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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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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페이스 전통예술의 어제를 내일로 잇는 선유풍물연구소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과의 만남으로 잊힌 전통연희 발굴해 문화재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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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4 / 23-09-26 글 김규남 작가 / 사진 선유풍물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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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선유풍물1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나누며 삶의 희로애락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하지만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새로운 예술 형태가 들어오면서 전통예술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다. 

선유풍물연구소는 잊힌 전통연희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면서 우리 전통예술의 어제를 내일로 잇는 단체다. 지난 6월 29일 합천대평군물농악이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47호로 새롭게 지정되는 순간,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온 곳이 이곳 선유풍물연구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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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선유풍물 2
 


전통예술을 다시 우리 삶으로 


예로부터 경남에는 잘 노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탈춤을 보유했으며 또 가장 신명나는 풍물을 즐겼던 고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남 각지에서 잘 놀았던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지금까지 이어지는 곳은 많지 않다.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함께 나누며 울고 웃었던 우리 전통예술의 흔적이 시간이 지나면서 빛이 바랬고, 그 기억을 지닌 이들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에 지난 2000년 5월, 이중수 대표를 비롯한 단원들이 모여 선유풍물연구소를 창립했다. 선유풍물연구소는 우리의 전통예술을 발굴하고 복원해 내일로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지금은 이중수 대표에 이어 정형석 대표를 중심으로 많은 단원이 경남 전역의 사라져가는 전통예술을 찾아 이를 복원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대평군물농악의 뿌리 확인한 후 

이 특별한 전통연희가 다시 세상에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터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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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선유풍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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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선유풍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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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선유풍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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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선유풍물6
 


합천대평군물농악의 뿌리를 찾아서


선유풍물연구소가 처음 캐낸 경남의 전통예술은 ‘합천대평군물농악’이었다. 대평군물농악은 합천군 초계면 대평리에서 독특하게 이뤄지던 풍물놀이다. 대평리는 운석 분지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적군의 눈을 피해 군사훈련을 행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군사훈련을 계속하면서 군대의 진격과 훈련에 이용되던 군물농악이 발달했다. 때문에 대평군물농악은 춤추기 위한 장단인 굿거리장단이 없고 진격과 진군에 필요한 빠르고 힘 있는 장단만 존재한다. 대평군물농악이 다른 농악보다 더 흥겹고 신명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선유풍물연구소는 대평군물농악의 뿌리를 확인한 후 이 특별한 전통연희가 다시 세상에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했다. 직접 몸으로 배우고 익히며 대평군물농악이 계속 이어지도록 했고 문헌 연구와 조사를 통해 역사와 전통을 바로 세우기 위해 힘썼다.



지역 환경에 맞춘 문화예술교육 지원하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사업 취지와 

선유풍물연구소의 취지가 잘 맞아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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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선유풍물7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과 만남


선유풍물연구소는 이렇게 독특하고 신명나는 합천대평군물농악을 정작 합천군민들은 잘 모르고 있어 이를 지역민들에게 알려줄 방법을 고민했다. 그때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만났다. 지역 환경에 맞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자 하는 진흥원의 사업 취지와 지역민에게 지역의 문화예술을 돌려주고픈 선유풍물연구소의 취지가 잘 맞아떨어진 좋은 기회였다. 

선유풍물연구소는 지난 2015년부터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합천군민에게 ‘합천대평군물농악’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중수 전 대표의 기획으로 진행된 초기 3개년도 계획은 지역민들 안에서 대평군물농악이라는 무형의 콘텐츠가 꽃피울 수 있도록 땅을 다지는 시기였다. 

3년 동안 땅을 다진 후 2018년부터는 심성보 기획실장이 기획과 교육을 담당하면서 다져진 땅 위에 씨를 뿌리고 지역민과 함께 가꾸면서 키워 나갔다. 단순히 기악만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대평군물농악의 유래와 현재의 위치, 군물농악의 전개와 북춤의 진법, 영남 지역농악과 합천대평군물농악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전통도 함께 교육했다. 심 실장은 교육과정을 통해 합천 지역민들이 조금씩 ‘합천’이라는 이름에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은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심어 주는 것에 핵심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풍물이 즐거워서 하다가 점차 합천 고유의 전통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합천을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도 갖게 됩니다. 풍물을 통해 지역을 사랑하게 되고 지역민이 화합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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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선유풍물8
 


경남무형문화재 제47호 ‘합천대평군물농악’


2015년 첫 사업 ‘황강물결에 신명지피다’를 시작으로 2023년 ‘너른 뜰 신명지피다’까지 지역과 함께해 온 지 9년째, 이제 합천대평군물농악은 합천군민들의 삶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선유풍물연구소는 지역민에게 합천대평군물농악을 전수함과 동시에 군물농악의 역사성과 학술적 가치를 찾기 위해 문헌 연구에도 힘을 쏟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2023년 6월 29일 합천대평군물농악이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됐다. 오랜 노력이 ‘문화재’라는 열매로 맺어진 날, 선유풍물연구소는 모처럼 마음껏 기뻐할 수 있었다. 



“마산오광대 옛 흔적 찾아내 

 역사성 증명하고 복원해 

 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



새로운 뿌리를 찾아서


합천대평군물농악이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보존회가 전승과 발전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 됐다. 이에 선유풍물연구소는 올해까지 사업을 마무리 짓고 다시 새로운 전통예술의 뿌리를 찾아 키워 나갈 예정이다. 바로 마산오광대다. 

“마산오광대는 1937년 중단된 이후 2006년 복원을 시작할 때까지 오랫동안 끊겨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옛 흔적을 찾아내 역사성을 증명하고 오광대를 복원해 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경남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특색을 지닌 전통예술이 많이 발달해 있다. 이 많은 전통예술의 뿌리를 찾아 기록하고 기억해 내일로 이어가려면 앞으로도 선유풍물연구소는 무척 바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