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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8 발행월 : 202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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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이슈 무한한 상상, 즐거운 실험 XR로 시공간을 뛰어넘은 ‘바인딩(Bi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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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6 / 23-11-29 글 정재흔 작가 / 사진 정진경 바인딩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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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성산구 용호동의 한적한 주택가. 가로수길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 동네엔 작은 공방과 갤러리가 드문드문 들어서 있다. ‘바인딩’도 그중 하나다. 갤러리이자 문화기획사인 바인딩은 갤러리 1동 사무실 1동을 갖추고 있다. 언뜻 보면 별다를 것 없는 예술가의 아지트 같은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별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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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 바인딩 대표




갤러리이자 문화기획사인 바인딩

작업실 2곳 중 하나 리모델링해

2021년 문을 열어 무인으로 운영



‘바인딩’ 예술과 관객을 연결하는 예술 플랫폼


바인딩은 정진경 대표가 지난 2021년 4월 문을 연 갤러리다. 정 대표의 본업은 미술작가로  그는 회화, 설치미술, 영상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해 오고 있다. 

바인딩은 기존에 사용하던 작업실 2곳 중 하나를 리모델링한 것인데 독일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Museum Insel Hombroich)에 영감을 받아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관람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해 관람객 혼자 작품을 감상하고 사유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4f630a6e01eac4f58243036b4b0eaa2d_1701237306_7691.jpg김근재 작가의 ‘관계: 우연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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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재 작가의 ‘관계: 우연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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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 작가의 ‘THE BLUE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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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 작가의 ‘THE BLUE BIRD’


바인딩의 기획력과 연출력은 

관객에게 부여한 자율성과 더불어 

시너지 내며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모 


 

바인딩은 ‘모든 사람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 개관기념전 ‘관계: 우연의 조각들(2021)’은 조형 작업을 중심으로 하는 김근재 작가의 이색 전시였다. 일기처럼 찍어온 사진을 모아 갤러리에 걸었고 스테인리스 소재를 이용한 설치 작품, 영상 상영으로 재구성한 작품까지 유무형의 작업물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어떤 장르든, 음악가나 무용가, 하물며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도 시각적인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바인딩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이 공간에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와 함께 공간연출에 공동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작가의 고유성과 바인딩의 연출력을 결합해 관객들한테 어떤 메시지로 전달할 것인가 하는 게 바인딩의 첫 발디딤이었습니다.”

정진경 대표는 스스로를 일컬어 ‘아트 커뮤니케이터(Art Communicator)’라고 부른다. 예술가와 기획자, 예술가와 관객 등 다자간의 소통을 매개한다는 의미다. 바인딩이 추구하는 이러한 방향성은 작가들한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난 7월 열린 정원식 판화가의 ‘Something Blue: 정원식×Blue Interface’전도 일련의 기획전시다. 정원식 판화가는 사물을 고유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묘사해 관객들이 파란색이 가진 평온함, 창조성, 자유 등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 이 전시의 선행 작업으로는 AI인 Chat GTP 알고리즘 분석이 있었다. 판화와 AI 알고리즘의 정보 복제와 조합의 유사성에 착안한 전시다. 

바인딩의 기획력과 연출력은 관객에게 부여한 자율성과 더불어 시너지를 내며 이곳을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정형화된 갤러리, 마니아층의 아지트가 아니라 모두의 실험실, 모두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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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애 작가의 ‘KNITTING THE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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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애 작가의 ‘KNITTING THE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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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작가의 ‘악기의 도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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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작가의 ‘악기의 도구화’



“기술은 상호작용을 위한 도구일 뿐”


바인딩의 상상은 기술력의 발달에 힘입어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회화를 전공한 정 대표는 영상이 가진 ‘기록’의 특성에 주목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과의 기록, 상호작용에 몰두하게 되면서 다양한 기술을 응용해 봤다. 

반응형 영상(인터렉티브 미디어)부터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를 거쳐 XR(확장현실)에까지 도달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저한테 도구인 것이고 콘텐츠를 풀어내는 건 말 그대로 대화인 거예요. 상호작용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채택하기 위해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례로 바인딩은 경남도립미술관에 현재 전시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전에도 참여했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농가월령도’(19 B.C)부터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배운성의 ‘가족도’(1930~1935), 한국전쟁의 참상을 그린 도상봉의 ‘폐허’(1953) 등. 작품 옆에 붙은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식시키면 증강현실(AR) 애플리케이션 ‘스노우’로 연결된다. 전시 작품이 카메라 필터로 만들어져 있어 작품 속에 관객이 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관객들은 전시를 통해 시공간의 축을 거슬러 역사가 된 시대와 다음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다양한 초상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일상과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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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림 작가의 ‘파도라도, FaDo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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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림 작가의 ‘파도라도, FaDo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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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준 작가의 ‘의자와 그림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남콘텐츠코리아랩 

2023 스타트업 고도화 지원사업 통해 

‘실감형 VR 아트콘텐츠’ 개발



VR로 쉽고 재밌게 배우는 미술교육


한편, 바인딩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교육 사업이다. 예술을 어렵게만 생각하니 이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자는 것이다.

바인딩은 ‘2021 경남건축문화제’에서 경남대 신용주 건축과 교수, 고창호·손명준·신건수·정종태 등 4명의 건축가와 협업으로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가상공간 건축’을 주제로 한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축 기본 요소인 중력·물질성·대지면적이 부재한 가상공간에서 건축가들은 혼란스럽지만 그들 스스로 건축을 풀어나갔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지점은 일반인들의 참여였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건축가가 설계한 가상공간의 건축물에 직접 그림을 그려보거나 공간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정 대표는 오늘날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가상공간이란 개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속 가상공간의 개념을 인지하게 한 후 이를 풀어나갈 수단으로 ‘교육’이란 방법을 선택하면 무궁무진한 창의 활동이 가능해지리라.

바인딩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남콘텐츠코리아랩 2023 스타트업 고도화 지원사업을 통해 ‘실감형 VR 아트콘텐츠’를 개발했다. 

VR기기를 활용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상주의’와 ‘입체파’의 미술사적 개념을 이해시키고 기존의 미디어를 이용한 이론수업보다 몰입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바인딩은 문신미술관에서 ‘미술관 속 숨은 세상’이란 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 VR아트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학생들은 작품을 직접 보고 만지며 작품의 물성을 파악하고 작가의 생애를 읽고 작품을 스케치해 봤다. 이렇게 파악한 특성을 텐세그리티(Tensegrity)라는 현실의 건축 구조로 직접 만들었고 가상 공간인 VR에서 중력과 물성, 대지면적이 사라진 무한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제작했다. VR로써 감각적 경험과 상상력이 융합된 새로운 교육이 이뤄진 것이다.



예술과 일상을 엮는 바인딩


정 대표에게 왜 하필 바인딩의 예술적 표현 수단이 ‘건축’인가 물었다. 

“건축과 예술은 동질성이 있어요. 건축에도 도시재생이라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저는 예술가로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고요. 저는 공간을 메시지를 담아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봤다면 건축가들은 건축에서 도시라는 공간 개념에 의미를 부여해요. 다르지만 또 접점이 있는 거예요.”

예술과 일상을 엮는 ‘바인딩.’ 바인딩은 건축과 예술의 융합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전달, 교육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