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코로나 재확산. 지역 문화예술계 현황은?
경남문화기자단 윤인철
허성무 창원시장은 8월 4일 긴급브리핑을 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면서 (중략) 선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허 시장의 브리핑 이후, 8월 6일부터 창원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실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비단 창원시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창원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던 시점에, 김해, 함안 등 경남의 각 지역은 이미 4단계를 실시하고 있었다. 또한, 거창, 합천, 진주 등 대다수의 경남 시군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했다. 이러한 조치는 경남 전체에서 8월 내내 유지됐으며, 9월까지도 연장될 예정이다.
4단계 격상과 함께 많은 부분이 변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거리두기 4단계는 대유행에 해당하며, 외출 금지에 해당하는 ‘18시 이전 5인 이상 집합금지’, ‘18시 이후 3인 이상 집합금지’, ‘행사금지’, ‘1인 시위 외 집합금지’가 시행된다. 이로 인해, 카페, 식당 등 사적인 공간은 물론 중간조직, 경로당, 문화센터 등 공적인 공간 등이 영업을 제한당하거나 운영을 금지당했다. 그 결과, 자영업은 물론 각종 회사 및 조직까지 사회 각 분야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렇게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 경남의 문화예술계는 어떠할까? 문화예술계는 일반적으로 공간이 있어야 하는 사업이 많다. 하지만 공연장, 강연장, 문화공간, 전시장 등의 공간은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에서 운영제한 대상이다. 즉, 사실상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문화예술계가 멈췄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자비로 공연 및 행사를 준비했거나, 직접 공간을 운영하는 예술단체들은 그 피해가 막심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은 멈추지 않는다.” 한 원로 예술인이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0년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SNS에 적은 글이다. 2021년 8월도 마찬가지다. 단계가 격상하고, 그로 인해 공연과 전시, 행사 및 프로그램이 취소되어도 문화예술은 멈추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러하다. 주변 문화예술단체들은 멈추지 않았다. 방식은 다르지만, 단체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문화예술의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첫 번째 방법은 공연 및 프로그램을 연기하거나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이다. 많은 기관이나 단체들이 이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창원 문화예술 소모임 <때때로>의 경우,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월 1회 진행하던 정기 문화모임을 연기했다. 또한, 창원 내 생활문화센터의 프로그램들도 같은 이유로 연기됐다. 그러나 연기가 곧 멈춤을 뜻하지는 않는다. “모임과 프로그램을 멈추는 동안, 단체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있습니다”라던 때때로 운영자의 말처럼, 멈춰있는 시간이 더 좋은 프로그램과 공연을 위한 고민의 기회가 됐다.
한편,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실제로 공연 및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도 많다. 경남도립미술관의 전시나 315아트센터, 진해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회당 참석자 제한 또는 좌석 띄우기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안공간 <로그캠프>도 마찬가지다. 8월에 시작한 구지은 작가의 《HUB&TUBES》展은 동시 입장 5명이라는 제한 하에 전시를 시작했다.
비슷하게 프로그램과 공간을 코로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조정해 진행하는 예도 있다. 8월에 오픈한 창원 중앙동 공유주방 <당신의 부엌>은 18시 이후 2인 제한에 맞춰, 2인을 위한 공유주방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창원 가죽공방 <스튜디오 진>도 2인 제한에 맞춰, 18시 이후에는 커플을 위한 가죽공예 클래스를 운영한다.
코로나에도 멈추지 않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온라인 활용도 있다. 온라인 활용은 크게 기존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송출 또는 진행하는 방법과 온라인에 맞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향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앞서 설명한 방법과 맥락을 같이 한다. 후자는 다양한 단체에서 시도 중이며, ‘코로나 시대의 기획’이라 명명되기도 한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창원 청년문화기획단 <뻔(fun)한 창원>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기존의 뻔한 창원은 소셜다이닝, 원데이클래스, 문화살롱을 운영했다. 하지만 창원 내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지자, 뻔한 창원은 온라인 전용 자기계발 프로그램 ‘느슨한 독서실’과 ‘10,000page’를 오픈했다. 또한, 줌을 활용한 밀키트-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을 기획해 참가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나아가, 유튜브 및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활용한 로컬 투어 프로그램 ’대신 여행해드림‘도 준비중이다.
창원 문화인력 양성과정에서 만나 환경 관련 문화예술 기획을 진행 중인 <도토리 > 팀도 코로나 시대의 기획을 준비 중이다. 그들은 힙한 환경보호 청년 커뮤니티 ’도토리 방범대‘라는 프로그램으로, 환경보호 키트를 활용한 온라인 챌린지를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배송받은 키트에 들어있는 미션지를 활용해, 개별로 ’줍깅‘, 환경 관련 독서’, ‘제로웨이스트’, ‘비건 다이닝’ 등을 수행한다. 일련의 과정은 챌린지의 형태로 SNS에 공유된다.
한편,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코로나를 겨냥한 기획도 있다. 캠핑 버스킹 밴드 <Iny>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버스킹을 하되 공연장이 아닌 캠핑과 함께 진행한다. 즉, 자연스레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는 캠핑을 활용해 코로나 시대에서 버스킹 공연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아이니 밴드는 말한다. “추후에는 캠핑 버스킹을 넘어 캠핑을 활용한 콘서트를 열려고 합니다. JTBC에서 방영된 <비긴 어게인>처럼 코로나로 힘든 시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싶어요.”
또 다른 예시로는, 경남에서 시작해 전국을 아우르고 있는 공연플랫폼 <모우미>도 있다. 스토리가 있는 공간과 아티스트를 연결해 새로운 공연문화를 창출하는 모우미는, 공간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허용하는 인원으로만 진행되는 ‘이어 폰서트‘를 개최한다. 모우미는 이 과정을 라이브로 송출하고 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하며, 코로나 시대의 공간과 아티스트를 모두 소개한다.
이처럼 코로나 단계가 격상된 지금에도 문화예술계는 각자만의 방법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한 원로의 “그럼에도 문화예술은 멈추지 않는다”던 말처럼 말이다. 멈추지 않는 사례들을 조사하며, 그 말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더하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문화예술은 변할 뿐이다.”
코로나 시대에 맞는 기획을 준비하며 문화예술단체들은 문화예술과 그 단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또한, 그들의 도전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공연, 전시 및 프로그램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멈추지 않음은 변화다. 아마 그 변화는 요즘의 코로나 상황을 지나,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빛을 발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