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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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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트렌드 의령집돌금농악보존회 꿈다락토요문화학교 한바탕 놀며 의령 전통문화 배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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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3 / 23-08-29 글 정재흔 작가 / 사진 의령집돌금농악보존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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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읍 서부마을회관 2층이 매주 토요일이면 들썩거린다. 의령집돌금농악보존회가 주최·주관하는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지구를 지키는 울림북 창의단’이 펼쳐져 떠들썩하다.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지역예술단체 ‘천율’의 공간인 

의령읍 서부마을회관 2층에선

토요일마다 전통놀이 아이들로 ‘들썩’



3b5938a844041460600b9673b60c9a70_1693275158_8885.jpg사진 1)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지구를 지키는 울림북 창의단' 



400년 역사의 의령집돌금농악


지신밟기를 의령에선 집돌금이라고 부른다. 임진왜란 이후 의령에선 집돌금이 성행해 마을마다 농악대가 있었다. 이들은 정초마다 가가호호 돌며 제액초복 또는 벽사진경 풍물굿을 행해 왔다. 집돌금 중에서도 화정면 명주마을 집돌금이 특히 기량이 빼어나기로 이름 나 의령읍까지 연행을 다녔다고 전한다.

명주마을 집돌금은 우리나라 3대 유랑 연희집단인 신반대광대패, 솟대쟁이패 및 남사당패의 치배(풍물놀이에서 타악기를 치는 사람)였던 송철수 옹이 1970년대 화정면으로 이사 오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다. 그가 1984년 작고하면서 맥이 끊겼다가 의령문화원에서 전통가락 발굴사업을 전개해 2015년 의령집돌금농악보존회를 발족해 현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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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울림북 치기 수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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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울림북 치기 수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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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울림북 치기 수업 3 



“매주 토요일은 우리들 놀판”


서부마을회관 2층. 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 바닥엔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고 벽에는 흡음재와 계란판이 빼곡히 붙은 실내가 나온다. 지역 예술전문단체 천율의 공간이다. 의령읍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기도 하고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주강사인 송진호 명인이 대표로 있는 곳이라 좋은 뜻에서 아이들에게 공간을 내주게 됐다.

빨리 놀고 싶은 아이들은 벌써 우리 전통놀이에 흠뻑 빠졌다. 그런 아이들을 손주 보듯 지켜보는 이가 있다. 의령집돌금농악보존회 이창원 회장이다.

“지금까지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해 오다가 지난해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사업부터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긴 어르신들 대상 프로그램은 많지만 도시처럼 애들 대상으로 다양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거든요. 교과목 학원이야 있지만 예체능이나 놀이 쪽으로는 잘 없어요. 그래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안 그래도 인구감소 위기지역이라 애들이 없는데 이런 기회조차도 없으면 애들은 어디서 놉니까.”


3b5938a844041460600b9673b60c9a70_1693275328_5945.jpg사진 5) 꿈다락토요문화학교 2차 아트캠핑 



‘죽방울 놀이’와 ‘울림북 치기’ 등 

아이들에게 토요문화학교는

수업이라기보다는 놀이



의령 기반 전통예술놀이를 배우는 아이들

수업 교안은 있지만 일곱 살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어린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수업을 조금 느슨하게 잡았다. 

“아이들한텐 토요문화학교가 수업이라기보단 놀이예요. 작년에 기능적인 걸 가르쳐 보니 애들이 싫어하더라고요. 15분, 20분 치면 끝이에요. 학교 수업은 40분이지만 저희는 토요문화학교니까.”

이날 수업은 죽방울 놀이와 울림북 치기, 갑작스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흘러갔다. 

죽방울놀이는 장구 형태로 만든 대나무를 두 막대에 꿴 실로 쳐올려 받아치는 놀이다. 과거엔 나무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플라스틱 소재에 베어링 등을 접목시켜 만들고 있다. 이 죽방울놀이는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기예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의령 신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신반대광대패가 주로 행했다는 설이 있다. 

