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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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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페이스 공동체의 젖줄, 문화우물사업 어떻게 해왔나 진해 웅천마을 ‘웅천 두레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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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0 / 23-05-30 글 / 사진 김경남 ( 문화우물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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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우물사업_웅천마을축제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역 문화공동체 살리기’를 목표로 2014년부터 시작했던 문화우물사업이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문화예술을 통해 주민주도형 지역문화 공동체를 지향해온 이 사업은 참여마을 주민들의 성장을 바탕으로 마을공동체 문화의 재생과 활성화라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문화우물사업은 마을공동체를 지원하는 역할로 문화우물 PD를 두고 있는데, 나는 올해 4년차 PD가 되었다. 그동안 경남 곳곳의 많은 마을을 찾아다니며 문화우물사업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도 울 수 있는 행운을 누려왔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고령화 농촌지역의 어려움이 극심했다. 60~70대 주민들이 주축이 되다 보니 비대면으로 프로그 램을 진행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역 내에서는 비대면 회의를 진행할 인력조차 없었다. 주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이었음 에도 결국 사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도전을 포기한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상심할지 알기에, 제대로 돕지 못한 내 탓인 것 같아 오랫동안 마음이 쓰였다. 반면에 내가 문화우물 PD로 만난 마을공동체의 성장이 반갑고 기뻐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자랑하고 싶은 경우도 있었는데, 바로 진해 웅천의 ‘에코 어울림센터’이다. 이 공동체는 ‘역사생태문화의 꽃밭을 피우는 웅천 두레박’이라는 사업명으로 창원시 진해구 웅천을 배경으로 2020년부터 문화우 물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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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우물사업_웅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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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우물사업_웅천마을 


토박이들과 새 주민들의 ‘벽’ 허물기


웅천에는 나고 자라서 계속 머물러 살고 있는 토박이 주민들과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외지에서 들어온 새 주민들의 벽이 높았다. 같은 지역에 살아도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었기에 좀처럼 소통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가 새 주민이었던 에코 어울림센터 이상숙 사무국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문화우물사업에 도전했다. 삶의 터전인 웅천의 생태와 역사 수업을 진행했는데, 단순한 생태 수업이 아니라 역사 문화적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웅천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웅천의 생태적 특성과 마을 하천의 중요성을 알리며 생태교육을 진행했고, 웅천역사문화지킴이를 양성해 주민들이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많은 마을을 다니다 저절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잘 되는 마을공동체일수록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이다. 마을공동체 인터뷰 요청을 해도 그 공(功) 을 공동의 노고로 돌린다. 실무자들은 일하느라 사진에 얼굴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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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우물사업_웅천마을


웅천읍성 옛이야기 발굴 <곰내 이야기> 펴내 


에코 어울림센터의 이상숙 사무국장은 그저 우물물을 퍼올리는 낡은 두레박이 되어 물을 푸기 쉽도록 물 위에서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마을을 찾아간 나에게 이상숙 사무국장이 말했다. “마을활동가는 언젠가는 떠날 사람입니다. 활동가가 떠나도 주민들은 계속 여기서 살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마을 주민들을 계속 교육하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성장 해서 다음 세대들에게 제대로 마을을 알리고 우리가 사는 생태환경을 지켜 나가도록 해야죠.” 그녀는 자신의 말처럼 주민들을 찾아가고 만나고 설득해 웅천(熊川)읍성의 옛이야기를 10여 편을 발굴해 <곰내 이 야기 1>을 펴냈다. 2년차였던 2021년에는 웅천역사문화지킴이 양성과정, 초 등학생과 함께하는 생태교실 등을 추진했다. 특히 웅천문 화지킴이 양성과정에서 <하마비를 찾아서>의 저자 이희득 님의 특강을 통해 웅천향교에 있던 하마비에 대해 알게 된 웅천 주민들은 하마비 반환 여론을 조성해 서울 삼성출판 박물관 입구에 있던 하마비를 돌려받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제약이 있었음에도, 10여 명의 집필 진들은 머리를 맞대고 웅천향교의 하마비, 웅천신당과 영혼을 달래는 제사, 웅천도공, 이순신의 웅포상륙작전, 세스 페데스공원, 웅천중학교 새백년 등 웅천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곰내 이야기 2집>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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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우물사업_웅천마을축제


웅천 주민 숙원이었던 마을 축제 개최 


3년차였던 2022년에는 웅천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하마 비를 돌려받으며 자신감을 되찾은 웅천 주민들은 그간의 숙원이었던 마을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주민자치회와 부녀회를 필두로 지역의 단체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웅천고등학교 역시 마을과 손을 맞잡았다. 사업계획서를 보면서 이 금액으로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으나,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돈이 좀 부족해도 마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다. 오히려 돈이 부족했기에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분담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웅천읍성축제’의 시작은 웅천읍성의 봉수거화로 시작됐다. 600년 된 웅천읍성의 봉수대에서 피어오른 붉은 연기를 신호로 읍성을 방어하던 군사들이 적을 향해 각궁을 쏘면서 축제의 막이 올랐다. 길놀이, 웅천고 학생들이 유생복을 입고 하마비 반환을 축하하는 행렬을 이어갔다. 수군 복장과 병졸 복장의 학생들도 행렬을 뒤따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다는 고등학생들이 그렇게 마을구성원으로 축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전시부스에서는 전통 각궁의 재료와 제작 과정을 소개해 주었고, 체험부스에서는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하마비의 의미를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서툴지만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하마비에 적힌 글귀를 적어 내려갔다. 부녀회 회원들은 갓 지은 밥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축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요기를 할 수 있도록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화우물사업을 통해 첫발을 뗀 ‘웅천읍성축제’는 주민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하나씩의 재주를 끄집어내어 이웃과 나누는 자리였다. 예로부터 우물은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기도 했다. 마을 동(洞)은 샘(水)을 같이(同) 쓰는 사람들의 터란 뜻으로, 우물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인들은 미우나 고우나 우물가에서 얼굴을 맞대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았다. 목마른 나그네에게 시원한 물 한 그릇을 건네며 바깥소식을 듣는 공간도 우물이었다. 문화우물사업을 통해 원래부터 살아왔던 주민들과 새로 이주해 온 주민들이 생태와 역사에 대해 함께 공부하며 웅 천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찾게 되었고, 함께 제1회 웅천읍 성축제를 치러냈다. 이 마을공동체의 성장 과정을 문화우물 PD로 함께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나에게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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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우물사업_웅천마을축제


문화우물사업 졸업, 그 후 


에코 어울림센터의 ‘역사 생태문화의 꽃밭을 피우는 웅천 두레박’은 2022년을 끝으로 3년간의 문화우물사업을 마치고 졸업마을이 되었다. 문화우물사업의 실무자로 헌신했던 에코 어울림센터의 이상숙 사무국장은 문화우물 PD가 되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마을공동체를 돕고 있다. 보조금이 없어도 올해 제2회 웅천읍성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화우물사업을 통해 성장한 주민들이 스스 로 마을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것, 문화우물 10년이 얻어낸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