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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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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페이스 지역에서 발굴한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잊힌 ‘창동’과 청년들의 자화상 ‘창수’ 이야기로 되살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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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0 / 23-05-30 글 김규남 작가 / 사진 3·15아트센터, 창동갤러리 라상호 관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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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창원 마산의 낭만 가득했던 창동 거리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바로 이런 시기에 지역민과 학생, 창원문화재단이 힘을 모아 잊혀 가는 ‘창동’과 청년들의 자화상 ‘창수’를 이야기로 되살려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기획지원 사업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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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를찾아서_1978 12창동거리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는 마산 창동 거리와 창동을 사랑한 시인 이선관을 재조명하고 잊혀 가는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콘텐츠화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창원문화 재단 3·15아트센터와 경남대학교,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 창동예술촌이 힘을 모아 책을 만들고 전시를 열었으며 뮤지컬을 제작해 무대에 올리는 등 문학과 전시, 공연 등 3개 분야를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과거와 현재의 창동을 살아가는 지역민들의 이야기가 모여 지역을 재조명할 수 있는 새로운 한 편의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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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를찾아서_1989 8시민극장


이야기의 시작이 된 뮤지컬 <창수책방>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20년 초연된 뮤지컬 <창수책방>이 었다. 지난 2017년 경남스토리랩 공모전에 손상민 작가의 뮤지컬 대본 ‘창수책방’이 당선됐다. 마산 창동에 있는 ‘영록서점’을 모티프로, 창수책방을 운영하는 신 씨가 시한부 삶을 선고받게 되자 책방을 물려주고자 아들 창수를 불러 들이면서 극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시대 청년들이 그렇듯 창수 역시 책방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고, 이에 신 씨는 전 재산과 책방을 걸고 ‘이선관 시인 시 낭독회’를 개최한다. 지역을 떠나고픈 창수와 마산어시장 생선가게 아주머니 말자, 3·15의거를 생생하게 겪은 노인 춘삼,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시민 서원 등 오늘날 창동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대본은 당선 이후 3년간 작품화되지 못했고, 이 에 2020년 경남대학교 유영재(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어 3·15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학생들의 노력으로 완성된 <창수책 방>을 본 3·15아트센터 관계자는 지역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지역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무대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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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를찾아서_2022 창수책방 실황


“잊혀 가는 창동, 모두의 이야기로 되살리자” 


3·15아트센터는 뮤지컬 <창수책방>이 지금 우리 창원의 이야기이자 어느 지역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그때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는 문화예술기획지원사업 (구명칭 시·도 문화예술기획지원사업)이 지역 문화재단으로 범위가 확장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좋은 기회였다. 지역민과 협의해 기획안을 만들고, 다양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를 기획해 공모사업에 지원했고, ‘2022 시·도 문화예술기획지원사업’에 선정 되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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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를찾아서_이선관 시인


문학: 내가 찾은 창동 그리고 이선관 시인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의 문학 프로그램은 ‘내가 찾은 창동 그리고 이선관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마산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된 문학 프로그램은 그 시절 창동과 이선관 시인을 기억하는 주민들과 함께 이선관 시인의 작품 세계를 함께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민들이 풀어낸 창동과 이선관 시인에 대한 추억은 윤은주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이 엮어 <창동, 그리고 이선관>이 라는 책 한 권으로 만들어졌다.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의 결과물이자, 옛 창동과 이선관 시인의 추억이 책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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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를찾아서_전시


전시: 창수를 찾습니다 


마산 창동과 이선관 시인에 대한 시민들의 추억 조각을 모아 새로운 이야기로 완성해 낸 커뮤니티 아트 전시회 ‘창수를 찾습니다’도 큰 호응을 얻었다. 전시 프로젝트는 창동 예술촌에 입주한 양리애 설치미술가와 최남배 조각가, 라상호 창동갤러리 관장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함께 참여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선관 시인의 시 644편의 제목을 비주얼아트로 구현해 전시하고, 창동의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해 특별한 전시장을 구현했다. 이번 전시는 창동과 이선관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아카이빙하는 특별한 기회였고, 전 세대가 함께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색다른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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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를찾아서_창수책방


공연: 뮤지컬 <창수책방>


프로젝트의 시작점이기도 한 뮤지컬 <창수책방>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초연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고 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아트를 풍부하게 활용하면서 작품의 수준이 한 단계 수준이 높아졌다. 경남대 유영재 교수와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 여기에 창원시민이 더해져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창수책방>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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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를찾아서_공연연습


창수를… 찾았을까?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는 잊힌 지역의 문화를 다시 공유하면서 지역민이 함께 공통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3·15아트센터 문예사업부 이수진 과장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최고의 결과물은 ‘시민들의 참여’와 ‘학생들의 기회’라고 손꼽았다. “정말 많은 분이 창동에 대한 좋은 기억을 풀어내 주셨고, 그 부분을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어요. 특히 학생들의 참여가 돋보였는데, <창수책방>에서 창수가 지역을 떠나려고 했듯이 지금도 더 큰 기회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휴학하거나 지역을 떠난 학생들이 없었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창수를 찾아서’가 학생들에게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들어서니 궁금한 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창수는 누구이며, 애타게 찾던 창수를 찾았을까? 이수진 과장은 창수는 ‘우리 모두’이며 더 많은 창수를 찾는 중이라고 답했다. “창수는 뮤지컬의 주요 인물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마산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해요. 비단 마산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떠나고 싶은 마음과 남아서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할 거예요. 그들 모두가 창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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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를찾아서_전시물 '시간의벽'을 준비하는 경남대학교 청년들과 양리애작가


‘오늘의 창수’가 ‘내일의 창수’에게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는 2023년에도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또 한 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올해 진행될 사업은 지난해 사업을 발판 삼아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더 좋은 무대를 꾸려나간다. 문학 분야에서는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에서 ‘창동 사람 과 삶터’가 진행된다. 전시 분야는 창동예술촌 아트센터에서 ‘창수외전’이, 공연은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뮤지컬 <창수책방> 삼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해 어르신들의 시선으로 창동을 조명했다면 올해는 청년들의 시선으로 창동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창수 역시 고향에 남는 창수뿐 아니라 떠났다가 돌아온 창수,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창수 등 다양한 창수를 조명할 예정이다. 뮤지컬은 지난해 관람객의 피드백을 반영해 지역 전문 배우를 캐스팅해 한층 완성도 있는 무대를 꾸려나간다. 이 과 정에서 단순히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년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창수’를 키워내고자 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앞으로 <창수책방> 뮤지컬과 ‘창수를 찾아서’라는 브랜드가 창원을 대표하는 문화기획으로, 경남의 자랑이되는 문화기획으로 오랫동안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