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알려드리는 소식지 웹진 Vol. 36

신비로운 감정의 기억, 청년 작가 '정성훈 개인전'

경남문화기자단 김주영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 1가 경남예술인 복지센터에서 <정성훈 개인전 : 보라>가 열렸다. 정성훈 작가는 이번 ‘청년예술인 발굴 지원 사업’으로 세 번째 개인전을 연 청년 작가이다. 전시장에 도착해서 작업 중인 작가의 모습을 보았다. 작업을 하시는 진지한 모습에 말을 걸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인터뷰가 시작되자 온화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정성훈 작가


- 이번 청년예술인 발굴 지원 사업에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셨나요.

 저는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그곳의 ‘다음’ 스튜디오에서 팀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예술과 예술교육의 틀을 깨고자 하는 의지로 작가 활동과 교육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슬럼프가 왔었고 작품 활동을 안 했었어요. 그러다 작년 말부터 이것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 사업을 알게 되었어요. 아직 슬럼프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지원을 받게 되면서 작년보다 작가 활동으로 무언가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업 중인 모습


- 예술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경남대학교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나왔어요. 과 특성상 미술교육을 많이 하는데, 교육보다는 학교 안에서의 작업이 더 재밌어서 작가를 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졸업과 동시에 생각이 맞는 형과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로 들어가면서 작품 활동을 하던 중에 교육이라든지 예술 활동을 하며 기존 예술의 틀을 깨는 그러한 작가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미술교육과에서 배운 걸 토대로 해서 교육도 나가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예술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서 지루한 미술수업이 아닌 흥미롭고 재밌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미술이 흥미 유발로 다가오게끔 했어요.


 

-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에 겪었던 감정의 기억으로 연상된 사물을 표현했다고 하셨습니다. 작품 속 인어와 꽃. 이런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번 전시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하여 스토리텔링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중에서도 사소한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잖아요. 설렘, 슬픔, 그리움. 제가 느꼈던, 느끼고 있는, 사랑 안의 여러 감정들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인어는 어릴 때부터 인어 공주같은 여성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런 항상 꿈꿔왔던 인어가 나타난 거예요. 예전에 연애했을 때의 설렘이 아니고 처음 느껴보는 엄청 강한 설렘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설렘이더라고요. 그리고 튤립은 그 대상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튤립이고요. 그 사람을, 그 이상형을 계속 보다 보니까 그 튤립이 떠오르는 거예요. 네덜란드의 튤립 꽃들 속에서 한 송이가 걸어 나온 것처럼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 그 감정이 튤립처럼 보이는 거군요. 

네. 맞아요.



작품

작업노트中-손을 뻗어 닿으려 해도 나 자신이 거리를 두는 것 같다 


- 작품의 구성을 보면 사람의 얼굴에 눈이 있고 저 눈 위에 꽃이나 인어, 나비, 손 등이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저 눈이 저에요. 제가 느꼈던 감정을 키워드화해서 제가 겪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바로 눈 위에다가 (작업을) 했습니다.


- 작품의 선들이 다 보라색입니다. 보라색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이번 전시회 주제를 ‘눈’으로 겪은 감정으로 했는데 그런 것을 영어로 하면 ‘look’이잖아요. 이것을 한국어로 하면 ‘보다’가 되는데 그걸 명령어로 바꾸면 ‘보라’가 되는 거예요. 이런 언어적인 언어유희를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보라색을 선택했어요. 보라색을 안 좋게 보면 ‘우울함’, ‘그리움’ 이런 의미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포함하면서도 다른 색감보다 조금 더 유니크해지고 싶다고 해야 할까요.


『색채의 상징, 색채의 심리』라는 책을 보면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신비한 것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수줍음이 많고 세상에 등을 지고 조용히 사는 유형과 지도자적 역할에 만족을 느끼면서 품위를 지키고 사는 유형이 많대요. 그리고 사색을 좋아하고 철학에 관심이 많다고 해요. 원래 보라색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제 성격에 그리고 이번 전시에 이 색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라색을 선택한 것도 있어요. 


- 작품 설치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셨나요.

 처음 구상은 3개월이 걸렸어요. 주제를 잡고, 3개월 동안 기존에 생각했던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이번 전시와는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4개월 차에 컨셉과 재료를 바꿨고 새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번 전시와 맞는 재료를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바꾸고 나서의 기간은 1달 걸렸어요. 


일반적으로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전시가 있겠다고 예상하고 들어가면 그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전시를 보게 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 틀을 깨부수고자 하는 게 평소에 컸는데, 수도권 전시에 가보면 이렇게도 전시를 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아요. 이번 컨셉을 바꾼 것은 수도권 전시의 영향이 컸어요. <STREET NOISE>라는 그래피티 전시였습니다. 그래피티는 허가되지 않은 벽에 사회적 이슈가 되는 단어들을 적으면서 예술로 표현하는 것이고, 그 전시를 보는데 ‘나는 내 캔버스에다 내 이야기를 표현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컨셉과 재료를 바꿨습니다. 


첫 개인전 작품 <롬곡(happiness)>
제 3회 개인전 팜플렛


- 이번의 개인전이 이전의 개인전과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으실까요. 

 첫 개인전 때는 ‘그냥 작품을 낸다. 작품을 해서 작품에 이야기를 맞춰야겠다.’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이건 첫 개인전 작품인데 눈물이 흘러내린 걸 뒤집어서 위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게, 그래서 슬픔이 아닌 행복의 의미를 담은 추상입니다. 그런데 만들고 나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저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제가 말을 안 하면 사람들이 모를 수 있잖아요. 


그러면서 작년부터 슬럼프를 겪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작품을 만들고 나서 이야기를 맞추기보다는 내 이야기로 작품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좀 색다르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제 이야기를 이번 전시 때 표현해 보자는 게 컸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는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작품마다 생각하면서 잘 준비한 것 같고, 다른 대중들에게 나중에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전시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