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알려드리는 소식지 웹진 Vol. 32

남해 유배문학관 ‘목공예 설치미술전’

경남문화기자단 김조숙


 2010년 11월에 개관한 남해유배문학관은, 남해군민에게 소중한 문화공간이다. 조선시대의 유배문학작품들을 정리하고 연구하며 계승하는 역할 외에도 전시와 공연을 위한 장소로 활용되어 왔다. 전시장 로비는 독특한 구조이다. 자연채광창이 사다리를 눕힌 형태로 천장에 설계되어 있다. 맑은 날에는 눈부신 빛이 조명처럼 비치고,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엔 은은한 빛이 떨어진다. 이 구조는 전시작품에 색다른 느낌을 입힌다. 일반 갤러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미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남해유배문학관 전시장에서 오래간만에 기획전시가 열렸다. 코로나19 감염병이 나타난 2019년 겨울 이후, 예정되었던 모든 전시 일정이 취소되었다. 남해유배문학관 자체가 남해군의 공공건물임으로 잠정 폐쇄가 반복되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무려 1년 6개월 만에 첫 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전시회의 이름은, ‘문동원 木漁 설치미술 초대전’- <목어야, 남해가자 2>이다. 남해유배문학관의 김임주 학예실장이 기획을 맡아 문동원 목공예가를 초대한 전시회이다. 원래 일정은, 2020년 9월 개막이었으나, 역시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올해 5월 4일부터 30일까지 26일간 열게 된 것이다. 문 작가의 첫 전시회 <목어야, 남해가자!>는 남해유배문학관에서 2019년 6월 한 달 간 열려, 경남지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 전시회 개막식인 5월 4일엔, 장충남 남해군수와 남해군의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장을 비롯해, 지역 문화예술계의 인사들이 참가해 축하하고 격려했다.



 나무 물고기인 목어 설치미술을 창작하는 문 작가는, 경남 공예인조합과 경남명품공예조합의 회원이며 남해군미술인협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기자는 문동원 작가를 직접 인터뷰해 목어 작품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목어는, 우리의 옛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존재이다. 사찰의 목어는, 항상 눈을 뜨고 각성하여 해탈에 이르게 하는 수양의 도구로 쓰여 왔다. 목어의 본 모습인 물고기는, 백성들의 그림인 민화에선 다산(多産)을 의미하는 상징물로 그려졌다. 또한 보물을 보관하는 벽장이나 가구에 붙인 물고기 그림은, 졸지 말고 깨어 재산을 지키는 의무를 갖는 존재였다.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는 출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따뜻한 기적인 ‘오병이어’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물고기는 5천 명을 배부르게도 해주었다. 이렇듯 다양한 뜻을 내포한 물고기를 형상화하는 작업이 ‘목어 설치미술전’이다. 먼저 목어를 만들고 설치 조형물을 제작한다. 남해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장이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이 고장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보물이다. 오늘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동시에 내일의 희망을 설계하게 도와주는 생명체이다. 남해에서 태어나 자라며 어린 시절 바다 속에서 헤엄치며 만났던 그들의 모습을 ‘환상’으로 승화시켜 작품에 담았다.-



 문 작가는 스무 살에 목공을 시작해, 사람들 일상의 삶에 필요한 목공품 제작과 목공 예술을 병행하며 살고 있다. 30년 동안 초지일관 한 길을 걸어 왔다. 첫 번째 이은 이번 두 번째 전시회에선, 목어들이 사는 바다 속의 이야기도 끌어내고 있다. 물고기들이 살아 숨 쉬며 유영하는 바다의 물결들과 물고기들의 몸을 스치는 다채로운 사물들에 대한 이미지도 담고 있다. 목공 공구를 사용해 형태를 잡고 끌로 파 형상을 만든 작품들. ‘목어의 꿈’과 ‘당신도 아름다워요!’ 외 총 10점의 작품들은, 전시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코로나블루로 지친 관람객들에게 고요한 위로를 선사하고 있었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 시대. 어쩌면, 가장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이 프리랜서 예술가들일 것이다. 강연이나 강좌로 벌어들이던 수입이 들쭉날쭉하고 작품을 창작할 재료비를 확보하기 어려우며 심혈을 기울인 전시회는 무산되기 일쑤이다. 이러한 시기에, 꿋꿋한 장인정신으로 작업을 하고 전시회를 여는 지역작가들에게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동원 목공예가의 전시장을 네 번째로 찾았을 땐, 남해군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시간>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꿈과 안목을 키워주는 문동원 작가에게 응원과 더불어 큰 박수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