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톡톡톡! 토크] 고립과 외로움은 문화로 안녕! - 2024 문화로 사회연대 경남 네트워크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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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2 / 24-08-27 글 화유미 / 사진 백동민본문
외로움과 고립이 신사회적 위험으로 대두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여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 일본에는 고립 담당 장관이 있을 정도다. 지역 주민의 외로움을 예방하고 문화로 사회적 연결을 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을 전국 9곳에서 실시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역거점센터로 선정돼 지난 7월 29일 워크숍을 열었다. 앞으로 경남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관 간의 협력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고립 예방을 위한 문화의 역할과
지역사회의 대응 방안을 고민하다
경상남도의 후반기 도정 운영방안은 복지, 동행, 희망에 포커스를 맞춘다. 민선 8기 취임 2주년을 맞은 박완수 경남 도지사는 후반기 도정 방향 발표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도민 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라며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과 도민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동행하겠다며 위기가구 발굴, 예방부터 고립·은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원스톱 지원 정책도 추진한다.
경상남도 도정 운영에 발맞춰 고립이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문화예술로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하는 지역 간 연대를 위한 워크숍이 열렸다. 문화예술 단체와 기관 및 사업체 그리고 지역거점이 함께 톱니바퀴처럼 화합해 외로움을 예방하고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첫 시동을 거는 자리이니만큼 먼저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강윤주 교수의 특강으로 이해도를 높였다. 강윤주 교수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은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고립돼 있다며 이제는 사회가 예술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립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의 공동 대응 방안과 기술을 통한 고립 극복, 고립 극복에 좋은 문화예술 활용법에 대해 일본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좀 더 직관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층의 고독사, 사회적 고립, 도시 소멸 등을 해결하기 위한 ‘도요시키다이 프로젝트’와 정보 기술(IT)의 노인 간병 혁신과 희곡 읽기의 고립 극복 효과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1960년대 일본주택공단이 건설한 도요시키다이 단지는 30분이면 도쿄로 출퇴근이 가능한 베드타운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나자 고령화율이 41%에 달하는 유령도시화돼 2009년 지역사회가 나서 친고령자 마을로 재건을 추진했다.
“재택 간병과 평생 현역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마을 재건을 추진했는데요. 지역 의사회와 협력해 고령자들이 원래 살던 집에서 간병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방문 진료 체계를 만들고요. 워크셰어링으로 고령자들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요양시설 업무를 분담합니다.”
고립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일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역량을 키운다. 일본은 고령화로 인해 도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 많은데 대안이 되는 곳이 학교다.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노령자의 집에 찾아가 쓰레기를 수거해 주거나 학교 텃밭을 고령자와 학생들이 같이 가꾸며 요리를 해 먹는 등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코끼리표 밥솥으로 유명한 조지루시에서 노부모 원격 안부 체크가 가능한 전기 포트를 개발했어요. 일본은 차를 많이 마시니까 전기 포트에 발신기를 내장해서 사용 상황을 가족 이메일로 발신해 주는 거죠. 우리도 고립된 사람들이 쓰고 있는 어떤 기계가 있다면 해볼 만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돼요. 비슷한 사례로 전력이나 수도 데이터를 모니터링해서 일정 시간 이용이 없을 때 가입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문화예술이 고립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는 나와서 참여하게 되는 재미인데, 그 방법으로 희곡 읽기를 소개했다. 희곡 읽기는 기승전결의 드라마가 있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고립된 사람들은 한정된 경험 체계 안에서 살고 있죠. 그런데 꿈만 꾸었던 다양한 캐릭터의 입장이 되어 보고, 하나의 역할을 맡아서 여러 사람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사를 소리 내면서 읽으며 자연스럽게 감정 표현도 하고 억눌린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희곡 읽기는 매우 좋은 일입니다.”
사회적 고립에 대처하는 경남의 기관들
문화로 사회연대를 고민하다
Q. 각 기관별로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정희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부 부장)
“경상남도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서 2020년 6월에 설립된 재단입니다. 여성, 가족, 아동, 청소년, 청년 등을 대상으로 정책 연구나 교육, 사업을 하고 있고요. 올해는 경상남도 청년정책과로부터 ‘경상남도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 연구를 수탁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성순 (창원복지재단 복지협력팀 팀장)
“저희 창원복지재단은 2020년 9월 창원시 출연기관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올해 1월 1일 자로 창원시설공단에서 운영하던 노인복지관 3곳을 이관받아 1본부 4팀 3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요. 창원시에서도 고립 청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저희 기관에 의뢰가 들어왔어요. 작년 2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창원시 청년 고립 실태조사 연구로, 청년 706명을 대상으로 고립 유형과 추정 규모 등을 도출했습니다.”
