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알려드리는 소식지 웹진 Vol. 36

극단벅수골, 이탈리아에 통영의 아름다움을 전하다 ‘통제영의 바람’

경남문화기자단 백수정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문화예술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면 소통과 호흡, 현장성을 기본으로 하는 공연예술계와 국경을 뛰어넘는 국제문화교류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된다(Life goes on)'는 말처럼 디지털 실시간 온라인 공간, 가상현실, 영상의 형태로 물리적 제약을 넘는 국제문화교류는 계속되고 있다.  


극단벅수골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비대면 실시간으로 이탈리아 셀레도로현대공연축제에 참가했다.


지난 9월 4일 극단벅수골이 공연‘통제영의 바람’으로 이탈리아의 올리베토 시트라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셀레도로현대공연축제(Sele d’oro Contemporary Theatre Festival)에 실시간 비대면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극단 벅수골은 통영의 지역문화를 콘텐츠화하는 극단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국예술국제교류지원사업>에 선정돼 이번 축제에 참여하게 됐다. 극단벅수골은 지난해 이탈리아 트레시 페스티벌(Tracce Festival)에도 ‘사랑, 소리나다’작품으로 비대면 국제교류에 참여한 바 있다.  


셀레도로현대공연축제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지역의 대표적인 공연축제이다.


이탈리아 셀레도로현대공연축제(Sele d’oro Contemporary Theatre Festival)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경제,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문화적 시도를 펼치는 장이다. 올해 축제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여 축제 참여 8개의 작품 중 5개는 대면, 3개는 실시간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줌을 통해 두 도시의 축제관계자들이 축하인사를 건넨다.(사진편집: 백수정)


공연 시작에 앞서 이탈리아 현지 축제장과 실시간 연결을 통해 축하인사를 나눴다. 올리베토스트라시의 까르미네 삔냐따 시장과 통영시 강석주 시장이  축사를 나눴다. 강석주 시장은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등 이탈리아와의 인연이 더욱 깊다며, 이번 공연이 한국이 사랑하는 이순신 장군과 전통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페스티벌의 안토니오 까포니그로 회장은 ‘코로나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며, 기술을 통해 서로 만날 수 있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극단벅수골의 장찬석 대표는 ‘온라인으로라도 참여해서 다행이라며, 이탈리아 무대에 선 듯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은 통영의 역사적인 공간인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실시간으로 촬영됐다.(사진출처: 유튜브 공연영상 캡처)


작품 '통제영의 바람'은 통영의 역사적 공간자원인 삼도수군통제영의 세병관, 야장방, 화원방, 운주당을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 중 일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연극여행으로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판타지적 구성으로 꾸며졌다. 통제영에 견학을 온 아이들이 선생님 몰래 공간 구석구석을 누비며 보물찾기를 통해 역사적 순간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이순신 장군의 얼을 전통무예와 무용으로 만난다는 설정이다.    


통제영에 견학을 온 아이들은 선생님 몰래 공간 구석구석을 누비며 충무공 이순신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사진출처: 극단벅수골)


“2019년 국제교류를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도시의 역사적인 공간과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안정적인 극장 공연보다 통제영을 배경으로 한 야외 공연을 통해 통영의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를 보여드리고 싶었다.”_제상아 극단벅수골 기획사무국장


실시간 영상으로 전해지는 공연이라 공연장에서 생중계를 했다면 영상과 음향의 질은 더 높았겠지만 극단벅수골은 통영의 상징적인 역사문화공간 통제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야외공연을 선택했다. 


통제영의 공간을 이동하며 전통 무예와 무용을 통해 역사의 시간속으로 들어가게 된다.(사진출처: 유튜브 공연영상 캡처)


지역민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전문배우 6명과 안무 2명을 제외하고는 아역을 포함한 모든 배우가 통영시민들이었다. 지역문화콘텐츠를 시민들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연이 끝난 후 줌으로 이탈리아 현지 연극인들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안토니오 까포니그로 회장은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공연의 배경과 풍경이 아주 인상적이고 아름답다’며 감탄했다. 다른 연극인들은 ‘역사적으로 한국을 여행한 듯한 느낌이 든다’, ‘공연 속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의 에너지와 역할 조화가 좋았다’, ‘한국의 문화를 알 수 있어 좋았고, 언젠가 방문해보고 싶다’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이탈리아어 자막으로 진행된 온라인 관람이라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공연의 주제를 이해하고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하기에는 충분했다고 전했다.


공연 후 줌을 통해 이탈리아 현지 축제측 연극인들과 공연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사진편집: 백수정)


‘통제영의 바람’은 이번 축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통영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공간을 이동하며 보물찾기를 하는 구성과 연극, 전통무용, 음악 등이 어우러진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축제 주최측과 극단벅수골은 페이스북으로 수상 소식과 소감을 페이스북으로 공유했다. 


극단벅수골이 이탈리아에 갔더라면 보여줄 수 없었던 통제영의 밤과 공간, 시민들이 함께 만든 무대를 영상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사진출처: 유튜브 공연영상 캡처)


극단벅수골이 이탈리아 현지에 갔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공연의 내용은 더 구체적으로 전달되었을 것이고, 관객의 눈빛과 호흡하며 배우들은 즉흥연기를 추가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날 수 없었기에 통제영을 배경으로 역사적 공간 구석구석을 공연에 담을 수 있었다. 공연과 통영을 함께 보여줄 수 있었다. 비대면 국제문화교류, 예술가들은 대면무대를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어떠한 형태로든 소통하기를 시도한다. 그 시도가 대면무대 만큼의 감동을 전해줄 수 없다하더라도 대면무대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그럼에도 국제문화교류를 계속된다. The show must go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