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날자! G-콘텐츠] 극단현장 50주년 “가치 중심의 연극을 계속하겠습니다” - 고능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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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0 / 24-06-24 글 화유미 / 사진 백동민본문
극단 현장 50주년 가치 중심의 연극을 계속하겠습니다.
극단현장은 인터뷰가 있던 날 오전에는 하동으로 <책?책...책!> 공연을 다녀오고, 지난주에는 진주연극 페스티벌을 막 끝낸 참이었다.
생활이 연극이라는 고능석 대표의 말이 참 와닿는 일정이다.
‘일상의 경험을 무대 위로 가져가고, 무대 위의 깨달음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순환을 통해 우리 삶의 의미를 찾고 관객들과 나눈다’라고 하는 극단현장이 초기부터 가지고 있던 운영 철학도 이와 맞닿아 있다.
❍ 극단현장과 함께한 시간
1974년 극단현장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단원들은 모두 직장을 다니면서 연극을 했다. 연극을 생업으로 하는 단원은 없었고 일종의 동호회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1993년 고능석 대표가 들어올 때까지도 지역의 극단 현실이 그랬다.
“저는 경상국립대학교 연극 동아리 소속이었어요. 대학 4학년 때 취업을 극단현장으로 했죠. 저까지 세 사람이 첫 상근 단원이 됐는데, 극단 선배님이 전국적인 극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직업적으로 연극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작하게 된 거죠.”
고능석 대표가 극단현장과 함께한 세월도 어언 30년이 됐다. 그간의 소회를 이야기할 때 자부할 수 있는 건 극단이 끊임없이 성장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 바탕에는 연극을 향한 선배들의 순수한 열정과 뒷받침이 있었다.
“보통 집단의 선배라 하면 자신들 중심의 판을 짜기가 쉬운데요. 극단현장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유학을 보내줬어요. 저도 연극을 전공하지 않아서 선배들이 2년간 생활비며 학비를 대준 덕분에 서울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 예술중심현장 시민들의 공간으로
일명 ‘예술중심현장’이라 불리는 극단현장의 공간은 지하 다목적 극장, 1층 갤러리 카페, 2층 사무실과 3·4층 공연장으로 이뤄져 있다. 극단현장 창단 당시만 해도 공간은 지금 이 자리 이 모습이 아니었다.
“연극인들에게 소극장은 꿈의 공간 같은 거예요. 제가 상근 단원으로 들어오면서 처음 소극장을 만들었는데요. 그곳은 선배님들이 친구 덕에 무상으로 빌려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저기 진주 시내 롯데시네마 자리 지하였어요.”
이후 1998년 지금의 옛 ‘동명아트홀’ 3층과 4층 영화관이었던 자리로 이사를 했다. 부족한 전세금은 남성당한약방 김장하 선생이 내어준 3천만 원이 씨앗이 됐다. 현재 건물 전체를 활용하게 된 것도 수많은 시민들과 예술가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여기가 도시재생지역이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공모 사업을 통해서 융자를 저렴하게 받았어요. 부족한 금액은 ‘파란만장 백만대군’ 시민 모금을 했습니다. 파란만장은 ‘파란색 만장 돈을 모으겠다’는 뜻인데 이 모금으로 8천만 원이 모였어요. 백만대군은 ‘무이자로 3년에서 10년까지 꿔주는 많은 대군을 모으겠다’ 해서 1억 2천만 원이 모였고요. 많은 분들 덕분에 극단현장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보답의 의미로 1층을 열린 공간, 갤러리로 만들었죠.”
❍ 앞으로 50년을 생각하며
일상에서의 경험을 무대 위로 가져가고 무대 위에서의 깨달음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순환을 통해서 자아를 성찰하고 그 경험을 관객과 함께 나눈다. 극단현장은 이런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나눔과 소통의 연극을 지향하고 확장해 왔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가 ‘진선미의 요지경’인데요. 유치진 선생이 연극을 정의한 말이에요. 진선미를 탐구하는 게 연극인데, ‘진(眞)’은 진실, 삶의 어떤 모양 존재를 다루는 거죠. ‘선(善)’은 삶의 방향이 착하고 올바른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연극의 주제도 그렇게 가야 한다. ‘미(美)’는 그야말로 미학이거든요. 아름다운 것 완전한 것, 균형과 조화를 이룬 것을 말합니다. 요지경은 만화경이라고도 하는데, 연극을 변화무쌍하게 재미있게 만들어야 된다는 의미죠.”
극단현장은 반백 년, 50주년을 맞았으나 또 다른 방향성을 잡고 있진 않다. 초기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묵묵히 연극을 할 생각이다. 다만 올해를 기념하는 대표작으로 <강목발이>를 준비 중이다. 2016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금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작품으로 진주에서 전해오는 의적(義賊) 강목발이 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 밖에 그간의 연극 포스터와 극단현장 50주년을 그림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저희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으로 해외 공연도 하고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어요. 지역에서 극단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라면 인식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서울에 있는 극단은 잘하고 지역에 있는 극단은 못한다는 시선이 아쉽죠. 극단현장은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력을 인정받고 많이 극복했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