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달래줄 ‘위로의 미술전’
경남문화기자단 김지은
'코로나 블루' 치유하는 예술의 에너지
양산미술협회, '위로의 미술전' 개최
양산 쌍벽루아트홀 2층 전시관서
7월 22일부터 한달간 1부와 2부 나눠
민화·조각·공예·서양화 등 80여점 전시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마스크를 빼먹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건 이제 습관이 됐다. 식당 갈 때마다 인원수를 확인해야 하고, 어딘가에 들어갈 때마다 마치 공항 검문소를 통과하듯 체온을 측정하고 QR코드나 안심콜을 해야 하는 일상.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외출은 엄두도 못내는 그러한 출구 없는 세상에 지친 사람들.
'코로나19'와 '우울(blue)'이 합쳐진 신조어 '코로나 블루'(Corana Blu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답답함,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과의 접촉도 줄고 외출도 감소하면서 스트레스는 쌓이고 풀 곳은 없는 이런 꽉 막힌 현실에 우울,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코로나 우울에 빠진 사회를 조금이나마 예술을 통해 위로하고자 하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에는 감정과 정서적 치유의 힘이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 예술치료나 예술치유와 같은 활동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예술을 통해, 그리고 스스로의 예술 활동을 통해 보다 긍정적인 감정과 심리적 상태로 이동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쌍벽루아트홀 |
쌍벽루아트홀 전시관 |
경남 가장 동쪽에 위치한 양산시에서도 최근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사)한국미술협회 양산지부(지부장 안성모, 이하 양산미술협회)가 7월 22일부터 8월 22일까지 한 달 간 ‘위로의 미술전’을 주제로 한 회원 전시회를 쌍벽루아트홀에서 개최한 것이다.
1부와 2부로 일자를 나누어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예술작품을 통해 코로나19가 가져온 숨 막히는 일상 속에 잠시나마 숨통을 틔우는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많은 시민들에게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소품·기획전으로 기획한 1부 전시회는 7월 22일부터 8월 1일까지 11일간 민화, 조각, 공예, 서예, 문인화 분야에서 48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김성덕 작가의 청음 |
오지원 작가의 나비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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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옥 작가의 광풍제월 |
국제우수작가특별전 우수작가상을 수상한 박정화 작가의 '책거리',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손지영 작가의 '평안(平安)의 꿈', 대한민국 남북통일 세계환경예술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오지원 작가의 ‘나비효과’, 대한민국 신미술대전 특선의 안현정 작가의 '아이의 꿈'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민화 작품 32점이 전시장의 벽면을 가득 채웠다. 또 양산시 '움직이는 모래조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김길만 작가의 '꽃게가족(조각)', 울산미술대전 초대작가 유현우 작가의 '꼬마(조각)', '2021 관설당 서예대전' 대상을 수상한 박국하 작가의 '대동강(서예)', 울산무형문화재 제4호 배영화전수자인 김성덕 작가의 '청음(공예)', 메이플과 자개로 달과 산을 표현한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경옥 작가의 ‘광풍제월’ 등의 작품이 시선을 끌었다.
2부 전시회는 8월 11일부터 22일까지 서양화, 한국화 등 35점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맞은편에 고단한 인생을 풍기는 노년의 남성을 인상적으로 묘사한 최대기 작가의 'Human life'가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한 최 작가는 모델이 가진 매력을 끌어내는데 정평이 나있다. 한국여성미술작가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양희 작가의 '골목길', 양산청년작가 이진주 작가의 '즐거움' 등의 작품이 힐링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최대기 작가의 Human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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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희 작가의 골목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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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준비한 안성모 양산미술협회 지부장은 “모두가 힘든 시기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다”며 “무엇보다 흔들림 없이 창작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문화예술인의 열정과 노고에도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보러 온 한 양산시민(양주동, 45)은 "이렇게 밖에 나와 미술전을 감상한 것이 참 오랜만이다. 쌍벽루아트홀 앞 양산천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에 기분전환도 됐고, 우리 지역에서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 됐다"면서 "전시장이 크지 않아 금방 둘러봤다. 좀더 규모있는 전시장에서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이 전시돼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가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하는 것도 공간 문제가 컸다. 쌍벽루아트홀 2층 제1전시관과 제2전시관을 터서 작품을 전시했지만 이것도 공간이 적어 한꺼번에 전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형작품이나 규모가 큰 설치작품은 전시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높은 수준의 전시·기획전을 열 수 있는 전시관의 필요성이 지역에서 대두되고 있다.
한편, 1부와 2부 사이 기간인 8월 2일부터 7일까지는 ‘2021년 향토지역작품순회전시회 산해진美’가 쌍벽루아트홀에서 함께 열렸다. 양산미술협회가 경남예총, 거제ㆍ창녕미술협회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하는 순회전시회로 서양화, 한국화, 조각, 공예, 서예, 문인화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