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7 발행월 : 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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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토크 [이달의 인물] 소리 따라 꿈 따라 국악 신동 구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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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3 / 24-09-26 글 김달님 /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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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의 국악 신동’. 열두 살 구민정 양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일곱 살에 처음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해 여덟 살에 전국판소리경연대회에서 연달아 대상을 받았으니 과연 신동이라 불릴 만하다. 나이를 잊게 하는 깊은 목소리와 절절한 감정 표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열두 살의 소리꾼, 구민정 양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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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

민정은 일곱 살에 처음 판소리와 사랑에 빠진 순간을 기억한다. 당시 한복을 좋아했던 민정은 유튜브에서 우연히 한복을 입고 노래하는 사람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한복이 예뻐서 보게 되었지만 점차 그 사람이 부르는 노래에 마음이 더 기울었다. 처음 듣는 노래였음에도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고, 따라 불러보니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노래가 바로 판소리였다.

 

민정이가 처음 판소리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땐 반대를 했어요. 제가 잘 모르기도 하고, 사천에서는 배울 데도 없고요. 그런데 민정이가 너무 진심이라 진주에서 배울 곳을 찾아봤어요. 그땐 민정이가 너무 어려서 큰딸을 같이 배워보라고 보냈죠.” -최효선 (구민정 양 어머니)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은 누군가 대신 정해줄 수 없는 것. 소리를 배우기 위해 진주에서 합숙 생활을 하던 중 집으로 오고 싶어 울면서 전화를 하는 큰딸과 다르게 민정은 꿋꿋하게 그 시간을 버텼다. 그 모습을 보며 최효선 씨도 딸의 꿈을 지지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민정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개인적인 사정으로 판소리를 그만두게 됐어요.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마음을 접을 줄 알았는데 혼자 유튜브를 보면서 판소리 공부를 하더라고요. , 얘는 그만둘 애가 아니구나, 생각을 했죠.”- 최효선 (구민정 양 어머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했던가. 판소리를 향한 민정의 사랑에 보답처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이수자인 김율희 스승이 민정을 제자로 받아준 것이다. 덕분에 민정은 매주 토요일 판소리 공부를 위해 서울로 향한다. 새벽 네 시에 집을 나서 왕복 열두 시간이 넘는 일정을 함께하는 건 언제나 최효선 씨다. 그 고마움을 아는지 민정은 차 안에서도 소리 연습을 쉬지 않는다.

 

가족들이 저를 얼마나 응원해 주는지 알고 있어서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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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하면 구민정을

떠올리면 좋겠어요

2024년은 민정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해다.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 대상을 비롯해 여러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지난 5월엔 민정이 존경하는 국악인 박애리 선생님과 함께 KBS 2TV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다. 각 분야의 예술인과 예술인이 직접 꼽은 신동이 한자리에 서는 무대였다. 민정에겐 그저 꿈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인 민정은 서울에 위치한 국립국악중학교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쟁률이 높은 만큼 공부와 실기, 면접 준비까지 성실하게 임하는 중이다. 최효선 씨는 민정이 경남을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민정은 서울에서 경험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서울에는 판소리를 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 친구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고 싶고, 한편으로는 경쟁하면서 좋은 자극을 받고 싶어요. 또 제가 경남에 살아서 많은 응원을 받고 좋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얻었지만, 여러모로 판소리를 배우는 데 불편한 점이 있거든요. 매주 서울에 다녀오는 것도 체력과 시간 소모가 크고요. 그 시간을 아껴서 연습에 집중 하고 싶고, 좀 더 잘 갖춰진 환경에서 제 꿈을 키워가고 싶어요.”

 

또 하나, 민정은 판소리 한 마당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완창을 준비하고 있다. 곡은 강산제 심청가로 민정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세 시간 분량의 판소리 책을 다 외워야 해서 쉽지는 않았지만 완창을 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떨리고 기대가 돼요.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제가 얼마큼 잘하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민정은 말한다. 자신의 삶에서 판소리는 없어선 안 되는 것이라고. 타고난 재능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한 노력과 열정을 아끼지 않는 국악 소녀. 민정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다.

 

첫 번째 꿈은 국립창극단에 들어가는 거예요. 극단에서 제가 좋아하는 심청이와 춘향이 역할을 맡아 판소리와 연기를 함께 해보고 싶어요. 두 번째는 많은 분들이 판소리하면 제 이름 구민정을 떠올려주시는 거예요. 그 꿈을 이룰 때까지 더 노력할 테니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