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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트렌드 [지혜를 만나다] 일상에서 시작하는 지속가능한 로컬 콘텐츠 생태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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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9 / 24-05-29 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장민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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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가 열리고 미디어 환경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로컬 콘텐츠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했다. 문맥상 여기에서 로컬 즉, 지역1)은 인간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은 대도시 이외의 장소에서 인간이 환경을 통해 삶을 유지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동시에 수도권 집중현상 및 청년 인구 유출, 인구 절벽 등 지역이 점차 장소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로컬 육성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이제 단순히 ‘콘텐츠를 창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고 이를 개발하여 지역을 알리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단순히 일자리 창출만이 지역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고, 인간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게 만드는 데’ 문화 향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이들이 생산해 내는 로컬 콘텐츠는 지역균형발전 비전의 하나이며, 동시에 인구의 유출을 막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전략으로서 로컬 콘텐츠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부상은 삶의 터전으로서의 ‘지역’의 정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실제로 로컬 크리에이터의 뜻은 중소벤처기업부(2020)에 따르면 “지역 특성(문화, 관광 등) 및 자원(공간, 생산품)을 기반으로 ICT 또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여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이다. 창작자로서의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에 대한 의지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의해 높은 실현 가능성을 담지하게 됐다. 예를 들어 로컬에서 생산해 낼 수 있는 콘텐츠는 지역성에 기반한 장소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역성을 생산해 내고 이 지역성과 연계하여 제작된 콘텐츠(음식, 공간, 공연 등)는 미디어를 통해 가시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로컬 콘텐츠와 로컬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거나 육성하면 급진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에서의 콘텐츠는 대체적으로 ‘관광’이나 ‘먹거리’, ‘축제’와 같은 특정 대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 때문에 일상과 뒤떨어진, 혁신적이고 산업적인 모델을 제시해 주는 ‘새롭고 특별한 이벤트’의 역할을 하길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로컬이 ‘일상’이라는 것, ‘삶을 유지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먼저 시작해야만 지속 가능한 ‘크리에이터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는 지역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일상적인 삶의 형태를 주조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생산되는 레거시 미디어의 영상 콘텐츠 중심은 ‘서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서울이 배경인 영상-드라마와 예능, 심지어 뉴스에 이르기까지-을 소비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보고 자란 이용자들은 자연스레 ‘서울’을 꿈꾸게 된다. 심지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접속 시간이 더 높거나 일상적으로 미디어에 접속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로컬보다 ‘수도권’이 더 익숙한 상황은 이처럼 무의식으로 접하는 일상적인 콘텐츠에서 비롯된다.


반면 지역은 일상이 재편되는 장소가 아닌 특수성을 가진 공간으로 재현되기 쉽다. 드라마에서 가끔 배경으로 나오는 지역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곳’,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재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재현 방식은 지역을 일상 영유의 공간이 아닌, 특수하고 단발적인 공간으로 인지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로컬은 로컬 문화를 경험하고 이를 일상으로 포섭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로컬만의 특유한 장소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보편적’ 일상을 제공해 줄 수 있어 야한다. 그래야만이 로컬의 브랜드가 그 지역의 경제구조를 계속 순환시킬 수 있는 생태계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인구의 유출을 막고 더 나아가 인구 이동, 즉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로컬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발붙이고 살고 있는 경남을 어떤 방식으로 브랜딩 할지를 고민해야 하며, 이 브랜딩이 지역 주체와 지역성을 연계시킬 수 있어야한다. 단순히 음식을, 공간을, 공연과 축제를 제공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실질적인 ‘이동’을 감행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경남이 줄 수 있는 일상이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상은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를 알리려면 현재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상에 대한 고민을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일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현재 경남의 삶이 어떠한지,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로컬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발굴한다면 변화는 절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동시에 이제는 로컬이 주체가 되어 글로벌로 직접 연결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글로벌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콘텐츠의 중심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로컬이 있는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지역을 글로벌에 알리는 또한 지역을 재생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 있다. 로컬을 직접 글로벌과 네트워크하게 함으로써 글로벌에서 재현되는 한국을 지역으로 유도할 있는 또한 전략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지역을 재생산하는 방법이며 콘텐츠와 크리에이터에게일상적으로지역을 문화 생산이 가능한 장소로 인지할 있게 만드는 중요한 키워드가 것임에 틀림없다. 로컬 콘텐츠의 시작은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남의 장소성을 고민할 있게 뿐만 아니라, 경남 이외의 사람들, 더 나아가 글로벌 대중에게 경남이 어떤 곳인지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콘텐츠는 이곳의 삶을 ‘긍정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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