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알려드리는 소식지 웹진 Vol. 24

문화콘텐츠 소비자의 생산 기능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창업대학원 설병문

세상은 글로벌 시대이다. 국가 간의 문화교류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증가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자리 잡고 있다. 가깝고 먼 이웃들이 자국에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한국의 문화 즉, 한류를 즐기고 있다. 2020년 시작과 함께 세계는 5세대 통신(5G) 시대에 들어섰으며, 국경을 넘는 온라인 콘텐츠의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런 속도의 콘텐츠 확산에 일등 공신은 사용자 개개인이 주인공인 SNS이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우리들은 한류의 최전선에서 열정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며 문화콘텐츠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밤낮으로 열심히 뛰는 것이다. 이런 일개미들의 역량을 높이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2019년 정부는 ‘콘텐츠 산업 3대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3대 전략이란 ①‘정책금융 확충’ ②‘실감 콘텐츠 육성’ ③‘신한류로 연관산업 성장 견인’ 콘텐츠 산업 도약을 위한 혁신전략을 담고 있다. 정부는 3대 혁신전략으로 영화·음악·방송·게임 등 콘텐츠 산업을 2022년까지 매출 153.8조 원, 수출 134.2억 달러, 고용 70만 명, 1000억 원 이상 기업 2,000개, 실감 콘텐츠 매출 11.7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수립하였다.

 

그렇다면 이젠 목표를 향해서 달리면 되는 걸까?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수립된 목표를 향해 달리는 주역, 중심 세력은 누구인가란 의문이다. 정부 계획에 포함된 ‘2000개의 1000억 원 이상 기업’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기업들은 처음부터 짠하고 등장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육성과 성장에서 발생하는 과정의 성과물이 이런 ‘2000개의 1000억 원 이상 기업’이다.


우리는 이제 누가 어떻게 이런 역할을 수행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의 혁신전략에서 콘텐츠 생산의 중심은 여전히 90% 이상을 차지하는 소규모 기업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콘텐츠 생산은 소규모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발표된 정부 보고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기업은 10.5만 개로 종사자 10인 미만이 91.6%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생존율은 1년 63.6%, 5년 32.6%로 짧아 콘텐츠 제작과 산업의 지속 성장에 어려움이 있다. 인프라·인력·기술 등에서 다양한 정책지원으로 개선 중이지만 재원조달이 어려운 기획·개발과 제작 초기 단계 자금부족이 성장에 걸림돌이라고 정부는 진단하고 있다. 우리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로 시장기반을 형성했지만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으로 판단되고 있다. 


현재까지 기술환경의 발달은 문화 콘텐츠의 다양성을 증가시켜 주었다. 그에 따라 문화콘텐츠 소비환경도 많이 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시대 신소비자 층이 생산과 유통의 양쪽에 모두 관여하는 온라인 시민집단으로 등장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현상은 합리적으로 똑똑한(professional) 소비자가 생산과 소비과정에 참여하는 생산적(producer)소비자, 즉, 프로슈머(Prosumer)로 진화되어가는 현상과 관계되어 있다. 이런 특성을 가진 프로슈머가 온라인 환경에서 더욱 적극적인 생산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해서 소비하는 온라인 인류가 등장한 것이다.

. 이들의 행위에는 수익성이 따라가기도 하지만 수익성보다는 근본적으로 즐기기 위한 생산적소비의 성격이 강하게 존재한다.

다시 이야기를 온라인의 주역인 개인으로 옮겨보자. 온라인 시민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여 글로벌 문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우리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도 유용할 것이다. 문화콘텐츠도 소비가 일어나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고유한 가치제안을 하여야 한다. 콘텐츠를 생산 공급하는 다양한 생산자들은 각자의 고유한 가치를 제안할 것이다. 기업들은 수익사업 목적에서 소비자에게 가치제안을, 소비자이면서 생산자가 되는 우리 온라인 시민은 나누기 위하여 이웃 소비자에게 가치제안을 할 것이다. 다양한 생산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문화 생태계는 그 자체로 우리 시대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개인의 가치제안에서 출발하여 기업의 가치제안으로 성장하는 사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서 지역의 일상을 문화 콘텐츠로 생산하는 프로슈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는 두 사례를 소개한다. 


# 사례 1, '내가 사는 지역 여행법을 알려드립니다.'

정희주(순천 청춘벗‘s투어) 대표가 여행커뮤니티를 구성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로컬에 대한 매력을 전해주는 온라인 공간이 부족하다’라는 생각도 한 몫하고 있다. 그가 지역투어를 테마로 하는 소셜벤처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여행객들은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있기보다 잠시 그곳의 주민처럼 생활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그곳 주민 누군가에게 좀 물어봤으면, 누가 안내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여행자를 위하여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정대표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저희만의 ‘색’이 없었어요. 로컬여행을 표방하지만 다른 여행사와 차이점이 있었을까? 라고 했을 때 자신 있게 대답을 못했어요. 투어여행에 대한 목표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고, 다른 여행사가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희만의 투어 색이 무엇인지 저마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그는 한 명의 문화 콘텐츠 생산자가 되어 있었다.


# 사례 2, '잊히거나 소외된 사회적 기억을 일상 속에 담다'

강태구(프로젝트ㄱ)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회적 기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가 세월호에 이어 기획한 또 다른 주제는 독거노인이었다. “사람들에게 이 사실 하나만은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65세 이상 4명 중 1명은 독거노인’ 그래서 메인 테마는 ‘1/4’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세대 간의 공감을 그려내길 바라는 마음에 노인 세대와 그리고 저희 세대의 중간인 중장년층에서 아티스트를 수소문 했습니다. 그렇게 한 분을 알게 되었고, 나비, 새 등 외로움을 상징하는 아트웍 디자인을 받아 가방, 티셔츠, 핸드폰 케이스에 프린팅을 하여 펀딩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핸드폰 케이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게 된 펀딩입니다.” 그의 콘텐츠 생산은 이렇게 우리 사회의 주제들로 이어가고 있다. 


문화콘텐츠는 재화가 되고 나날이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변해가는 기술환경도 문화콘텐츠산업의 규모를 하루하루 키워간다. 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도 늘고 소득도 증가할 것이다. 좋은 일이다. 지금까지의 우리 이야기를 보면 문화콘텐츠산업은 기존의 산업과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소비자가 생산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덩치가 큰 기업 혼자만의 무대가 아니다. 이들이 만들고 우리가 소비하는 전통적인 산업 구조가 아니다. 문화 소비자로 활동하는 지역의 온라인 시민, 그들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온라인 시민의 성장이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역량이다. ‘온라인 시민의 성장’이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에 앞선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