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트렌드 [지혜를 만나다] 지역에서부터 바꾸는 문화예술의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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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6 / 24-12-04 글 김규원 / 사진 제공본문
지역에서부터 바꾸는 문화예술의 틀
소멸에서 생태환경의 철학으로 새로 시작하는 문화예술.
경상남도에서 기대한다.
일기예보에서 강우가 예상되면, 보통은 일단 우산을 챙긴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비를 멈출 수는 없다. 단지 비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지역소멸, 나는 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공식적으로는 인구감소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좀 딱딱하게 설명하면, 인구감소 지역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2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해 지정하게 된다. 현재 전국 89개 시군구가 지정되어 있고, 경남의 경우 거창군 고성군 남해군 밀양시 산청군 의령군 창녕군 하동군 함안군 함양군 합천군이 지정되어 있다. 모두 지역문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연이 뛰어난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곳이다.
자, 그러면 문화예술 분야에 국한해서 인구감소라는 ‘강우’에 대비하는 우산을 쓰려면 우선 피해가 무엇인지부터 볼 필요가 있다. 그 피해는 당연히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소멸과 감소는 멈출 수 없지만 최소한의 ‘사람’에 대한 정책적인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람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은 ‘인구감소’보다 심각하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 사업 중에 문화다양성 사업 예산,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예산 삭감 (2024년) 그리고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 (2025년) 등 지역에 사람을 양성하고 활용하여 지역에 문화예술을 일으키는 사업 예산이 중앙에서부터 삭감되었다. 즉,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지역에 문화예술이 ‘남을’ 수 있는 사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지역 차원에서 마을과 지역의 사람과 문화예술은 포기할 수 없고 오히려 현재의 상태에 대응하기 위해 더 확대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주민 주도형 생활권 문화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2014년부터 추진해 온 ‘문화우물’사업을 꾸준히 우직하게 밀고 나가고 있다. 문화우물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2020~2024) 추진과제(생활문화 정책 재정비-생활문화 공동체 지원) 및 경상남도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제4659호 제4조(책무)에 의해 마을단위 공동체 문화사업 지원, 참여마을 역량강화 등을 내용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여기에서 문화우물 캠프, 문화우물 PD 운영, 총회 개최 등 사람이 사라져 가는 마을에서 ‘살고 싶은 마을’ ‘문화와 예술이 삶과 함께 하는 마을’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을을 만들고 문화예술을 심는 사람이다. 하나둘씩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참고로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자체 예산으로 문화예술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문화:소셜 플래너’로 문화예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여기에서 문화:소셜 플래너’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2021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연구소와 협력, 운영해 오고 있는 교육과정의 브랜드 명칭이다. 이는 사회 문제 해결, 공동체 의식 형성 및 공유 등을 수행함으로써 문화예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실천하는 문화기획 인력을 의미한다.경남문화예술진흥원도 이러한 제주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되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지역 청년이 지역 교육기관과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또한 경남의 문화다양성 사업, 학교문화예술교육 역시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예산을 활용하며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비가 올 때 우산을 쓰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부터 좀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 비를 피하기보다 비에 맞추어 물에서 노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구감소의 심화는 삶에서 이제는 과거의 개발 중심의 삶이 아니라 생태적 기반의 삶으로의 전환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슬세권, 15분 도시를 이야기하는데 형식적으로 시설 중심 개념의 15분 도시가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으로 생태적 환경을 기반으로 한 지역문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유휴 공간 활용, 예술 창작, 지역문화사업 등에서 도시에 뭔가를 만들기보다 전통적인 생태관 혹은 기후위기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생태적인 관점에서 ‘환경’과 ‘문화예술’이 만나고 화해하는 새로운 개념의 지역문화예술 관점을 만들어갈 시점이다.예를 들어, 경남 창녕군은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문화유산 그리고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등 유네스코 인증 3관왕이다. 이 외에 함양군의 생태축(상림-하림), 하동과 산청의 지리산 국립공원과 일대, 거창의 창포원, 창원의 주남저수지, 김해의 화포천 습지 등 대한민국의 생태 보고가 경상남도에 모여있다. 나아가 한려해상, 가야산 등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바다, 산, 숲, 늪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환경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과 역사 문화가 함께하는 전통의 지역이 경상남도이다. 앞으로 인구감소 시대의 경상남도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생태적 환경을 기반으로 한 마을 문화예술 정책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한다. 인구감소를 피하기보다 오히려 경상남도의 가능성과 차별성을 가지고 새로운 문화예술의 철학을 제시하는 대표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태환경 전문가와 문화예술 전문가가 만나고, 숲해설사와 문화유산해설사가 협력하며 주민의 생업과 생태환경이 조화하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경남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프로필
2001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입사 현재까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근무
파리4대학 지리학 박사, <축제, 세상의 빛을 담다> (2006) 저자
지역문화 및 문화시설, 전통공연예술 전문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