이종현(의령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는 곧잘 죽방울을 굴리고 논다. 죽방울이 너무 좋아서 하나에 7~8만 원 하는 걸 사 집에서도 놀고 있다고.

“학교에서도 해요. 집에서도 해요. 놀이터에서도 해요. 그러면 동생이랑 친구들이 이거  신기하다고 하는데 제가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 친구도 저 잘 따라 해요. 선생님한테 다리넘기랑 엘리베이터 배웠는데 더 배우고 싶어요.”

죽방울을 굴리며 형제간 우애도 돈독해졌단다.

“수업 듣기 전에는 동생이 짜증날 때 TV나 보고 그랬는데 죽방울을 가르쳐 주면서 노니까 재밌어요. 그래도 동생은 부끄럼을 많이 타서 잘 못해요.”



의령에서 시작된 ‘울림북’ 전국에 울려라 


울림북 치기가 시작되자 죽방울놀이 때만 해도 소란하던 아이들이 합죽이가 되어 송진호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북을 둥둥거린다. 오늘 배울 장단은 별달거리. 그 옛날 의병을 모으기 위해 홍의장군 곽재우가 북을 쳤다던 결연한 기백만큼이나 진지한 자세다. 

지난 5월 20일, 첫 시간에 이 울림북에 얽힌 재미난 얘기를 아이들에게 알려줬다. 국악인으로서 송진호 명인은 우리 국악계에 현대의 난타, 중국의 모듬북 등 용어가 혼용되자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단다. 홍의장군 곽재우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민속학의 대가인 동아대 정상박 명예교수에게 이름을 지어 왔다. 의령 사람이란 자부심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는지 하나같이 북채를 야무지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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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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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북아트 특강 -의병수첩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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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환경특강 



오는 10월 28일 발표회에선 

아이들의 울림북 연주와 

죽방울 돌리기 시연 볼 수 있어



한자리에서 만나는 새로운 친구들


다음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죽방울놀이 때나 쉬는 시간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조금씩 낯가리던 박하연(봉수초등학교 1학년)·하온(봉수유치원) 자매도 이때만큼은 언니, 오빠들과 신나게 뛰어논다. 의령읍에서 차로 50분은 달려야 나오는 봉수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0명 남짓한 아주 작은 학교다. 또래 친구 만들기가 쉽지 않다 보니 이렇게 매주 나와 논다고. 

이창원 회장은 문화소외지역의 토요문화학교 순기능으로 또래 친구 만들기를 꼽는다. 

“여기 와서 친구랑 죽방울놀이도 해보고 투호놀이도 하고. 옛날엔 그냥 밖에서 뛰놀다 친구가 되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서먹서먹해 해요. 여기서 친구 사귀고 가는 거죠. 또, 원래 토요문화학교가 수업 정원을 정해 놓고 모집해야 하는데, 저희는 선착순 15명이에요. 의령은 시골이다 보니 모집하는 것 자체가 엄청 힘들거든요. 아이들이 많이 없기도 하고요. SNS 홍보도 하고 현수막과 전단지도 만들곤 해요. 이제 학령기 보호자들한테 입소문이 나면 좀 더 많이 오겠죠.” 

의령집돌금농악보존회는 아이들이 다 같이 더 재밌게 놀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요즘 환경교육 중요성이 대두되니 아예 특강 강사를 초빙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환경교육을 하고 있다. 눈높이 교육은 학부모들한테도 인기다. 나만의 수첩 만들기, 폐 어구 볼링놀이, 루어낚시 미끼로 키링 만들기 등. 지난여름엔 아트캠핑도 다녀왔다. 화정면 나루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 망개떡도 만들어 보고 신전권역 체험휴양마을에선 다 같이 시원한 물놀이도 다녀왔다. 토요문화학교를 통해 얼마나 많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을까.

오는 10월 28일 있을 발표회에서 아이들의 울림북 연주와 죽방울 돌리기 시연을 볼 수 있다. 아트캠핑에서 만든 아기자기한 작품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