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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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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페이스 2023 공연장 상주단체육성 지원사업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풍물패 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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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3 / 23-08-28 글 이정현 작가 / 사진 풍물패 청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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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좋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어린이 관객들이 버나를 올린 솟대가 높이 올라갈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사자탈춤에 이어 열두발상모돌리기가 시작될 즈음에는 함성이 더 커졌다. 어린이 관객들의 추임새에 풍물패 청음의 가락에도 신명이 들렸다.

함안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 풍물패 청음의 창작 신작 ‘소원을 이뤄주는 신묘한 솟대버나’ 공연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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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공연 후 어린이 관객과 기념사진을 찍는 풍물패 청음 



경남지역의 전통문화예술을  

현대적 감각으로 기획·공연

올해 함안문화예술회관에 ‘둥지’ 



함안 기반의 로컬 콘텐츠 등 기획·개발


함안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풍물패 청음은 2005년 창단 이래 경남지역의 전통문화예술을 콘텐츠 삼아 현대적 감각으로 기획·공연하는 전문예술단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2023 공연장 상주단체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함안문화예술회관에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됐다. 

정회원은 10명, 대표작으로는 경남지역 농악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풍물연희’, 가야시대 왕과 귀족의 행차를 상상으로 재현한 ‘가야고취대’가 있다.

그동안 풍물패 청음은 함안에서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로컬 콘텐츠 기획·개발에 앞장서 왔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꿈다락토요문화학교’, 문화재청 향교·서원 문화재활용사업 ‘유생(幼生), 유생(儒生)을 만나다!’로 아이들을 만나는가 하면 함안지역 청년들과 ‘Vin-Tro 아트투어’에서, ‘명랑풍물 SHOW!’로 관내 마을, 기관, 어르신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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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풍물패 청음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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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공연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풍물패 청음 



아동 대상 공연 노하우 바탕으로 신작 제작


이날 창작 신작 ‘소원을 이뤄주는 신묘한 솟대버나’ 공연에는 함안의 아동과 장애인 단체가 공연장을 찾았다. 신작은 전통문화와 환경의 소중함을 쉽고 흥겹게 엮어낸 아동극이다. 권정현 기획자가 극본을 썼다.

“그동안 저희가 아동을 대상으로 사업을 많이 해 왔어요. 그러면서 경험이나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아동극을 제작하려고 마음먹었죠. 유치원생을 데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단어 사용이 굉장히 신경 쓰여요. 조금이라도 한자어가 들어가거나 일상어가 아닌 어려운 단어가 들어가면 이 친구들이 이해를 못해요. 그걸 염두에 두고 극본을 썼어요. 공연을 해보니까 예상한 지점에서 아이들이 많이 웃고 재밌어 해서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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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풍물패 청음 공연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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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풍물패 청음 공연사진 2 



악·가·무가 혼연된 전통예술에 

희(기예)·극·연기를 접목해

타깃층 관객의 흥미와 관심 유도



풍물놀이에 현대적 스토리텔링 접목한 아동극


공연은 사자탈춤과 풍물연희, 버나돌리기와 죽방울놀이, 열두발상모돌리기 등 전통 기예가 어우러져 풍성한 구성이었다. 현대적 감각을 강조하는 풍물패 청음답게 군데군데 현대 예술 요소를 융합한 시도를 볼 수 있었다. 홀로그램 샤막, 테크노 비트로 빛나는 조명, 장구 비트박스, 근두운 킥보드 등.

대학생 때부터 국악계에 몸담아 온 권정현 기획자는 우리 전통을 이어가는 데 새로운 요소를 접목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악, 가, 무가 혼연된 형태를 전통예술이라고 지칭하는데 권 기획자는 거기다 희(기예), 극, 연기를 덧붙였다. 2021년 ‘쇼미더장구’에선 상모에 LED 조명을 장착하고 영상물로 장단을 시각화하는가 하면 2022년엔 ‘신명 Club, 신명 So hot!’에서 민속음악으로 클럽을 만들어 버렸다. 

“전통이 요즘 사람 입맛에 맞게끔 가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타깃층은 유치원생부터 20대 청년, 젊은 부모들이에요. 현대적 요소를 추가해서 이 타깃층의 흥미와 관심을 자극시키려고 합니다.”

현대적 요소는 비단 기술적인 면만 의미하지 않는다. 비를 의미하는 장구의 요정과 수질오염을 스토리텔링시킬 수 있었던 것도 그 연장선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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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풍물패 청음 공연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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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풍물패 청음 공연사진 4 



“새로운 시도 구현하려면 비용은 필수 

상주단체육성 지원사업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꿨을 시도였죠.” 



‘가야고취대’ 가야 왕 행차에는 어떤 음악을 연주했을까? 


풍물패 청음의 상상은 아주 먼 과거까지 번졌다. 대표작 ‘가야고취대’는 언뜻 전통 국악 같으나 ‘신라시대 왕, 귀족의 행차 시 어떤 음악이 연주됐을까’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 창작 작품이다. 옛 가야지역에 속한 한반도 남도에서 전승되고 있는 민요, 풍물, 무속가락 등과 가야시대 유물을 토대로 고증과 상상을 더해 만들어졌다. 

“제 석사 논문이 함안화천농악의 벅구놀이 연구였는데 자료가 너무 없더라고요. 공부하면서 가야사, 고구려사 등을 알게 됐어요. 고구려 고분벽화의 취타대를 보면 이 행진음악이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가야가 고구려의 공격을 받아 국력이 쇠했는데 가야와 고구려 사이의 문화 교류도 있었을 것이고 가야도 왕이 있었으니 ‘가야고취대’도 있었을 것이다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영남지역에 전승되는 음악을 뜯어봤죠.” 

이렇게 완성된 가야고취대는 2019 대한민국 예술대전 경상남도 대표선발전 최우수상을 받았다. 오는 10월엔 전남 목포에서 열릴 제104회 전국체전 폐막식 공연에 연주된단다. 다음 개최지인 경남 김해가 가야왕도를 표방하는 만큼 가야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으로 가야고취대를 꼽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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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풍물패 청음 공연사진 5 



“관객은 전통적으로 제3의 출연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현실에 구현하는 데에는 비용이 든다. 홀로그램 샤막 설치만 해도 지역에 기술자가 없어 많은 보수를 주고 서울에서 섭외해야 했다. 공연장 상주단체육성 지원사업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꿨을 시도다. 

풍물패 청음의 현대 예술·기술과의 융복합 시도는 ‘전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이겠다.

“현대적 감각을 강조하는 것도 공연에서 관객을 끌어들여 제3의 출연자로 만들자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전통적으로 굿에는 항상 관객이 개입해 왔어요. 이제 관객이 현대인이 됐잖아요. 극장식 공연에선 관객은 수동적으로 관람하기만 해요. 풍물패 청음은 대중(mass)으로서의 관객을 다시 데려와 아주 오래된 전통문화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책 이름을 빌려서 말하자면 ‘오래된 미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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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풍물패 청음 공연사진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