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지역문화 인력양성 사업 입문과정
경남문화기자단 조경식
교육생 스스로 사업 기획하여 제안서 제출
유튜브 실시간으로 교육 시청 가능
이수 후 수료증 발급 및 선후배 교육생 간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
7월 31일 창원문화원에서 2020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 입문과정(이하 양성사업)의 강의가 개최되었다. 경남 동부권(김해)과 서부권(창원)으로 권역을 나누어 참석자들을 모집하였으며, 총 40여 명의 교육생이 선발되었다. 양성사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할 지역문화인력 및 매개자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7월부터 12월까지 약 반 년 간 진행된다. 또한, 입문-지역-통합의 단계별 정규과정이 구성되어 있고, 이어지는 심화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이번 강의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문화 산업 전문가들의 강연과 양성사업을 이수한 선배 기수들의 격려인사가 있었다.
1. 지역문화의 이해 - 장세길 (전북연구원 운영위원)
지역문화 일을 위한 첫 단추, 법에 대한 이해
미술인협회에 가입되어 있으며, 미술상을 다수 수상한 고등학교 미술교사 A와 편의점 알바를 하지만 연1회 개인전을 개최하는 20대 청년 B 중 누가 더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저마다의 기준이나 가치관에 따라 선택이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법적인 근거를 따지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둘 중 예술인복지법에서의 예술인 정의에 부합하는 사람이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강연에서는 B) 그렇기 때문에, 장세길 연구원은 법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다. 예술가와 예술 활동, 지역, 문화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 법적인 기준에 차이가 존재한다. 자금적인 지원이 절실한 예술인의 입장에서는 막연히 ‘예술을 한다’는 느낌만으로는 지원을 받기 어렵다. 공적자금 투입은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필요하다. 또한, 기획적인 부분에서도 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내 작은 문화 활동일지라도 봉사 인력이나 자발적 참여자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다. 전문 인력을 구성하고 체계적인 운영 계획을 세우는 데는 제도적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2. 지역문화의 오늘과 내일 - 강경환 (마을호텔 고한18번가 기획자)
마을주민이 호텔리어인 누워있는 호텔, 마을호텔 고한18번가
‘호텔’이라는 말을 들으면 으레 높고 고급스러운 건물과 정갈한 요리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한 호텔은 이러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민트색 건물은 호텔 프론트가 되고, 마을길은 복도가 된다. 골목 여기저기의 민박과 음식점은 각각 객실과 레스토랑이 된다. 본래 폐광촌이었던 마을이 주민들과 기획전문가의 노력으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마을호텔 ‘고한18번가’로 재탄생한 것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이 처음부터 호텔 주인 겸 호텔리어가 되기를 자처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의지가 있고 관심이 있는 몇몇 주민들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뒤늦게 관심을 보이고 동참하려는 사람들에게 언제든 문을 열어두었다. 혹시 주민 중 마을호텔 조성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냐는 질문에 강경환 기획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마을 (정선 유일의 여성) 이장님과 부녀회 그리고 청년 사진작가 등이 주축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저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간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만났다고 생각해요. 그냥 가서 놀았다는 느낌입니다. 처음에 싫어하는 분들도 나중에 저희가 문체부 장관상까지 받으니 눈치를 보며 본인들도 참여하시려고 하더라고요.”
이 밖에도 인건비나 임대료 등 금전적 부분을 묻자, 마을호텔 프론트로 쓰는 건물을 5년 동안 무상 임대한 것을 언급했다. 이는 5년 간 공짜로 받은 것이 아니라 가치를 높여 되돌려 준다는 개념이라고 했다. 즉, 지역문화를 살리기 위한 것이 시민자산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봉사로 시작한 인원들 역시 마을호텔이 유명해지면서 지자체로부터 임금을 지원받게 되었다고 한다.
3. 문화리더로서의 미션 공유 - 강현정 (공공문화연구소 소장)
사람, 문화, 연대의 길
강현정 소장의 강연은 이야기와 영상시청 그리고 교육생들의 직접적인 참여활동으로 이루어졌다. 마지막 강연임에도 서로 소통하고 참여하는 시간이 많아 교육생들의 집중도가 높았다. 강연은 먼저 ‘사람’의 개념으로부터 출발했다.
[거울나라 앨리스]의 내용 중 붉은 여왕이 앨리스를 초대하는 내용이 있다. 식사로 양고기가 나오자 여왕이 말했다. “쑥스러워하지 말아요. 내가 소개하죠. 앨리스, 이쪽은 양고기에요. 양고기야, 이쪽은 앨리스란다.” 그러고 나서 앨리스가 양고기를 자르려 하자 여왕은 소리친다. “안돼요! 소개받은 상대를 자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에요!”
위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붉은 여왕이 우리에게 음식에 불과한 양고기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어느 한 사람의 인정이 아닌 공동체 내 구성원들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람’이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후반부는 이러한 공동체를 직접 체험하는 팀 활동이 이루어졌다. 같은 색의 종이를 고른 사람들끼리 팀별로 모여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이번 양성사업을 참여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팀원들 간 좋아하는 음식, 사는 지역 등 여러 공통된 부분이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각 팀마다 서로 다른 하나의 문화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마지막으로, 먼저 교육을 수료한 선배들과 짧은 만남 시간이 있었다. 각 기수의 대표자들이 나와 수료생들 간 친목 모임과 다양한 문화 연계 활동에 대해 소개하였는데, 지역 내 문화 인맥을 구축하는 부분에서도 양성사업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