Share Space in Suroyo’로 공간을 공유하자는 뜻이다. 수로요·보천도예창조 학교의 이재림 기획자는 공유 공간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시각 예술인들의 작업이 대개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면, 도예가는 소성실, 가마실 등으로 이동이 필수적입니다. 레지던스 작업실에서 벗어나 서로의 공간을 오가는 것에 착안했죠. 작년에는 ‘도예레지던스 클레이어(Clay와 Player 의 합성어)’로 한 개인을 선수로 성장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다양한 분야, 연령, 성별, 장르의 작가들이 교류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수로요 도예 레지던스에는

임지윤·심도윤·조유주·손미정·서인애·김정변지 등

6명의 입주작가 함께해 


수로요 레지던스는 2014년부터 도예뿐 아니라 일러스트, 사진, 조소, 회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를 품어 왔다. 올해 입주작가도 제각각 개성 있는 작가들로서 영상과 퍼포먼스가 더해졌다. 올해 수로요 도예레지던스에는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간 임지윤, 심도윤, 조유주, 손미정, 서인애, 김정변지 등 6 명의 입주작가가 함께한다. 입주작가 6인은 도예를 시작한 지 2년 남짓. 타 장르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거나 창작 예술이 처음인 신진 예술인들이다. 조유주, 임지윤 작가는 시각예술가이며, 심도윤 작가는 지난해 예술인으로 첫발을 디뎠다. 손미정 작가는 마술사, 서인애 작가는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김정변지 작가는 영화감독이다. 이번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임지윤, 심도윤, 조유주 3인과 초청작가 권기현, 고영실, 윤성호, 김상성, 박재철, 최은철 6인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8561d802f209f50af191de730d51b143_1690794100_0831.jpeg 사진 3 ) 보천 이위준 수로요 대표와 작가들이 작품 제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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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 6인의 수로요 입주작가 



“다양한 교류로 작품 세계 넓혀가길”   


오픈스튜디오 행사에 고성, 창원, 진주, 청주 등 각지의 예술인과 공예 전공 대학원생 등이 참석했다. 이위준 대표의 개회사에 이어 입주작가, 초청작가 소개 코너 ‘작가와의 만남’, 라쿠 시유, 라이브 작품 제작 순으로 진행됐다. 임지윤 작가는 우리나라와 프랑스를 오가며 드로잉과 설치미술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날 오픈스튜디오에서는 코일링으로 만든 기물에 드로잉 시범을 보였다. “저는 드로잉을 어떻게 입체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2017년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철사에 한지를 입혀 만든 작품을 선보였는데, 여기서 작업은 그 연장선상이에요. 백자가 사람 피부와 비슷한 질감을 주더라고요. 흙에 대한 물성을 체 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또 물레라거나 다른 기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오픈스튜디오는 신진 예술인의 인큐베이터로서 타 장르와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도 선배 예술인과의 교류로 ‘도예’라는 핵심을 잃지 않게 돕는다. 30 년간 도예가의 길을 걸어온 추곡 권기현 선생처럼. “우리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그걸 벗어나기 힘든데 젊은 작가를 만나서 새로운 장르에 대한 작업을 보면 에너지가 부럽기도 하고요, 열심히 창작해야겠다는 새로운 기운도 받지요. 또 기술적인 면은 젊은 작가들이 우리 보다 낫지만 깊이나 경험은 저희가 강하죠.” 작가들뿐만 아니다. 진주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류은영 씨처럼 지역 예술인들에게도 이 오픈스튜디오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수로요가 아니면 다양한 작업을 보러 서울이나 수도권까지 올라가야 해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협회에 소속돼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볼 수 없죠. 결과물만 보여지는 전시회와는 달리 오픈스튜디오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아요.” 서로 예술에 대한 환담을 나누며 오픈스튜디오의 밤은 바비큐 파티와 함께 무르익어 갔다. 수로요 도예레지던스는 동시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매년 한자리에 모으고 있다. 입주 조건이 까다롭지 않으니 새로운 도 전을 원하는 예술인들은 지원을 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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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 오픈스튜디오서 펼쳐진 라이브 작품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