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알려드리는 소식지 웹진 Vol. 32

예술의 착한 아름다움은 가능하다, 2021 경남 문화다양성 포럼

경남문화기자단 백수정

경남문화다양성포럼에 참가한 발표자 및 시민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5월 21일,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은 UN이 문화의 상업화, 획일화, 종속화에 반대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 개발하여 문화다양성을 지켜내고자 2002년에 제정한 기념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부터 문화다양성 주간을 지정해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재단 25곳과 함께 5월 21일(금)부터 27일(목)까지 전국 곳곳에서 ‘취향존중 취향저격’이라는 주제로 ‘2021문화다양성 주간’을 개최했다. 


 경남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김해문화재단이 공동주관하는 <경남문화다양성포럼>을 지난 5월 21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었다. 특히 이날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과 함께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


포럼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과 함께 유튜브로 실시간 송출해 접근성을 높였다.


 ‘문화예술 속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문화예술계 전문가를 초청해 문화예술에서 문화다양성이 가지는 의미, 지역의 문화다양성, 여성 예술가의 삶, 장애인예술가로서의 삶 등 문화예술분야의 문화다양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시간을 가졌다.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취향존중 취향저격’이라는 주제로 ‘2021 문화다양성 주간’을 개최했다.


 먼저 기조강연을 맡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안태호 이사는 예술의 다양한 표현과 활동에 있어서의 다양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며 예술과 문화다양성이 아주 깊이 맞닿아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예술은 다양성의 가치를 확장하기도 때로는 다양성을 훼손하기도 하는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자유로운 표현을 전제로 하는 예술가라고 하여도 누군가를 혐오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문화다양성을 위해서는 자신과 세계화의 거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만 침잠하지 않고 세계를 바라봐야 합니다.”_안태호 기조강연 중 


 또한, 안 이사는 예술분야에서 문화다양성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여성만화가 엘리슨 벡델은 1985년 남성 중심의 영화적 서사에 의문을 품고 흥미로운 테스트를 만들어낸다. 아주 간단한 테스트이지만 기존의 영화들이 얼마나 젠더의 역할에 있어서 편향적인 지를 보여준다. 


<벡델 테스트> 

첫째,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둘째, 이들이 서로 대화를 할 것 

셋째,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스웨덴은 2012년 세계최초로 벡델 테스트를 의무화했다. 처음에는 제작영화의 30%만 통과하던 것이 2015년에는 80%의 영화가 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제도가 바뀌면 사람들의 행동과 의식도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안 이사는 현재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에서의 문화다양성 가이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제도와 가이드가 검열이나 상상력의 한계를 가져오기보다 우리의 편견을 깨고 문화예술의 맥락을 더욱 풍부하게 이며, 이것은 결국 평화로운 세상을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송희영 교수는 ‘장소기억과 지역문화콘텐츠’라는 주제로 장소성을 기반으로 한 국내외 지역문화공연콘텐츠 소개했다.


 지역이라는 이슈는 수도권과 대비되는 또 다른 차별적 요소를 가지는 분야이다. 서울예술대학교 송희영 교수는 ‘장소기억과 지역문화콘텐츠’라는 주제로 지역이 공동의 기억을 가진 문화적 장소를 중심으로 지역적 정체성을 찾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지역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장소경험을 통해 지역문화콘텐츠의 고유성과 차별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소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문화콘텐츠의 해외사례로 프랑스 앙부아즈 고성의 역사야외극 ‘프랑스와 1세의 궁정에서’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지역주민들이 앙부아즈 성이라는 역사와 장소 정체성, 지역민 공통의 기억을 기반으로 인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프랑수와 1세의 일생, 르네상스 시대의 영광, 왕실문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흔적을 첨단 무대기술 효과와 결합하여 40년째 실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통영의 극단 벅수골을 소개한다. 극단 벅수골은 2013년부터 지역의 숨은 역사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창작극을 만드는 ‘통영 로드스토리텔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시대 삼도수군 통제영, 통영의 자연풍광, 통영과 인연을 맺은 전혁림, 윤이상, 백석 등의 예술가 등 역사, 인물, 문화재, 설화, 장소기억을 소재로 하여 총 12편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송 교수는 극단 벅수골이 통영의 문화적 고유성과 전통적인 삶의 흔적을 연극공연콘텐츠로 승화시킨 것을 높이 평가하며, 통영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공연을 통한 장소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충열 작가는 눈과 대상의 관계를 단순화하고 고정시켰던 원근법이 현대에 와서 무시되면서 미술계의 중심 해체와 다양성이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의 저자 이충열 작가는 ‘문화예술 속 대상화된 재현과 여성 예술가의 삶’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 작가는 그림이 세상을 보는 창이지만 누군가의 눈으로 보는 가에 따라 그 창밖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미술계는 남성의 눈으로 본 세상이었다. 주제와 상관없이 작품 속에서 여성의 몸이 드러났으며 누드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이러한 여성누드 작품 앞에서 남성들은 그들만의 연대의 시간을 가졌다. 작품 속에서 여성은 행위의 주체이기 보다 남성들이 바라보고 싶은 여성의 모습일 뿐이었다.  


 이 작가는 눈과 대상의 관계를 단순화하고 고정시켰던 원근법이 현대에 와서 무시되면서 미술계의 중심 해체와 다양성이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 예가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이다. 중심이 많이 해체되긴 했지만 여성예술가들은 여전히 주체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또한,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감성적인 것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만드는 구조와 시스템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시간 유튜브 댓글을 통해 들어온 질문으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서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의 이한준 정책기획부장의 사회로 문인 장용식, 누리봄표현예술심리연구소의 이미영 대표, 발표자와 함께 토론을 가졌다. 장용식 문인은 시력을 잃고 수필을 쓰게 된 경험을 공유하며 세상이 장애인에게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이야기했다. 이미영 대표는 예술치료가 예술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정책지원대상이 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예술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6년 전 완전히 시력을 잃고 완전한 암흑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각장애인으로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사회에서 조금만 배려해준다면 장애인들이 꿈과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_문인 장용식


 문화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지금까지 자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이 말할 수 있도록 귀 기울이는 것이다. 이것은 더욱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윤리도덕적인 실천이자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길이기도 하다. 문화예술의 착한 아름다움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