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의 첫 공공 도서관 ‘양산도서관’
경남문화기자단 김지은
8월 20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 2673-2 일원에 양산도서관이 개관했다. 양산에서 여섯 번째 공공도서관이자 경상남도교육청 소속 첫 번째 공공도서관이다.
연면적 3,094㎡, 지상 3층 규모의 양산도서관은 시가지에서 다소 떨어진, 대단지 아파트와 초중고등학교가 밀집한 주거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우수한 편이다. 직선거리로 약 2.5km 떨어진, 양산에서 가장 큰 시립중앙도서관이 언덕배기에 있어 접근이 불편한 것과 달리 양산도서관은 평지에 있는 것도 장점이다. 더욱이 바로 맞은편에 양산시민의 쉼터로 자리 잡은 양산워터파크공원이 위치해 있어, 독서와 휴식을 함께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양산도서관 전경
양산도서관 펩아트 |
양산도서관 갤러리 |
지난 4월에 준공한 신축 건물답게 외관은 깔끔한 투톤 컬러에 벽돌로 둘러싼, 마치 미니 성벽 같은 입체적 구조가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입구를 지나 도서관 안에 발을 들여놓으면 로비 한가운데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소파가 눈에 들어온다. 그 왼편에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코너에 김선희 작가의 <열여덟 소울>과 같은 양산도서관 추천도서들이 꽂혀 있다. 바로 그 옆에는 개관 특별기념전으로 추성숙 작가의 펩아트 초대전 '책과 종이가 만나는 예술'이 전시 중이었다. 페이퍼(Paper)와 예술(Art)의 합성어인 펩아트는 종이로 만들어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예술적 작품을 창조하는 새로운 문화영역이다. 추성숙 작가는 책과 종이를 활용해 만든 성과 마을, 코끼리, 고슴도치와 같은 다양한 동물들, 찻잔 세트, 케이크, 찰리 채플린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여 도서관을 찾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전시전은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전시관에서는 예술법인 경남미술창작소 작가들의 갤러리전이 전시되고 있었다. 공현진 작가의 <비 오는 날의 외출> 등 십여 작품들이 전시관 벽면을 장식하며 보는 예술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어린이자료실 입구 |
어린이자료실 내부 |
도서관 1층은 어린이자료실, 영유아자료실을 메인으로 106석의 좌석을 갖춘 시청각실과 동아리방인 '꿈애뜰', 세미나실인 '지혜뜰'과 '배움뜰'로 구성된다. 1층 자료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콘셉트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입구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거대한 책 기둥이 어린이들을 동화의 나라로 맞이했다. 하트병사를 늘어세운 것 같은 코너 입구에, 자료실 바닥은 검정과 흰색이 교차하는 체스 무늬로 되어 있다. 목조로 만든 오두막 같은 '이상한 나라(Wonderland)' 안에는 체스의 '킹'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고, 안에는 팝업북과 같은 흥미로운 책들이 어린이 이용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부모와 아이가 마주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독서공간을 마련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또 내부에 위치한 영유아자료실은 마룻바닥으로 되어 있어 신발을 벗고 들어가 편안한 자세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종합자료실 |
계단형 서가와 열람석 |
2층과 3층을 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종합자료실은 높은 천고에 탁 트인 개방감을 주면서 두 층을 계단형 열람실로 연결하는 등 최신 도서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었다. 자료실 2층에는 청소년존과 디지털존이, 3층에는 노트북존이 각각 마련돼 있다. 또 계단 층층마다 '작가의 방'과 같은 코너나 열람공간을 만들어 계단을 따라 책을 고르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서가 배치와 '경남독서 한마당', '신간도서' 등 깨알 같은 코너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세련된 북카페 느낌을 주었다. 2층 천장과 연결되는 3층 벽면을 서가로 꾸며 책을 비치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또 창문 쪽 열람석에는 책상마다 독서대와 콘센트, 유·무선충전기를 설치해 편의성을 더했다.
자유학습실 |
디지털존 |
뿐만 아니라 3층에는 칸막이 책상을 비롯해 공부를 할 수 있는 96석의 자유학습실이 있다. 요즘 북카페와 같은 도서관이 유행하면서 책 읽는 공간에 초점이 맞추어지다보니 점점 자유학습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따라서 양산도서관에서 자유학습실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지역주민과 인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의 비밀기지 같은 어린이자료실 |
3층에서 바라본 양산도서관 |
사실 양산도서관의 설립 과정에는 다소 사연이 있다. 양산도서관은 원래 직선거리로 2.5km 떨어진 북부동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이었다. 이번에 개관한 양산도서관은 여기서 이전한 것이다.
북부동 양산도서관은 1992년 군립양산북부도서관으로 개관해 양산시의 위탁을 받아 올해 상반기까지 약 30년 가까이 경남도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렇다 보니 양산시는 경남 18개 시·군 중 경남도교육청이 소유한 공공도서관이 없는 유일한 지자체였다.
2020년 4월 위탁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경남도교육청은 양산에 교육청 도서관이 없다는 점과 양산신도시 지역에 도서관 추가 건립 요구가 많은 점 등을 들어 도서관 신설을 추진하게 됐다. 여기에 총 95억 원의 사업비 중 양산시가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따라서 이번에 신설한 양산도서관은 경남도교육청이 양산에 건립한 첫 공공도서관이 되는 셈이다.
어린이자료실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주민들 |
3층에서 내려다 본 종합자료실 |
양산도서관이 독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학습관으로 개관함에 따라 인구 12만 명으로 전국 읍(邑)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고 하는 물금신도시의 주민들이 자녀와 함께 찾아 놀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또 주민들 도서관 접근성 향상은 물론 평생교육 등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북부동의 옛 양산도서관도 양산시가 인계를 받는다. 양산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인 윤현진 선생의 업적을 알리고 그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에서 '윤현진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내년 초에 새로운 도서관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상해임시정부 내무위원을 역임하며 임시정부 수립에 공을 세운 윤현진 선생은 상북면 소토리에 있는 생가 터와 별도로 옛 양산도서관 인근 삼일로 119 일원에 분가해 살았던 집터가 전해지고 있다. 양산시 소속 여섯 번째 공공도서관이 될 윤현진도서관은 진로 및 취업 학습공간으로 특화된 도서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