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쌍벽루 아트홀, ‘천원의 행복한 저녁 콘서트’
경남문화기자단 김지은
"무대가 코앞에" 무대 친화감 극대화, 양산 쌍벽루아트홀
- 불운한 출발 딛고 개관 1년 맞은 쌍벽루아트홀
- 11월까지 기획공연 '천원의 행복한 저녁 콘서트' 진행
- 양산시민과 지역예술인의 '문화사랑방' 역할 기대
8월 1일. 아직 공연까지 1시간 정도 남았지만 34도까지 치솟는 후덥지근한 열기 속에서도 하나둘 관객들이 쌍벽루아트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제 개관한 지 1년이 된, 양산시 신기동 양산천변에 자리한 쌍벽루아트홀. 조선시대 영남 7루 중 하나로 꼽혔던 쌍벽루를 현대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의미에서 '쌍벽루아트홀'이란 이름이 붙은 이곳은 25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전문적인 공연시설이 드문 양산에서는 양산문화예술회관과 함께 유이한 공연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공장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지만, 쌍벽루아트홀이 있는 이곳은 유유히 흐르는 양산천 강바람과 둑길에 피어난 풀들이 잠시나마 더위를 누그러뜨려 주었다.
|
|
쌍벽루아트홀 4층 옥상공원에서 바라본 풍경. 3층 휴게실 벤치와 양산천, |
쌍벽루아트홀 로비에 전시된 안내판 |
이 날은 기획공연 '천원의 행복한 저녁 콘서트'의 두 번째 공연이 있는 날이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주간을 맞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지역문화예술회관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공연이다.
쌍벽루아트홀 관리와 기획공연을 담당하고 있는 양산시시설관리공단 문화예술회관팀은 이번에 공연장 문턱을 낮춰 양산시민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즐길 수 있도록 11월까지 모두 여섯 차례의 공연을 준비했다.
지난 6월 27일 더 클랑(The Klang)의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성악 앙상블을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김재원과 그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해설이 있는 클래식 음악회'가 두 번째 무대가 펼쳐졌다.
무더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코로나19다. 진행요원들이 입구에서부터 체온 체크,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명부 등록 등을 빈틈없이 진행했다. 객석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한 자리씩 띄어 앉도록 되어 있었다.
|
|
공연을 보러 온 양산시민들이 쌍벽루아트홀 로비에 모이고 있다. |
“비워주세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좌석 띄어 앉기 |
조금 일찍 도착해 무대 바로 앞자리에 착석하고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멜로디의 피아노곡을 듣다 보니 어느새 약속된 오후 5시가 됐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김재원 씨가 백여 명 남짓 되는 양산시민들의 기대 어린 박수 속에 등장했다. 한국 클래식계의 떠오르는 젊은 남성 음악가 10인으로 구성된 연주자들의 소셜클럽인 '클럽M'의 리더이기도 한 그는, 제47회 동아음악콩쿠르 1위를 비롯해 각종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을 하며 매년 100회 이상의 연주를 해온 실력파 피아니스트다. 특히 작곡가로서의 면모도 발휘해 이미 두 개의 앨범도 낸 바 있다. 알고 보니 기다리는 동안 나오던 곡들도 모두 김재원 씨가 직접 작곡한 곡들이었다.
이번 공연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피아졸라로 시작해 피아졸라로 끝난 무대였다. 대중에게 비교적 익숙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로 시작한 공연은, 탱고의 새 시대를 연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대표작 <Le Grand Tango>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로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며 양산시민들을 격동적인 탱고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는 풍부한 연주 경험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진행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알기 쉬운 곡 해설과 맛깔스런 입담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높였다. 협연자로 나온 첼리스트 배성우 씨 역시 쾰른 음악대를 나와 세계적 거장들의 마스터 클래스를 받은 기대주답게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첼로 연주를 선보였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이희명 씨의 부상으로 생긴 빈자리를 바이올리니스트 조수미 씨가 훌륭히 메웠다.
특히, 무대 단상이 낮아 객석과의 거리가 다른 공연장에 비해 더 가까운 쌍벽루아트홀의 특징이 잘 드러난 공연이었다. 객석이 가파르고 넓게 펼쳐져 있어 생동감을 더하는 데다 무대 연주자와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 발을 구르고 심호흡하는 소리, 한음 한음에 쏟아내는 감정들이 생생히 전달되면서 공연의 일체감을 높였다.
지금까지 양산에서 이런 공연을 보려면 양산문화예술회관에 가야 했다. 개관한 지 18년이 되어 가는 양산문화예술회관은 170석 규모의 소공연장과 800석의 대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하면 250석의 쌍벽루는 중급규모의 공연장으로 음악회, 연극, 무용,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위한 전문예술공간이다. 처음 쌍벽루아트홀 공연장을 봤을 때 품은 첫인상은 '높다'와 '좁다'였다. 그러나 이번에 실제로 이곳에서 공연을 보고 나니 쌍벽루아트홀만의 장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공연장과 전시실이 부족한 양산에서 쌍벽루아트홀은 가뭄에 단비다. 당초 양산복합문화타운이란 이름으로 2016년 9월에 추진, 국비 20억 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72억여 원이 투입되면서 지하 1층, 지상 3층의 연면적 2,130㎡ 규모로 건립됐다. 쌍벽루를 형상화한 미려한 건물디자인에 공연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장, 방음 시설을 갖춘 연습실과 휴게실을 갖추면서 명실상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계획단계에서부터 반대도 많았다. 대중교통이 별로 없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규모가 작아 공연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주차장 등 편의시설 부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10월 착공하여 2년 뒤인 2019년 7월에 개관했지만, 하필 장마 기간과 겹치면서 오픈 공연으로 예정됐던 '양산 재즈페스타'가 우천으로 연기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개관 한 달도 안 돼 건물에 비가 새는 등 부실시공 의혹까지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 쌍벽루아트홀은 1층 공연장 벽면을 뜯어 재공사를 하는 등 한동안 시설 보완에 힘쓰며 휴관 상태였다. 올해 들어 제대로 시작하나 했더니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또 한 번 개점휴업 신세였다.
여러모로 불운한 스타트를 보였지만, 그럼에도 쌍벽루아트홀이 진정한 양산시민의 문화쉼터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는 마음들이 크다. 양산 출신 성악가 엄정행 교수가 가와이 그랜드 피아노를 기탁했고, 양산의 대표적인 동양화가인 안창수 화백이 호랑이 다섯 마리가 그려진 오복도를 기증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안 화백은 쌍벽루아트홀 개관 기념전도 가졌다.
아직은 이름도 위치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쌍벽루아트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양산시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고 지역예술인들의 보금자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