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날자! G-콘텐츠] 진주의 작은 서점에서 서부 경남의 거점 서점으로!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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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5 / 24-11-19 글 화유미 / 사진 백동민본문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서점의 위기’라는 말은 언제나 있어 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역의 한 서점이 무려 40년 동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여태훈 대표는 “한결같이 동네 서점의 가치를 아는 독자들의 사랑과 관심이 품어주신 거지요”라며 지역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 진주의 서점=진주문고
진주에서는 ‘서점’이라는 말과 ‘진주문고’라는 말이 같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진주문고가 진주의 동서남북 네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1986년 사회과학서점 ‘개척서림’에서 시작해 도서정보공간 ‘책마을’, 종합 서점 ‘진주문고’로 이어지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주문고가 진주의 대표 서점을 넘어 서부 경남을 대표하는 거점 서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태훈 대표 외 직원들의 노력과 정성도 있겠지만 언제나 서점을 찾아준 지역민들 덕분이기도 하다.
“진주문고는 가장 가까운 동네 서점으로 다양한 책과 소식을 빠르게 만날 수 있는 곳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지역 내 도서 무료 배송, 독서모임 도서 구입 할인 등 지역의 이웃과 책 문화를 위한 다양한 혜택도 제공하고 있고요. 진주뿐만 아니라 인근 사천과 하동, 고성, 산청 등 서부 경남 일대의 회원들이 저희 서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서점, 지역민의 요구와 바람을 담은 서점이 되고자 늘 고민하며 변화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 1월 말에는 여태훈 대표의 고향 하동에도 진주문고가 생겼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악양생활문화센터 내 50여 평 공간에 ‘하동책방’이란 이름으로 책도 보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꾸렸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귀농·귀촌인을 위한 허브, 동네 사랑방 등의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 독서를 넘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공간
“일전에 작가와의 만남 문의 메일을 받았어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독서 모임을 진행했고 감명을 받았다며 황보름 작가를 진주문고에서 초청해 줄 수 없냐고요. ‘내 마음의 휴남동 서점, 진주문고’에서 꼭 볼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주셨어요. 출판사와 작가가 적극 호응해 주신 덕에 북토크가 성사됐고, 한 기업에서 대강당과 홍보를 지원해 줘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었어요.”
진주문고는 지역의 고등학교, 대학교, 공기업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협업해 ‘중진공 책 드림(Dream) 캠페인’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남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을 지급하고, 올해 초 쇼펜하우어 열풍에 맞춰 관련 철학 강연을 기획해 지역 학교와 함께 강연을 열기도 했다. ‘우리 이웃 우리 작가’라는 이름으로 진주 지역 작가나 진주를 사랑하는 작가 등을 소개하고 발굴한다.
“동네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우리 지역에 필요한 정보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랑방, 함께 지역 문화를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또한 책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한데요. 11월에 ‘한강 작가 특집’으로 강연, 독서모임 등 프로그램을 개최한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문학계와 서점, 출판계의 경사인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책을 즐기고 만나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 누군가의 인생 서점
혼자 고요히 책을 보려고, 혹은 친구나 연인과 만남의 장소로, 자녀와 동화책을 보고 혹은 문제집을 고르던 기억으로 진주 사람이라면 추억 한편에 진주문고가 있다. 서점이 문을 닫으면 서점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와 내 가족, 이웃의 소중한 이야기가 사라진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역 서점은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입니다. 문화의 실핏줄과 같아서 이 공간이 사라지면 문화는 더 이상 확장되지 않고 생산되지 않습니다. 서점이 사라진 이후의 거리 풍경을 상상해 보십시오. 동네 서점 하나 없는 곳에 누가 살려고 하고 이사를 오려고 할까요?”
옹색하게 책값을 할인해 주지 못하고 여러모로 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 이웃 동네 서점을 한 번 생각해 봐 달라며 여태훈 대표는 말했다. 서점을 대신할 더 의미 있는 공간은 없다며, 누군가 책을 사랑하고 계속 찾아준다면 진주문고는 쉼 없이 불을 켜고 새로운 서점을 계속 만들어갈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