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공간 이야기
지역의 문화 지킴이 ‘벅수골 소극장’
경남일보
300회 넘는 공연…예향 통영 지키는 연극인들
창단 40주년 맞은 극단 벅수골
1981년 3월 20일 9명의 단원으로 무대에 작품을 올리기 시작한 극단 벅수골(대표 창석)은 현재 통영 연극의 중심이며 지역 연극단체로는 드물게 40년의 역사를 가졌다. 극단 벅수골은 통영을 지키고 있는 장승의 이름 벅수에서 따온 말이다.
벅수는 바보라는 뜻도 있지만, 지역의 문화지킴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문화가 도시와 지역을 살리고 예술적 상상력이 미래 창의력의 핵심이다.
통영 벅수골은 지역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 나눔과 교육을 통해 문화 소외지역에도 활기차고 희망찬 에너지를 나누고 아름다운 세상을 디자인하는 연극단체다. 40년 동안 한결같이 즐겁고 행복하게 무대를 지키고 있는 극단 벅수골의 장창석 대표를 만났다.
코로나19로 극단 운영 등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5년 전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경남에서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메르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벅수골 단원뿐만 아니라 경남 연극인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있는 시점에 경남연극 생태계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특히 경남연극협회가 주최하고 통영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제38회 경상남도연극제도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준비했으나 개막 15일 전에 무기한 연기되어 3개월 동안 준비했던 것이 허사가 되었다. 경남연극인들에게 창작한 작품을 올릴 기회가 막혔고 연극을 즐기지 못하는 도민의 손실도 크다. 연극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도 현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극단 벅수골이나 경남연극인들은 연극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문화를 즐길 기회를 더욱 넓히기 위해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경남연극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올해 경남연극제 출품작에 대해 소개해 달라.
이번 경남연극제 출품작으로 통영문화자원 나전칠기를 활용한 작품 <나의 아름다운 백합>(원작 김성배, 연출 장창석)이다. 나전칠기 장인의 공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삼았다. 우리의 삶도 나전칠기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처럼 많은 풍파를 견디고 이겨낼 때 비로소 고유하고 온전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출연진 8명, 제작진 10명이 참여하는 작품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어렵지만 이를 견뎌내다 보면 작품이 내용처럼 멋진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극단으로서 지자체나 문화행정당국에 바라는 점은?
오랜 극단의 역사만큼 바라는 점도 많다. 첫 번째, 지자체의 문화예술과 문화행정을 담당하는 분들이 예술 잘 이해하는 전문가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번째, 겉만 번지르르한 기획서보다 기획서의 내용을 작업 현장에 녹여낼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고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분이 심의위원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세 번째, 지역에서도 열심히 하는 민간예술단체가 많다. 지자체에서 한 번쯤이라도 민간예술단체에 관심이라도 가져주셨으면 한다.
그동안 극단을 이끌면서 기억에 남는 무대는?
통영은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된 곳이다. 통영은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예향(藝鄕)의 도시’이자 ‘예술 보고(寶庫)의 도시’이다. 이처럼 수려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극단 벅수골은 문화와 예술, 관광이 결합한 지역문화콘텐츠를 발굴·제작해 무대화하고 있다. 올해로 301회라는 공연실적을 가지고 있고 많은 무대가 뇌리에 스쳐 지나가지만 통영문화자원을 활용한 시리즈(21편)로 제작하고 관객과 더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통영로드스토리텔러’가 기억에 남는다. ‘통영로드스토리텔러’는 지역의 이야기를 연극 콘텐츠와 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지역문화콘텐츠 프로그램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코로나19로 잠정적으로 연기된 제38회 경남연극제, 제24회 경남청소년연극제, 제12회 통영연극예술축제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경남도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통영로드스토리텔러’ 창작 두 작품, 레퍼토리 한 작품을 무대화해야 한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제작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 40주년 기념으로 극단 벅수골의 책자 발간과 이탈리아IN-VISIBILE 축제에도 참여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극단 벅수골이 창단 40주년이다. 이제는 지하 공연장에서 벗어나 전국 최초로 민간예술단체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연극전용 소극장을 가지고 싶다. 통영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다. 상설공연으로 볼거리, 들을 거리를 채우는 작업을 하고 싶다.
<문화정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문화정담>에 극단 벅수골이 소개되어 기쁘다.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린 만큼 관객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예술가, 관객이 있어 행복한 예술가, 예술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 항상 연극 무대를 사랑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