이효연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설기관 경남청년마음건강센터 팀장)
“저희 청년마음단디센터는 전국 17개 시도에 있는 청년마음건강센터 중 경상남도에 위치한 곳이고요. ‘청년의 마음을 단단히 디자인하다!’라는 뜻으로 ‘청년마음단디센터’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아직 은둔·고립과 관련된 특정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청년 시기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조기 개입으로 발병을 예방하고자 합니다.”
박성빈 (창원청년비전센터 선임매니저)
“2017년 9월 ‘창원시 청년 기본 조례’에 근거하여 청년정책을 발굴하고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만들어졌고요. 창원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중 ‘자립지원’사업으로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허언정 (경남청소년지원재단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팀원)
“경상남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2015.5.29.시행)’에 근거해 만들어졌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내 20개 시‧군 청소년지원센터와 연계하여 상담, 교육, 직업체험 및 취업, 자립지원을 하고 있고요. 올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경남에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해서 어떤 사업들을 하고 있나요?
문정희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부 부장)
“경상남도는 올해 4월 ‘경상남도 고립·은둔 청소년 및 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1차로 청년 1000가구를 대상으로 고립·은둔 청년 규모를 파악하고요. 2차로 고립·은둔 청년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뭘 지원해 주길 바라는지 조사할 예정입니다. 연구는 11월에 완료될 예정이고, 가능하면 추후 ‘문화로 사회연대’와 연계해서 함께 활동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고성순 (창원복지재단 복지협력팀 팀장)
“올해는 청년 고립 경험과 개입 방안에 대해 연구 중인데요. 19세 이상 39세 이하 고립 청년 및 고립 청년 가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립 청년 기준으로는 저희가 6개월 이상 미취업, 3개월 이상 외부와 단절된 청년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 밖에 공모사업으로 전체 생애 주기별 고립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이효연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설기관 경남청년마음건강센터 팀장)
“저희는 청년들의 정신건강 증진, 정신질환 만성화 예방을 목적으로 경남의 19~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상담은 보통 전화로 진행되고요. 조기 발굴과 개입이 중요하다 보니 도내 대학생과 청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고위험군 선별 검사도 진행합니다. 등록 대상자에게는 맞춤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요.”
박성빈 (창원청년비전센터 선임매니저)
“고립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 ‘쾌유(care-you) 그라운드’라는 이름의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5명 정도씩 소규모의 3팀으로 나눠서 10회차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관계 형성을 위해 청년 활동가들을 메이트로 두고 미술심리치료나 문학 테라피 등을 했고요. 추가로 청년 ‘쾌유 합창단’을 꾸려서 최종 발표회도 했습니다.”
허언정 (경남청소년지원재단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팀원)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순간 많은 자원 체계로부터 단절되거든요. 그래서 잠정적 고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언제든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야간 상담실을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월 1회 운영합니다. 이렇게 발굴된 친구들에게는 맞춤형 서비스로 개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요. 예를 들면 너만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 너만 보는 심리 회복 프로그램이 있어요. 기반 강화 사업으로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도 하고 있습니다.”
Q. 경남의 고립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문정희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부 부장)
“고립·은둔 문제 해결의 핵심은 공동체 의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양한 지역 공동체를 설계해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이 역할을 문화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 재단에서도 연구에 그치지 않고 다 같이 돌보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박성빈 (창원청년비전센터 선임매니저)
“실제 고립 청년들을 대면해 보니 이 청년들이 치료가 필요하다기보다 지역사회, 청년센터 안에서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청년들끼리 관계를 맺어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허언정 (경남청소년지원재단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팀원)
“가장 중요한 게 인식 개선인 것 같아요. 누구나 어떤 이유로든 고립과 은둔을 겪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사회연대도 되고 연결이 원활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도 꼭 필요한 부분인데요. 사업을 하다 보면 유관기관끼리도 고립·은둔 상태에 대한 이해가 일치하지 않아서 높은 전문성을 우리 지역 모든 기관이 갖추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