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이달의 인물] 외로운 사람들,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작곡가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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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6 / 24-12-04 글 김달님 / 사진 백동민본문
문화로사회연대 사업 참여 작곡가 김영진
들국화가 부른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김영진 작곡가가 참여한 문화로사회연대* 사업 취지도 이와 닮아있다. 여러 이유로 사회에서 고립된 이들에게 우리 함께 노래하자고 손을 내미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말할 수 있게 문화예술로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김영진 작곡가를 만나 문화로사회연대 사업에 참여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2024 문화로사회연대 사업은 외로움‧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를 통한 정서적 안정감을 고취하고 사회적 연결을 통한 사회 통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하며 진흥원은 경남권 수행 단체로 선정돼 사업을 추진하였다. 운영 기관인 <문화곳간 만개>를 중심으로 경남여성가족재단, 경남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경남청년단디마음센터, 창원복지재단, 창원시청년비전센터 등과 협업하였으며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기관&문화예술단체 협력 프로그램, 마을중심연결, 마중물 프로그램, 맞춤형 처방: 손잡고 함께(1+1)가 있다.
외로움을 나누고
경계를 허무는 일
김영진 작곡가는 본인을 소개할 때 ‘음악과 가까워질 수 있게 돕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35 년 차 작곡가인 그는 자신의 역할을 작곡에만 두지 않고 사람들과 음악을 연결하는 일로 다양하게 넓혀왔다. 오랫동안 합창단을 이끌고, 방송에서 클래식을 소개하고, 음악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강사로도 활동한다. 삶에서 중요한 건 결과보다 과정이라고 믿는 그는 사람들에게 노래와 작곡을 알려줄 때도 ‘잘’하기보다 ‘일단’ 해보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
“자신이 음치여서 노래를 못 부르겠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께도 본인이 부르고 싶은 대로 일단 불러보라고 해요. 잘하려고 하니까 시작이 어려워지는 거거든요. 용기를 내서 노래를 불러봐야 다음 노래도 부를 수 있어요. 그래서 제 수업을 듣고 나면 음악을 많이 배웠다기보단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들이 많아요.(웃음)”
그가 활동가로 참여한 문화로사회연대 사업 프로그램도 음악을 잘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특히 외로움·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연결되는 과정에 집중했다. 김영진 작곡가는 ‘편안한 이야기, 따뜻한 노래’라는 이름으로 경상남도자립지원전담기관 보호시설 청년들과 진해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고립된 주민들을 만났다.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고민이 많았어요. 다행히 노래는 만만한 구석이 있잖아요.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 하나쯤은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여는 데 노래의 힘을 빌린 거예요. 어떤 노래를 듣고 싶은지, 어릴 때 좋아하던 노래가 무엇인지 물어보면서 함께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다 같이 노래방에도 갔어요. 저는 그들에게 음악이 대단한 위로를 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고립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고, 몰랐던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 그런 작은 변화가 경계를 허무는 데 도움이 됐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로
우리가 함께한다면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참여자를 묻자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주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임대아파트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은 ‘손잡고 함께(1+1)’ 프로그램 중 하나였어요. 쉽게 말해 한 사람이 다른 외로운 사람 한 명을 데리고 참여하는 거죠. 그렇게 오신 분 중 은퇴 후 시각장애인이 된 70대 남성이 계셨어요. 5년 동안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은 분이셨는데 프로그램 첫날, 자신은 앞으로 오기 힘들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자신이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 같다고. 그런데 다음 주에도 용기 내서 나오셨고, 결국 프로그램 끝까지 참여하셨어요. 늘 가장자리에 앉으셨는데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미소 짓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어요. 본인 이야기도 조금씩 꺼내고요.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엔 앞으로도 계속 오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분 말씀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우리가 함께라면’ 캠페인의 하나로 ‘김쌤의 음악상담소’를 운영했다. 상담소를 찾은 이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털어놓고 신청곡을 말하면, 즉석에서 피아노와 소프라노 공연을 열었다. 관객 자리에 앉은 참여자는 오직 자신만을 위한 노래 속에서 위로를 받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영진 작곡가는 문화로사회연대 사업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며 살지만 ‘외롭다’라고 말을 꺼내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공감받지 못하고 너무 쉽게 비난받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가 외로우면 외롭다, 힘들면 힘들다고 자유롭게 떠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 사업만으로 모든 외로움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말하고 서로 연결되는 데 문화예술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제 삶과 같은 음악을 계속하면서,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