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세계 속 경남] 음악으로 물든 통영의 봄, 통영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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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9 / 25-04-23 글 김보배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본문
통영은 한국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의 고향이자,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통영국제음악제가 매년 열리는 음악의 도시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로 선정된 예술적 감수성이 넘치는 장소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깊은 음악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2025년, 통영은 다시 한번 세계 음악계의 중심에 섰다. ‘내면으로의 여행(Journey Inwards)’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통영국제음악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닌,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음악적 여정이었다. 통영국제음악당에서 3월 28일부터 4월 6일까지 진행된 이번 음악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프로그램과 깊이 있는 메시지를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악의 도시 통영에서 울려 퍼진 ‘내면으로의 여행’
2025 통영국제음악제는 내면의 깊이를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을 초청하며, 통영을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어갔다. 덴마크의 현대음악 작곡가 한스 아브라함센, 스페인의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 그리고 한국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각각 상주 작곡가와 연주자로 참여하며 음악제의 중심을 이끌었다. 또한, 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의 주요 작품들이 연주되어, 이들의 음악적 유산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불레즈와 윤이상, 현대와 전통의 만남
올해 음악제에서는 프랑스의 현대 음악 작곡가 피에르 블레즈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기획이 마련되었다.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이 불레즈의 주요 음악적 업적을 연주하며 관객들에게 현대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또한, 윤이상의 작품을 기리는 공연이 3월 29일에 열려, 그의 ‘협주적 단편’과 ‘밤이여 나뉘어라’, 도시오 호소카와의 ‘드로잉’ 등이 웨이우잉 현대음악 앙상블에 의해 연주되었다.
주목할 만한 공연
2025 통영국제음악제는 다양한 공연으로 음악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3월 28일 개막 공연에서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윤이상의 ‘서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임윤찬 협연),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하며 화려하게 개막했다. 지휘는 파비앵 가벨이 맡아 세련된 해석을 선보였다. 이어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에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 연주가 큰 주목을 받았다. 임윤찬은 깊이 있는 해석과 압도적인 기교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들었고, 음악으로 ‘내면의 여행’을 떠나게 했다. 피에르 불레즈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창단한 세계적 현대음악 앙상블인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이 그의 대표작을 연주하는 ‘피에르 불레즈를 기리며’ 공연도 펼쳐졌다. 불레즈의 ‘삽입절에’ 아시아 초연이 이루어졌으며, 그의 음악이 가진 혁신성과 실험정신을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4월 6일 폐막 공연에서는 성시연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을 연주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조지아 자먼(소프라노), 마일스 뮈카넨(테너), 김기훈(바리톤) 등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이 참여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이 외에도 실험적인 무대들이 펼쳐졌다. ‘제라르 그리제이의 시간의 소용돌이’ 공연에서는 비주얼 아티스트 토마 페낭게르가 참여해 현대음악과 시각예술이 결합한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였으며, 무성영화 ‘호프만의 이야기’와 오케스트라 연주가 실시간으로 조화를 이루는 ‘시네콘서트’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음악의 미래를 밝히다
2025 통영국제음악제는 기존 고전적 음악제의 틀을 넘어, 더욱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피아노, 오케스트라, 성악뿐만 아니라 판소리(이자람), 재즈(레셰크 모주제르 & 조하르 프레스코), 애니메이션과 결합된 공연(‘에펠탑의 달빛’)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음악의 경계를 확장했다. 이번 음악제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음악을 통한 자기 탐구’였다. 단순히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감정과 사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내면으로의 여행’이라는 주제는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계로 뻗어가는 음악의 도시, 통영의 미래!
2025년 4월, 통영을 아름답게 물들인 음악의 향연은 클래식 음악의 깊이를 넘어 새로운 창작과 혁신의 무대들로 찬란하게 마무리되었다. 이번 통영국제음악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더욱 깊이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고요한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펼쳐진 세계적인 음악 축제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순간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영원히 각인될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 통영국제음악제는 단순한 음악 축제를 뛰어넘어 통영 예술의 상징이 되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문화적 자긍심을, 관광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며 통영이 국제적인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통영은 어떤 음악적 여정을 이어갈까? 올해 음악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더욱 다양한 장르와 실험적인 무대들이 시도될 것이다. 통영이 음악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중요한 공간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세계적인 음악 중심 도시, 통영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