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이슈 진단]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진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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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8 / 25-03-28 글 진홍근본문
현재 지역의 문제도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지역은 지역 소멸, 인구 소멸이라는 것이 거대한 담론처럼 형성되어 모든 것을 잡아먹고 있다. 뭐든지 안 되면 인구 감소를 탓한다. 마치 장롱의 색만이 모든 제품의 구매 기준이 된 것만 같다. 물론 거주 인구가 중요하다는 걸 광고학자가 모를 일 없다. 광고도 사람이 많아야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 그런데 인구수가 지역의 발전과 소멸에 절대적인 걸까? 생각해 보자. 조선시대 인구는 순조 시대에 정점을 찍어, 총인구가 750만 명이었고, 경상도 전체가 160만 명이었다.(현재 부산, 울산, 경남 인구는 725만 명이다) 그런데도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노래만 60여 종에 3,600여 곡이나 되고, 양반들의 시(詩)•서(書)•화(畵)•악(樂)으로 대변되는 풍류 못지않게 서민의 판소리, 탈춤, 마당극, 한글 소설 등이 넘쳐났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대흥행했다지만 우리의 춘향전은 500년 이상 인기를 끌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역에 사람을 모으고 활성화한다는 정책들이 대부분 인구수를 늘리는 데 집중되어 있다. 즉, 하드웨어 중심이다. 광고 관점으로 보면 거대한 디지털 옥외 전광판을 100억원 넘게 들여 설치하고 그 내용을 채우지 못해 빈 화면으로 내버려두는 것과 같다. 많은 지역이 대형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그곳에서 ‘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까?’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도 매우 중요하다. 앞서 예를 들었던 침대 회사처럼 우리는 주요 논점을 전환해야 한다. 지역 소멸, 인구 소멸 문제는 젊은이들을 다그친다고 또는 어떤 정책으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지역문화, 지역 콘텐츠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광고의 역사가 100년이 안 되었지만, 소비자가 광고를 쳐다보게 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건 3B(Baby, Beauty, Beast)라 해서 광고에 아기, 아름다움, 동물이 나오면 반드시 소비자들은 광고를 쳐다본다는 것이다. 광고에 야한 것을 도입하면 효과가 있을까 싶어서 많은 기업이 활용했지만, 광고만 기억하고 브랜드는 기억 못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가장 효과가 있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게 ‘유머(Humor)’ 즉 재미였다. 재미있는 광고는 사람들에게 광고에 대한 경계심을 풀게 했고, 오랫동안 그 장면을 기억하게 했으며, 광고를 좋아하게 했다. 덩달아 제품도 잘 팔렸다. 유머는 3B, 섹시 또는 어떤 소재보다 강력하였다. 인종도, 종교도, 그 어떤 장벽도 재미를 막지 못했다. 전 세계에 통용되는 만능열쇠라 할 수 있다. 재미는 경계심을 허물게 하고, 사람들을 모이게 하며,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쉽게 말하면 ‘재미있으니까!’는 모든 게 허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재미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요즘 시대가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 정치·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 많은 사람이 재미를 느끼며 살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이 경계심도 많아졌고, 도로에서 운전으로 인한 다툼도 많아졌다. 모두 신경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재미’가 중요하다. 다른 지역도 다 하는 케이블카 사업처럼 차별화도 없고 하드웨어 중심도 벗어나야 한다.
재미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음악, 영상, 맛있는 음식 등과 같은 감각적 재미가 있다. 극도의 몰입감을 유도하는 도전과 성취를 추구하는 재미도 있다. 예측 불가능하고 놀라움을 주는 재미, 그중의 으뜸은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 속 재미라 할 수 있다. 재미의 관점으로 지역 콘텐츠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경상도는 하회탈을 대유행시켰으며, 전국의 3분의 2 가마를 가지고 있었던 지역이 아닌가? 인구가 절대적 평가 기준이 될 수 없고, 모든 문제의 원인도 될 수 없다. 광고쟁이들 속마음에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볼 거야?’라는 심보가 있다. 사람이 많아야 무엇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는 안 보면 사람을 미치게 할 것이고, 사람을 모을 것이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재미다. 진정한 재미는 강요할 필요도, 억지로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스스로 보고 싶고,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바로 재미의 본질이다. 지역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인구나 규모를 논하기 전에, 그 자체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 재미가 있다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처럼 발상의 전환은 인구 논쟁이 아니라 재미가 되어야 한다. 인구 증감에 대한 정책보다는 삶의 만족을 높이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다음 기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