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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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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페이스 우리 마을에 솟는 문화의 샘물 문화우물사업 10년의 회고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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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6 / 23-11-29 글 / 사진 모형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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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생활권 문화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추진한 ‘문화우물사업’. 내년 2024년이면 문화우물사업이 10주년을 맞이한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문화우물사업을 돌아보고 공동체의 붕괴,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이때, 문화우물사업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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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우물사업 BI 



정월 대보름 전후에 매구를 칠 때면 성주, 조왕(부엌), 철륭(장독)과 함께 빠지지 않았던 곳이 ‘우물’이다. 생명의 근원인 물. 공동체 구성원의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했던 물이었기에 샘 주위를 돌며 ‘솟아라 솟아라 퐁 퐁 솟아라’ 하며 샘굿을 쳤듯이 문화우물은 지역 공동체에 문화의 젖줄, 샘물이 퐁퐁 솟아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4년부터 338건의 마을사업 지원

경남 18개 시·군의 고른 참여 보이나 

지원예산은 점차 줄어들고 있어



문화우물사업은  2014년 주민 문화기획인력 양성과 생활권 단위 문화활동 지원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설정하고 신규사업으로 추진했다. 문화우물사업을 통해 2023년까지 모두 338건의 마을사업을 지원했고, 지원규모는 18억 9,800만 원에 이른다. 



<도표> 문화우물사업 연도별 지원 현황

( 단위: 백만 원 )

 구분

합계 

2023년

2022년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 

2017년 

2016년 

2015년 

2014년 

 지원액

 1,898

 134

 134

 218

 240

 240

 240

 230

 200

 180

 82

 지원건수

 338

 37

 26

 35

 40

 40

 40

 42

 35

 30

 13



특히 주목할 부분은 경남 18개 시·군의 고른 참여이다. 대개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예술인 또는 인구에 비례해 지원 건수의 분포를 보이고 있는데, 문화우물사업에서는 문화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군 지역에 대한 지원이 특히 많았다. 문화우물사업이 지역별 문화격차 해소, 도민 누구나 누리는 생활 속 문화참여를 표방한 결과이다. 



<도표> 문화우물사업 시군별 지원 현황 

( 단위: 백만 원, 건 )

 지역

 계

 사업비

 지원건수

 계

 1,898 

 338

 창원

 249 

 44 

 진주

 107 

 19

통영

 78 

 15

 사천

 79

 13

 김해

 145 

 26

 밀양

 110

 19

 거제

 68

 11

 양산

 71

 15

 의령

 39

 8

 함안

 69

 12

 창녕

 132

 23

 고성

 24

 5

 남해

 151

 26

 하동

 107

 19

 산청

 109

 19

 함양

 114

 19

 거창

 148

 27

 합천

 99

 18


시행 첫해에는 도비 1억 원으로 시작했고, 여기에 진흥원의 기금 이자 수익금 등을 보태 3억 원까지 규모가 커졌다. 최근 3년 동안은 도비가 점차 줄어들면서 예산이 줄어들고 있어 마을별 사업비 지원 외 주민 문화기획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컨설팅·교류모임 등을 축소해 운영해 나가고 있다. 



<도표> 문화우물사업 연도별 예산 현황

( 단위: 백만 원 )

 구분

합계 

2023년

2022년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 

2017년 

2016년 

2015년 

2014년 

사업비

 2,330

 160

 160

 270

 300

 290

 300

 300

 250

 200

 100



문화우물사업의 추진 방식은 다른 보조금 사업과는 다소 다르다. 사업의 구상, 계획서 작성, 사업의 실행, 보조금의 집행과 정산 등의 추진 경험이 없는 지역주민들의 직접 추진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결과이다.

우선 사업 공고 이후에 실무 부서의 현장조사가 이뤄진다. 평가를 위한 조사가 아닌 보완을 위한 조사이다. 사업계획서에 충분히 담지 못했던 주민들의 의견을 보완해서 심의위원회에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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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우물 연수에서 주민들과 전문가가 마을별 사업계획서를 다듬고 있다.


  

서류심의를 거친 마을을 대상으로 문화기획 역량 강화 연수를 추진한다. 사업 초기에는 2박 3일로 진행했는데, 최근에는 예산 상황으로 1박 2일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문화의 가치, 생활권 문화활동의 방향성, 주민이 참여한 문화활동 및 지역 활성화 사례에 대한 강의에 이어 참여 마을 관계자들이 둘러앉아 자기소개 시간을 갖는다, 마을 이장, 귀촌 청년 활동가, 지역 활동가 등 ‘나와 같은 생각과 방향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경남 구석구석에 참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경남 18개 시군을 연결하는 문화우물 네트워크 형성에 중점을 둔다. 

