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7 발행월 : 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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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토크 [이달의 인물] 음악을 사랑하고 삶을 살아가는 법을 다시 가르쳐준 남해 - 음악가 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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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2 / 24-08-27 글 김달님 /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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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때로 우리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권월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어느새 남해의 잔잔한 바다에 도착해 있다. 그의 음악에 남해의 풍경과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치열한 투쟁 같던 서울의 삶을 도망치듯 떠나 남해에 정착한 음악가 권월. 그가 남해에서 비로소 음악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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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삶이자

음악이 된 남해

음악가 권월이 처음 남해로 온 건 20214월이다. 영화 음악감독을 꿈꾸며 영국 런던의 예술대학인 골드스미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그에게 음악은 늘 삶의 전부와도 같았다. 서울에서 음악 활동을 하는 동안 환희와 성취의 순간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이 음악에 잠식당하고 있음을 느꼈다. 압박감과 우울함, 공허함으로부터 달아날 곳이 필요했다.

 

서울에서는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어요. 이대로 살다간 단명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때까지 남해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였어요. 단지 바다 가까이에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해의 한 숙소를 예약했죠. 이튿날 아침 바다에서 일출을 보는데 제 마음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음악이 삶의 전부가 아니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걸 보며 살아가는 게 삶이구나. 그때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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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남해군의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참가해 남해에 머물렀고 현재는 상주면의 한 오래된 집에서 살고 있다. 남해의 잔잔한 바다, 파도에 맺힌 윤슬, 오래된 사람들과 느긋하게 흘러가는 시간. 그에게 남해는 잊을 수 없는 풍경으로 다가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남겨졌다. 남해에 머물며 비로소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삶을 살아가는 법을 새롭게 배운 그는 세 장의 앨범 <삼동면>(2021), <은모래해변에서>(2022), <서랍>(2023)을 발매했다.

 

“<삼동면>은 남해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만든 앨범이에요. 남해에서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 남해의 첫인상이 담긴 곡들이죠. <은모래해변에서>마중하는 해변’, ‘따라오는 윤슬등 곡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제가 깊이 감명받은 남해의 풍경을 곡으로 표현했어요. 남해에서 이런 풍경을 보며 살아간다는 게 황홀하고 행복할 때가 많거든요

 

올해 2월부터 그는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미조>에서 매월 공연을 열고 있다. 마을회관에 모여 안부를 나누는 어르신들처럼 관객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공연 이름을 권월회관으로 지었다. 단 한 명일지라도 눈을 맞추며 음악을 잘 듣고 있다는 말을 듣는 일이 음악을 지속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관객 중엔 서울과 경기, 부산 등 멀리서 찾아온 이들이 더 많다.

 

또한 그는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으로도 소개한다. 현재 남해의 학교 세 곳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여행의 추억을 음악으로 간직할 수 있는 원데이 작곡 클래스도 운영한다. 상주은모래해변을 걸으며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고 작곡 앱을 이용해 나만의 곡을 만들어보는 수업이다. 사람의 수만큼 태어나는 남해를 담은 노래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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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음악가로

살아가는 기쁨

남해에 정착한 지 4년 차. 그동안 그는 여러 곳에서 남해에서 음악가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을 들었다. 남해의 부족한 문화예술 인프라와 불편한 생활 환경을 예상해서일 테다. 하지만 그는 늘 서울이 아닌 남해여서 가능한 일들이 더 많다고 대답한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남해의 불편함이 오히려 저에겐 장점이에요. 서울과 비교해 남해는 정말 단조로운 곳이고, 할 게 없으니까 정말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게 돼요. 그리고 지역이기 때문에 얻게 되는 기회도 많아요. 처음 남해에 정착했을 때 남해군에서 받은 청년 예술가 지원금으로 첫 앨범을 만들 수 있었고, 공연이나 레슨 기회도 더 자주 찾아오고요.”

 

그렇다면 그가 경남의 뮤지션으로 살아가며 더 바라는 점은 없을까.

 

음반 발매 지원사업, 음원 스트리밍 활성화사업 등 경남음악창작소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느껴요. 그 외에 바람이 있다면 경남 뮤지션들이 함께 교류하고 공연하는 기회가 늘어나면 좋겠어요. 이런 기회가 늘어날수록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현재 그는 내년 상반기 발매를 목표로 새 앨범 <은모래해변 사람들>을 작업 중이다. 지난 앨범이 주로 남해의 풍경과 일상을 담았다면 신보에는 남해에서 만난 사람들을 담을 예정이다.

 

처음엔 풍경에 마음을 뺏겼다면 요즘은 사람들이 더 좋아요. 자주 가는 식당 사장님,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해 주고 때론 집으로 불쑥 찾아오시는 이웃 어르신(웃음), 제가 이곳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안도감과 위안을 주는 사람들을 음악에 담고 싶습니다. 많이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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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월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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