이어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함께 그룹 컨설팅을 진행해서 계획한 사업계획서를 다듬고 발표 자료를 준비한다. 발표 자료는 파워포인트와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기도 하지만 사진 몇 장, 전지에 그리는 방식도 허용한다. 마을의 현재와 미래에 비춰 오늘 주민들과 어떤 문화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잘 드러나도록 한다. 셋째 날에는 참여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사업계획을 발표한다. 연차별, 지역별, 세대별 생각과 계획이 뒤섞이는 자리이다. 경남 구석구석의 생각과 문화와 콘텐츠가 섞이고 결합하고 연결되는 시간이며, 주민들은 또 각자의 마을에 돌아가서 각자의 계획을 설계하고 실천해 나간다. 



전통사회 지역 공동체 정신 되살리려

2024년부터 다섯 개 권역으로 묶어

‘문화우물 두레’ 모임 추진 예정



주민들의 지속적인 문화활동과 공동체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 주민들의 사업 추진 역량을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최종 사업 선정 이후 ‘문화우물 권역별 모임’을 진행한다. 2023년 연수에서는 이 모임의 명칭을 ‘문화우물 중부 두레, 동부 두레’ 등 경남 각 지역을 동·서·남·북·중 다섯 개 권역으로 묶어 ‘문화우물 두레’로 추진하기로 했다. 전통사회에서 마을 공동체의 구성원이 힘을 보태고 모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던 ‘두레’의 정신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되살려보자는 취지이다. 

또 문화우물사업을 3년 이상 추진했던 주민 기획자 중에서 ‘문화우물 피디(PD)’를 선발한다. 문화우물피디는 연수, 권역 모임, 마을별 사업 모니터링 등을 진행하며 마을별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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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문화우물 총회



연말에는 다시 참여 마을이 한자리에 모여 ‘문화우물총회’를 연다. 각 마을에서 추진한 사업 내용을 전시도 하고 공연도 하고 프레젠테이션 발표도 진행한다. 문화우물사업은 예비마을, 1년, 2년, 3년 등 모두 4년 동안 지원하도록 설계했는데, 문화우물총회에서는 ‘문화우물 인증패’를 제작해 드린다. 마을회관이나 공동체 공간에 ‘문화우물 인증패’가 걸려 언제나 또 언제까지나 문화의 샘물이 퐁퐁 솟아나기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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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대지포마을에서 도시청년과 주민이 서클대화를 하고 있다. 



문화우물사업의 추진 절차는 2015년 문체부의 지역문화컨설팅 지원사업, 행정자치부의 정부3.0 국민 서비스 디자인, 2020년 문화우물사업 7개년 성과 및 발전방향 등의 연구 성과를 반영해 마련한 것이다.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행복추구권으로서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틀이 잡혀야 한다. 문화우물사업의 절차는 일상의 문화적 틀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이며, 그 주체인 주민의 문화적 역량을 길러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마을에서의 문화적 틀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주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업에 참여한 마을은 경상남도, 중앙부처 등 다른 공모사업에 선정돼 192건, 126억 1,030만 원의 사업비를 지역에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 사업추진 역량이 반영된 결과이다. 큰 규모의 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문화우물사업의 대표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민들 스스로 마을에 필요한 활동과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서를 작성해 공모에 선정되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까지 일련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마을의 문화자치 역량을 길러내는 데 문화우물사업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다고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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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진해 웅천 에코어울림센터의 웅천읍성축제



예술과 문화의 가치가 

도민의 생활 속에서 펼쳐져야 

지역 공동체의 미래가 밝다


 

주민을 문화정책의 수혜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 예술활동의 주체, 지역문화의 참여자로 이끌어 내는 것. 문화우물은 지역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경남 18개 구석구석의 마을과 끊임없는 만남과 실천을 이어 나갈 것이다. 인간의 삶을 보다 아름답게 하고, 즐겁게 하고 의미 있도록 하는 ‘예술’과 ‘문화’의 가치가 도민의 생활 속에서 펼쳐지도록 하고 주민과 주민이 만나는 공동체의 소통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기후위기’는 인류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며 경남의 어촌, 산촌, 농촌 마을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고 집합행사가 중단되었던 이후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들과 계층이 많아졌다. ‘고립과 외로움’을 문화적 활동으로 해소하고 극복하는 사회치유 프로그램도 지역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활동이다. 지역사회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귀촌 청년인, 청년 창업가들의 지역 정착을 위한 공동체의 노력, OO개발사업이나 OO권역사업 등을 통해 조성한 여러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인구절벽, 지역소멸은 이제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문화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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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옥포행복마을공동체의 그린어스 프로젝트



기후위기, 고립감과 외로움, 청년의 지역 정착, 농어촌 거점 공간 운영 활성화, 지역소멸 등 지역사회가 품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예술가들과 함께 실천하여 보다 활기 찬 경상남도 지역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는 것. 문화우물사업, 앞으로의 10년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